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민족의 품격과 정체성 제대로 알려 세계적 보편성 획득해야
   
▲ 이상해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명예교수

현재 대한민국의 한류 문화가 국제적인 사랑을 받으면서 사람들의 자긍심을 향상시키고 있다. 몇몇 한류 문화는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행복한 인류사회에 기여하는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널리 알리는 것은 우리의 주요한 과제다.

이에 한국선진화포럼에서는 문화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한국의 문화유산 확산과 공유 방안을 모색하는 논의의 장을 열었다. 한국선진화포럼은 2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문화유산의 선진화’를 주제로 제93차 월례토론회를 개최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이상해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한국의 문화유산을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하는 작업은 한국의 품격과 정체성을 제대로 보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그것이 인류가 공유하는 문화의 한 부분을 형성하는 것임을 보이는 것”이라고 밝히며 “문화유산을 생성한 국가의 품격과 이미지를 대외적으로 높이는 계기를 만든다”고 강조하였다.

이어 이상해 명예교수는 “정부는 등재된 유산의 진정성과 완전성을 유지하고 향상시키면서 올바른 활용 및 홍보와 관련된 업무를 체계화시킬 법안을 입법하는 노력을 추진하고 이를 전담할 부서를 설치하여 문화유산의 보호와 관리가 사후 처리에서 예방적 차원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문화유산이 소재한 지자체의 관리 인력 확충, 전문성 확보,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편집자주]

아래는 이상해 명예교수의 발제문 전문이다.

문화유산의 세계화

문화는 포괄적이면서 관점 및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된다. 문화는 지역 사람들의 역사 전통과 밀접하며 전승되기도 한다. 이러한 문화유산에는 해당 지역의 정체성이 담겨있으며, 정부는 관계법령을 통해 보호관리한다.

최근 ISIS에 의한 중동 문화유적 파괴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인류가 공통으로 당면했던 과제는 문화유산의 훼손되거나 멸실되는 것이었다. 이를 막기 위해 유네스코는 1972년 세계유산협약을 맺고 인류가 공동으로 문화유산을 보호관리할 것을 권고한다.

우리나라 문화재보호법의 문화재 지정 대상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문화유산 기준보다 광범위하다. 우리나라 문화재 중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 기준을 충족하는 유산은 석굴암 불국사 창덕궁 수원화성 종묘 경주 조선왕릉 등 다양하다.

   
▲ 우리의 문화유산 중 하나인 창덕궁. 사진은 창덕궁 금천교. /사진=문화재청 홈페이지 캡처 

향후 한국의 품격과 정체성을 보일 수 있는 문화유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작업은 계속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아래 글은 이상해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명예교수가 26일 열린 한국선진화포럼 월례토론회에서 발제한 발표문이다. 이상해 교수는 발표를 통해 우리나라 문화유산의 세계화에 대한 탁견을 제시한다.

문화유산의 보편적 가치

문화(文化)는 특정 지역이나 사회의 구성원들이 살아가면서 공유하는 의·식·주, 관습, 언어, 예술, 사고방식, 가치관 등과 관련되는 모습을 지칭하는 매우 포괄적인 개념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문화는 관점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 된다. 무엇보다도, 문화는 특정 문화를 형성한 지역과 사람들의 역사 및 전통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교육, 학습, 훈련을 통해 전승되는 특성을 갖는다.

'문화유산'은 말 그대로 '오랜 역사를 통해 형성된 문화의 소산' 이다. 문화유산에는 그것을 생성한 사람들의 역사와 문화의 정체성이 담겨있다. 정부는 문화재보호법 등 관련 법령을 제정하여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을 보호, 관리하고 있다.

