주식시장 자금 이탈·중대재해 발생으로 건설업종 투자심리 위축 등으로 수요예측 부진
[미디어펜=이동은 기자]현대엔지니어링이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두면서 유가증권시장 상장 철회를 결정했다.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와 금리인상 등으로 증시 자금 이탈이 계속되고 건설 현장에서의 대형 사고까지 발생하면서 건설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향후 주식시장과 건설업의 분위기를 지켜보고 공모 절차를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 현대엔지니어링 사옥./사진=현대엔지니어링 제공


현대엔지니어링은 28일 한국거래소에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수요예측을 실시했지만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잔여 일정을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5~26일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그러나 경쟁률 50대 1 미만을 기록하는 등 부진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엔지니어링의 희망 공모가격은 5만7900~7만5700원으로 공모를 계속 진행했을 경우 하단인 5만7900원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았다. 공모가 5만7900원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4조6293억원이다.

시장에서는 수요예측 부진의 원인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와 금리인상 등에 따른 주식시장 자금 이탈 △건설현장 중대재해 발생으로 리스크 증가에 따른 건설업종 투자심리 위축 △LG엔솔 등 대형 IPO 종목으로의 자금 쏠림으로 인한 기관 자금 여력 감소 등을 꼽았다.

실제로 지난 3일 2988.77로 마감한 코스피 지수는 27일 2614.49로 약 20여 영업일 동안 374.28포인트가 떨어졌다. 종가기준으로는 2020년 11월 30일 이후 최저치다.

일각에서는 구주 매출이 75%를 차지하는 공모 구조가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도 나왔지만, 이는 큰 영향이 없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엔지니어링이 발표한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 안정적인 재무구조와 수소·초소형원자로 등 신사업을 통한 미래 비전은 기관투자자들의 많은 호응을 받았다”며 “높은 구주 매출의 구조는 수요예측에서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시장 불확실성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 건설업에 대한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더욱 부각되면서 기관투자자들의 우려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지난 27일 산업 현장에서 중대재해 발생시 최고경영자(CEO)를 처벌할 수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다. 또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가 터지면서 건설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을 철회하면서 재도전 여부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현대엔지니어링은 오는 6월까지 상장을 재도전할 수 있다.

한편 현대엔지니어링은 코스피 상장을 계기로 기존 건설 사업을 기반으로 에너지 전환과 친환경 신사업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에너지 전환 분야에서 △폐플라스틱 자원화 △암모니아 수소화 △초소형원자로 △자체 전력 생산사업을, 친환경 분야에서 △CO2 자원화 △폐기물 소각 및 매립 사업을 각각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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