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K-방산이 지대공 유도미사일 천궁-Ⅱ와 K-9 자주포 대규모 수출로 2022년을 시작한 데 이어 '전차군단'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산 무기체계 입지를 다지는 모양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화디펜스가 이집트에 수출한 2조원 상당의 자주포 패키지는 K-9A1과 K-10 탄약운반장갑차 및 K-11(가칭) 사격지휘장갑차로 구성된 것으로, 자주포 수출 기준 최대 규모다. 완제품 초도 물량은 2024년 하반기까지 납품될 예정으로, 잔여 물량은 이집트 현지에서 생산된다.
이번 계약은 해군용 K-9이 수출된 첫 사례로, 포탄 104발·장약 504 유닛을 적재한 K-10은 분당 10분의 탄약을 옮길 수 있다. K-11은 K-10 차체 내부에 포병사격지휘체계와 정찰탐지·통신장비를 탑재하는 등 자주포의 사격 임무를 돕는 이집트 맞춤형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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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2 흑표 전차/사진=현대로템 |
이집트는 기술도입 형태로 현대로템의 K-2 흑표 전차 도입도 추진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이번 계약 여부에 따라 이집트가 세계 최대 K-2 운용국으로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지상전 및 방위산업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함으로, T-55·M-60A3를 비롯한 노후전차를 대체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집트 및 인근 지역에는 사막과 평원 등 전차전에 유리한 지형이 넓게 펼쳐져 있고, 중동전쟁에서도 이스라엘이 전차부대를 활용한 전격전으로 전황을 주도한 바 있다. '순정' 제품의 성능이 높은 무기체계가 필요하다는 것도 이집트가 K-2를 주목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M-1 에이브람스 등 미국산 전차의 경우 열화우라늄 장갑과 탄이 제공되지 않아 공격력과 방호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노르웨이에서도 K-2 전차의 수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수출형 모델 K-2NO 전차는 독일 레오파드-2A7+와 수주전을 벌이는 중으로, 혹한기 성능 테스트 등이 진행되고 있다. K-2NO는 경쟁 기종 보다 10톤 가량 가볍고, 회전익 항공기(헬리콥터)와 교전도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토의 90% 이상이 산지와 숲으로 이뤄진 노르웨이 지형에서 기동성을 발휘하는 것도 강점으로, 유기압 현수장치에 힘입어 차체를 앞으로 숙이는 일명 '무릎 꿇기'도 가능하다. 이는 하방 사격을 돕는 것으로, 반대로 '고개 들기'를 통해 높은 곳에 위치한 적도 공격할 수 있다.
앞서 독일 PZH2000을 제치고 K-9을 선택한 바 있는 노르웨이는 최대 200대 상당의 전차를 도입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으며, 현대로템은 이를 토대로 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 등 동부 유럽에서도 성과를 낸다는 전략이다. 업계는 레오파드가 그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시장의 강자였다는 점에서 이번 수주에 성공할 경우 한국산 무기체계의 브랜드 파워가 더욱 강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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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21 경전차/사진=한화디펜스 |
한화디펜스의 K21-105 경전차도 인도 수출을 타진하고 있다. 인도는 라다크 등 국경 지역에서 활동하는 중국의 15식 경전차에 대응하기 위해 2조원대 사업을 추진하는 중으로, 러시아가 경쟁국으로 언급되고 있다. K21-105는 X18 105mm 포탑을 장착해 스마트 탄약과 대전차 미사일 등을 쏠 수 있는 무기체계로, △안티드론 시스템 △능동방어체계 △원격조종 등의 옵션을 추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경전차는 주력전차에 비해 '알라의 요술봉'으로 불리는 RPG-7 등에 대한 방어력이 낮다는 단점이 있으나, 수송기로 실어나를 수 있고 보병전투차량(IFV)의 부족한 전투력을 보완할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다시금 주목 받고 있다. 경쾌한 기동성을 앞세워 무거운 주력전차가 수행하기 힘든 임무에 투입되는 등 지분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다만, 업계는 K-21 대신 K-9 차체를 사용하는 쪽이 낫다고 보고 있다. 25톤의 K21-105가 최대 36톤의 15식 경전차와 상대하기 위해서는 생존력을 향상시켜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결국 엔진 출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도가 25톤 이하의 중량을 요구하고 있어 방어력을 높이는 대신 기동성을 희생하는 방향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주요 경쟁기종 2S25 스푸르트-SD는 전투 중량이 18톤과 불과해 방호력이 부족할 뿐더러 과거 도입을 검토했던 중국이 장·단점 등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는 탓이다. 인도네시아와 터키가 합작한 MMWT는 트렉레코드가 부족하고, 다른 기종들은 생산량을 확보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점에서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개도국 수출은 과도한 기술이전과 금융지원 및 현지생산 요구 등의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무기체계 이미지 구축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실전 데이터를 쌓기 쉽다는 강점이 있다"면서 "지역분쟁이 고조되면서 노후화된 무기체계를 대체하려는 니즈가 강한 것도 활용할 수 있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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