전통사회에서 근대사회로 전환하면서 지구상의 인류가 공통으로 당면했던 과제들 중의 하나는 문화유산이 훼손되거나 멸실되는 현상을 막는 일이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유네스코에 의해 1972년에 채택된 것이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산의 보호에 관한 협약(Convention Concerning the Protection of the World Cultural and Natural Heritage, 약칭: 세계유산협약)" 이다. 유네스코는 세계유산협약에 근거해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 OUV)'가 있는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세계유산목록에 등재하여 세계적인 차원에서 인류가 공동으로 보호, 관리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세계유산은 한 지역이나 국가에서만 보존되고 전승되는 차원을 넘어 인류 전체를 위해 전 세계인이 공동으로 보호하여 미래 세대에게 전승해야 할 성격을 갖게 된 것이다.

세계유산협약에 제시된 '탁월한 보편적 가치'란 "국경을 초월할 만큼 독보적이며 현재 및 미래 세대의 전 인류에게 공통적으로 중요한 문화 및/또는 자연과 관련된 중요성을 가진 것"을 의미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제도의 운영 목적은 궁극적으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가진 유산을 국제적으로 인정하여, 이를 지구상의 인류 모두가 함께 보호하여 그것을 다음 세대에게 넘겨주기 위해 노력하는데 있다.

   
▲ 유네스코는 1972년에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산의 보호에 관한 협약(Convention Concerning the Protection of the World Cultural and Natural Heritage, 약칭: 세계유산협약)을 채택했다. /사진=유네스코 홈페이지 캡처 

그런데, 우리나라의 문화재보호법에서 정의하는 '문화재'와 세계유산협약에서 지칭하는 '문화유산'에 포함된 유산의 범주가 일치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문화재보호법의 '문화재'는 인위적이거나 자연적으로 형성된 국가적·민족적 또는 세계적 유산으로서 역사적·예술적·학술적 또는 경관적 가치가 큰 유형문화재, 무형문화재, 기념물, 민속문화재를 말한다. 유네스코의 '문화유산'은 인류 문명사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보유한 기념물(monuments), 건조물군(groups of buildings), 유적(sites), 문화경관(cultural landscape)에 속하는 부동산, 유형유산만을 대상으로 한다. 도자기, 회화, 조각, 문헌 등 동산 문화재나 음악, 민속, 공예, 놀이 등 민속문화재는 제외된다. 우리나라 문화재보호법의 문화재 지정 대상은 세계유산협약의 문화유산보다 더 포괄적이고 범위가 넓다고 할 수 있다.

문화유산 세계화의 대내적 과제, 대외적 효과

이제 세계유산협약에서 말하는 '문화유산'의 관점에서 '문화유산의 세계화'와 관련된 대내적 과제와 대외적 효과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협약은 인류 모두에게 탁월한 보편적 중요성을 지닌 유산들을 보호하기 위해 국제 협력의 메커니즘으로서 세계유산목록 등재 제도를 입안하여 시행하고 있다. 특정 유산이 세계유산목록에 등재되려면 세계유산위원회가 만든 "세계유산협약의 이행을 위한 운영지침(Operational Guidelines for the Implementation of the World Heritage Convention, 약칭: 세계유산협약 운영지침)"에 규정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판단하는 근거가 되는 몇 가지 요건들을 충족하고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 한국선진화포럼이 2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개최한 제93차 월례토론회 ‘문화유산의 선진화’에서, 이상해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명예교수가 <문화유산의 세계화>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선진화포럼 

그 요건들 중의 하나가 세계유산 등재기준(criteria)이다. 세계유산 중에서 '문화유산'의 등재기준을 구성하는 (i)∽(vi)번 항목들의 내용 중에는 오늘 발표의 주제가 되는 '문화유산의 세계화'의 관점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i)번 등재기준을 충족하려면 "인류의 창조적인 천재성이 만들어낸 걸작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것" 이어야 한다.

