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새해 첫달 7번째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 발사 ‘레드라인’ 흔들어
조셉윤 “워싱턴 진정성 보여야”…전봉근 “바텀업 협상에도 지도자 역할 필요”
박원곤 “북, 한국·일본·괌 타격 핵미사일 체제 구축…핵보유국 인정 받으려”
정성장 “美행동 보며 2017년 발사 화성-14형·화성-15형 검수사격 나설 것”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새해 들어 첫달에만 7번째 미사일 시험발사로 한반도 긴장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30일 중장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해 그동안 지켜온 ‘레드라인’을 흔들었다. 북한은 31일 전날 발사한 미사일을 지대지 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몰아치기로 무력시위를 벌이는 상황에서 미국 안에서도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7일(현지시간) 바이든 정부의 대북외교가 사실상 전무하다고 보도했다. 

NYT는 “김정은이 강력한 무기를 많이 가질수록 국내외 위상이 올라간다”며 “북한 과학자들의 무기개발은 북한의 주요 협상 지렛대라”고 지적했다. 이는 미국의 보다 적극적인 행동으로 북한의 무기개발을 멈추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한국에 이어 미국에서도 ‘바이든의 친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바이든의 친서’ 필요 주장은 단순히 북미대화를 이끌어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따라하기 차원이 아니다. 지금 북한의 긴장수위 고조가 지난 2017년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기는 하지만 이번엔 제재 완화 등을 위한 ‘벼랑끝전술’이 아니라는 관측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김정은 총비서가 이미 밝힌 바 있고, 바이든 집권 1년을 맞아 본격화되고 있는 ‘북한의 새로운 길’을 중단시킬 방법이 무척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19일 당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를 열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모라토리엄 철회를 시사한 이후 조셉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북핵 문제 해결에 미국 고위급의 관여 필요성을 언급하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친서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JTBC가 21일 조셉윤과의 화상 인터뷰를 보도한 것에 따르면, 그는 “바이든 정부의 정책은 사실 실패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쪽은 열려있다, 언제든 와서 이야기하라’는 것은 정책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위급의 관여가 없으면 북측은 (대화의) 뜻이 없다고 본다. 진짜 워싱턴이 진지하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7년 대북특별대표를 맡았던 그는 특히 “2월 베이징올림픽 이후 봄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3연임이 정해질 올 가을 사이를 가장 위험한 시기가 될 것”이라면서 “위기를 막기에 아직 늦지 않았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김정은 총비서에게 친서를 보내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런 견해는 한국 전문가 사이에서도 이미 나와 있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는 지난해 11월 16일 한미 싱크탱크 공동세미나로 열린 ‘2021년 미국의 대북정책 평가 및 향후 과제’ 줌 웨비나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김정은 총비서에게 친서를 보낼 것을 제안한다”며 “비핵화 협상은 바텀업 방식으로 가야하고, 긴 시간이 필요하지만 지도자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 북한 노동신문은 31일 전날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지대지 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이라고 밝혔다. 신문은 이날 보도에서 '화성-12형'의 발사 장면과 이 미사일이 상공에서 찍은 지구의 사진까지 공개했다. 2022.1.31./사진=뉴스1

전 교수는 이어 “바이든 대통령의 친서를 받으면 김 총비서도 답신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면서 “지금 북미 모두 각각 상대방에게 공을 넘겼다고 말하지만 (실은) 양측 모두 플로어 밖에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북미 간 ‘미니 패키지 딜’을 제안하면서 “북미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테이블에 올랐던 제안들을 상호 교환하는 낮은 단계의 협상을 할 수 있다. 북한이 핵동결 및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고, 미국이 이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한의 30일 화성-12형 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국내 전문가들은 마침내 북한이 동북아 역내를 사정권으로 하는 실전 핵 능력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을 인정받으면서 핵군축 또는 군비제한 회담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고 판단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중단거리 사거리에 해당되는 500~5500㎞ 미사일을 집중적으로 발사하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은 한국, 일본, 괌을 타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 체제를 온전히 구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KN-23, KN-24, KN-25는 한국을 목표로 하고 있고, 극초음속미사일과 화성-12형, KN-23 개량형은 일본과 괌을 사정권으로 둘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박 교수는 “또 다른 특징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 도발을 여전히 일상적인 무기체계 개발로 치부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자위력 차원에서 무기를 개발하는 것이므로 ‘이중기준’을 적용하지 말고, 자신들의 정당한 국방발전 노력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결국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를 원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앞으로 북한이 미국의 새로운 대북제재 채택 여부를 지켜본 뒤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 재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 센터장은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중국 동북지방 지진 피해를 경험한 중국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고, 백두산 폭발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며, 핵실험장 복구에는 일정한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앞으로 핵실험 재개보다 2017년에 시험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형과 화성-15형 검수사격시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은 미국이 대북 추가 제재를 채택하면 한국과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급’으로 간주하는 ‘화성-14형’의 검수사격시험을 먼저 진행한 뒤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의 검수사격시험까지 진행할지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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