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의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와 관련해 “과도할 경우 시정조치하겠다”는 경고에도 오히려 예대금리차는 더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대출절벽’ 사태로 서민들의 은행 문턱을 넘기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빠른 속도로 과도하게 올려 ‘이자수익 챙기기’에 급급하다는 비난 여론이 무색하게 예대금리차는 향후 더 커질 것 이란 전망이 나온다.
|
|
|
▲ 은행 영업점 창구 모습. /사진=김상문 기자 |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해 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를 인상했지만, 대출금리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예대금리차는 2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격차를 보였다.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를 최대 2차례 더 인상할 것으로 예고되면서 대출금리차는 더 벌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의 예대금리차가 갈수록 커지면서 은행을 바라보는 서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정부의 대출 억제책으로 은행 문턱 넘기가 갈수록 어려워진 데다가 본격적인 대출금리 인상기에 맞불려 빠른 속도로 대출금리를 올려온 것에 비교하면 예금금리는 제자리 수준에 머물고 있어서다. 은행권이 대출금리를 과도하게 올려 ‘이자 잔치’를 벌인다는 비난 여론이 강해지자 당국도 ‘시장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에서 ‘필요할 경우 시정조치하겠다’는 쪽으로 선회할 정도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2월 출입기자단 송년간담회에서 “시장금리 상승으로 대출금리와 예금금리가 올라가는 것은 자율적으로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라면서도 “대출금리는 더 많이 올라가고 예금금리는 덜 올라가서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추가적 부담을 발생시키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예대금리차가 합리성을 넘어서서 과도하게 결정되면 필요한 시정 조치를 해 나가겠다”고 했다.
예대금리차는 2년 4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1.55%포인트로 전월보다 0.11%포인트 축소됐다. 은행들의 수익성과 연관된 잔액기준 예대금리차는 2.21%포인트로 전월보다 0.02%포인트 높아져 2019년 8월(2.21%포인트) 이후 2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격차를 보였다.
같은 기간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금리는 3.66%로 2018년 8월(3.66%)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용대출금리는 5.12%로 9개월 만에 하락세를 보인 반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지표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3.63%를 기록하며 2014년 5월(3.6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기준금리 인상 반영에 따른 은행의 수신금리도 올랐다. 같은 달 저축성 수신금리는 전월 대비 0.13% 오른 1.70%를 기록, 2019년 6월(1.79%) 이후 최대치다.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를 최대 2차례 더 올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예대금리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치권에선 예대금리차에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해 관련 법안 마련이 한창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예대금리차 공시 의무화와 금융위 감독 규정 명문화 등을 골자로 한 ‘은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