등재기준 (i)의 주제어는 ‘걸작품(masterpiece)’이다. 해당 문화유산이 ‘창조적’인 소산이면서, ‘천재성’을 보이는 것이면 걸작품이 된다. ‘걸작품’이란 그 문화유산이 특정 문화권에서 완전하고 완벽한 사례에 속하는 것이어야 함을 의미한다. ‘창조적’이라는 것은 지적으로 또는 상징적으로, 처음 시도되었거나 가장 높은 경지에 이른 경우를 의미하며, ‘천재성’이란 고도의 예술적, 장인적, 혹은 기술적인 숙련의 경지에 도달한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지배계층의 유산 뿐 아니라, 토속적인 유산도 포함된다. 우리나라의 문화유산 중에서 등재기준 (i)을 충족시키는 것이 있으면, '걸작품'으로서 세계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음을 뜻한다. 석굴암·불국사에는 이 기준이 적용되었다.

(ii)번 등재기준을 충족하려면 "인류의 가치가 교류된 중요한 것임을 보여주는 건축이나 기술, 기념비적 예술, 도시계획이나 조경설계의 발전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서, 오랜 시간에 걸쳐 일어났거나 세계의 특정 문화권에서 일어난 것" 이어야 한다.

등재기준 (ii)의 주제어는 인류가 추구해 온 ‘가치의 교류(interchange of human values)’이다. 이 기준은 긴 시간을 두고 지역이나 국가 사이의 인간들이 문화를 상호 교류하는 과정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만들어낸 문화유산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기준은 지역별로 소재하는 문화유산에 대한 구체적인 특성을 세계적인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하며 해석하게 하였다. 창덕궁, 수원화성, 경주역사유적지구, 남한산성에는 이 기준이 적용되어 세계유산목록에 등재 되었다.

(iii)번 등재기준을 충족하려면 "문화적 전통, 또는 현존하거나 소멸된 문명과 관계되면서 독보적이거나 적어도 특출한 증거를 지니고 있는 것" 이어야 한다.

등재기준 (iii)의 주제어는 문화유산이 지닌 독보적이거나 특출함을 보이는 ‘증거(testimony)’ 이다. 이 기준은 고고 유적, 문화경관에 주로 적용되며, 최근에는 소멸된 문명 뿐 아니라, 지금까지 살아있는 문명에도 적용되어, 세계유산목록 등재 대상이 넓어졌음을 보여 준다. 창덕궁, 수원화성, 경주역사유적지구, 고창·화순·강화의 고인돌 유적, 조선왕릉, 한국의 역사마을: 하회와 양동에는 이 기준이 적용되었다.

   
▲ 한국선진화포럼이 2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개최한 제93차 월례토론회 ‘문화유산의 선진화’에서, 나선화 문화재청 청장이 참석하여 토론회 청중에게 축사와 감사의 말을 전하고 있다. /사진=한국선진화포럼 

(iv)번 등재기준을 충족하려면 "인류 역사의 중요한 단계(들)를 보여주는 탁월한 사례가 될 수 있는 특정 유형의 건조물, 건축적 또는 기술적 총체이거나 경관" 이어야 한다.

등재기준 (iv)는 최근 세계유산목록에 등재되고 있는 문화유산의 절대 다수에 적용된다. 세계유산 등재 신청 문화유산이 어떤 특정 '유형(type)'을 대표하는 것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유사유산에 대한 비교연구와 분석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석굴암·불국사, 종묘, 해인사 장경판전, 석굴암·불국사, 창덕궁, 조선왕릉, 한국의 역사마을: 하회와 양동, 남한산성에는 이 기준이 적용되었다.

(v)번 등재기준을 충족하려면 "문화(또는 복수의 문화), 또는 돌이킬 수 없는 충격으로 인하여 변화할 가능성이 큰 환경과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전통적인 인간 정주지, 토지의 이용 또는 해양의 이용과 관계되는 탁월한 사례에 속하는 것" 이어야 한다.

등재기준 (v)의 주제어는 환경과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보이는 ‘인간 정주지, 토지의 이용, 해양의 이용’ 이다. 문화경관이 세계유산 등재 대상으로 새롭게 부각되면서 이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이 기준은 시간이 지나면서 ‘돌이킬 수 없는 변화’에 ‘취약’한 지구 환경을 보호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vi)번 등재기준을 충족하려면 "탁월한 보편적 의의를 지닌 사건 또는 살아 있는 전통, 사상, 신앙, 예술ㆍ문학 작품과 직접적으로 또는 가시적으로 연계된 유산" 이어야 한다.

등재기준 (vi)의 주제어는 문화유산과 외적 요소와의 ‘연계성’이다. 이 기준은 세계유산제도가 시행된 초기에는 크게 적용되지 않았으나, ‘살아있는 문화’와 ‘무형유산’을 ‘유형유산’인 문화유산과 연계시켜 중요시하면서 점점 더 적용되고 있다. 해인사 장경판전, 조선왕릉에는 이 기준이 적용되었다.

등재기준에 명시된 내용은 오랜 역사를 통해 형성된 문화유산은 인류 문화의 세계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 결과물임을 보여준다. 문화유산의 등재기준을 구성하는 여섯 가지 항목은 문화유산이란 문화의 교류 등을 통해 특정 지역과 시대의 문화역량이 반영된 정체성을 가진 것으로 나타나는 것임을 입증하기도 한다. 그것은 남이 안 한 것, 지금까지 없었던 것을 새로 만드는 것을 중요시하는 것이기도 하고 세계화 과정에서 나타난 보편적 특성을 지닌 것임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선대가 생성한 유산의 전통을 계승하는 과정에서 깨달음이 생기면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옛 것에 더 보태게 된다. 그 새로움은 지난 것에 뿌리를 둔 생명력을 가진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나타난다고 해석하는 것이 세계유산 등재기준에 반영되어 있다.

이러한 문화유산은 해당 유산의 유형과 문화적 맥락에서, 그리고 내부적이거나 외부적인 요인 등의 속성이 예술적, 역사적, 사회적, 학술적, 민족학적 또는 인류학적 관점에서 본래부터 또는 역사의 과정에서 지니게 되는 진실성과 신뢰성을 갖추어야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 한국선진화포럼이 2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개최한 제93차 월례토론회 ‘문화유산의 선진화’에서, 이상해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명예교수가 <문화유산의 세계화>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선진화포럼 

이러한 모든 관점은 해당 문화유산을 만들어낸 시대, 지역, 사람들에 따라 차별화된 고유성과 특성을 높게 평가함을 뜻한다. 이러한 관점은 지구상의 문화유산은 단일한 가치와 관행을 유지하는 것에 의해서만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세계유산은 지구상의 모든 사람에게 중요한 것이지만, 그 문화유산을 만들어낸 주체로서는 세계적 수준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관점에서 세계유산목록에 등재된 문화유산은 그 자체로서 글로벌화 과정에서 해당 국가의 품격을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된다.

한국의 문화유산을 세계유산목록에 등재하는 작업은 한국의 품격과 정체성을 제대로 보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그것이 인류가 공유하는 문화의 한 부분을 형성하는 것임을 보이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문화유산의 세계유산목록 등재는 그 유산이 지닌 가치가 세계적 보편성을 획득하게 되고, 그 유산을 생성한 국가의 품격과 이미지를 대외적으로 높이는 계기를 만든다. 이에 더하여, 유산이 소재하는 국가와 그 지역의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는데 기여하게 되는 등 여러 효과를 수반하게 된다. 이와 같이 세계유산제도는 자신의 전통문화를 더욱 중요시하게 하는 계기를, 그리고 세계적인 의미를 갖게 한다. 따라서, 한국의 품격과 정체성을 제대로 보일 수 있는 문화유산을 세계유산목록에 등재하는 작업은 중요하다.

그런데,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알게 하는 '문화유산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대내적 과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대외적 효과를 창출하여야 할 과제를 가지고 있다.

우선, 대내적 과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세계유산제도는 유산을 다음 세대에게 온전한 모습으로 물려주기 위해 도입한 것이기 때문에, 세계유산이 소재하는 지방자치단체와 국가는 그 유산을 반드시 제대로 보호, 관리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가지고 있다. 세계유산을 한 지방이나 국가의 수익만 창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화유산의 세계화는 곧 인류 모두의 공유를 의미한다. 세계유산목록 등재 자체로서 모든 것이 달성되는 결승점이 아니라, 해당 유산의 보호와 관리를 위한 출발점이라는 것을 우리는 인식해야 한다. 이를 위한 정부, 지방자치단체, 전문가, 일반인, 시민단체들의 노력과 역할이 요구된다.

세계유산목록 등재는 곧 문화유산의 세계화로 이어져 문화국가의 위상을 높이기 때문에 세계유산목록 등재를 위한 유산의 지속적인 발굴과 관리가 중요하다. 이에 대하여 정부는 등재된 유산의 진정성과 완전성을 유지하고 향상시키면서 올바른 활용 및 홍보와 관련된 업무를 체계화시킬 법안을 입법하는 노력을 추진하고, 이를 전담할 부서를 설치해야 한다. 문화유산의 보호와 관리는 무엇보다도 사후 처리에서 예방적 차원으로 정책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중요한 과제는 문화유산이 소재하는 지방자치단체의 관리 역량을 제고할 인력 확충, 전문성 확보, 안전 관리 등에 필요한 정책과 시스템을 수립 등이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2002년 세계유산협약의 이해와 효과적인 이행을 위해 1). 세계유산에 대한 신뢰도(Credibility) 강화, 2). 세계유산의 효율적인 보존(Conservation)의 보장, 3). 세계유산의 이해와 이행 등에 관한 세계유산협약 체약국의 효과적인 역량 구축(Capacity Building)을 위한 수단의 개발 및 증진, 4). 소통(Communication)을 통한 세계유산의 이해, 참여, 지원의 확대로 요약되는 네 가지 중점 전략목표(4Cs로 지칭)를 수립했고, 2007년에는 커뮤니티(Community)의 역할 증대를 추가하여 전략목표를 5Cs로 확대하였다.

세계유산위원회의 5Cs 전략목표는 우리나라의 세계유산 정책과 관련되는 과제들을 해결하는데 참고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의 문화유산이 세계인들에게 제대로 알려지기 위해서는 외국인들에 의한 '한류' 뿐 아니라, 문화유산의 세계화를 위한 5Cs와 같은 주체적인 전략목표를 수립해서 한류와 함께 이 전략목표가 양두마차의 하나로 작동되게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목표가 성취되기 위해서는 정부, 공공기관, 기업체, 전문가 등의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며,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 한국선진화포럼이 2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개최한 제93차 월례토론회 ‘문화유산의 선진화’의 전경. /사진=한국선진화포럼 

마지막으로, '문화유산의 세계화'를 위해 대외적 효과를 창출하여야할 과제에 대해 간략하게 언급하고자 한다.

세계유산은 한 국가의 이미지와 품격을 제고하는데 중요한 몫을 한다. 세계유산목록 등재는 그 자체로서 글로벌 시대에 한 국가의 품격을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는 곧 한 국가의 정체성을 이루는 핵심이자, 다른 국가의 문화와 차이를 밝히면서(明分) 세계 속에 해당 국가를 제대로 들어내는 중요한 주제어가 유산에 있음을 말해준다.

글로벌 시대에 한국의 유산을 통한 국가 이미지와 품격의 제고는 한국을 이해시키는 지름길이자 한국문화에 대한 세계적 보편성을 획득하는 데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한국의 품격과 정체성을 제대로 보일 수 있는 유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작업은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한국선진화포럼 제93차 월례토론회는 한국 문화유산의 세계화 필요성을 인식하고 방안을 수립하는 데는 물론이고, 남북한 문화 동질성 회복을 위한 대책을 수립하는 데에도 기본적인 도움을 줄 것을 기대한다. /이상해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