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한화디펜스가 이집트와 2조원 규모의 'K-9 패키지' 수출 계약을 체결한 가운데 이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계약은 △K-9A1 자주포 △K-10 탄약운반장갑차 △K-11(가칭) 사격지휘장갑차 △장비 운용교육 및 부대·야전·창정비 등의 후속군수지원이 포함된 것으로, 자주포 수출 기준 최대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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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10 탄약운반장갑차/사진=한화디펜스 |
이에 대해 가장 크게 불거지는 비판은 계약 방식이다. 수출입은행이 빌려준 자금으로 무기체계를 도입하는 것은 채무불이행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적수출신용기관(ECA)을 활용하는 것은 프랑스와 스웨덴을 비롯한 유럽국가들도 채택하는 방식으로, 중국·러시아의 경우 낮은 수준의 금리 및 20년 이상의 장기 상환 등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도 T-50 고등훈련기와 잠수함을 수출하는 과정에서 수은이 1조5000억원(계약규모의 80%) 상당을 대출한 바 있다.
국내 업체들의 주요 고객이 동남아·중동·아프리카를 비롯한 개도국인 것도 고려 사항으로 꼽힌다. 국제 분쟁 고조 및 무기체계 성능 강화 등으로 방산거래가 대형화되면서 이들 국가에 대형 수출을 타진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방식이 유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집트의 신뢰도를 낮게 평가할 이유도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집트가 글로벌 무기 수입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1~2015년 2.4%에서 2016~2020년 5.8%로 136% 급증했으며, 순위도 10위권에서 3위로 올라섰다. 이집트에 무기체계를 수출한 국가로는 러시아(41%)·프랑스(28%)·미국(8.7%) 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프랑스의 경우 라팔 전투기 판매에 열을 올리는 것은 맞으나, 회수 가능성도 없이 계약규모의 80%에 달하는 4억유로(약 5400억원)를 차관으로 제공했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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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디펜스가 호주 육군에 공급할 AS-9 자주포 '헌츠맨'/사진=한화디펜스 |
호주향 수출에 비해 대당 단가가 낮은 것은 무기체계의 차이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한화디펜스는 호주가 방호성능 향상 등 높은 수준의 자주포를 원했기 때문에 신규 개발 투자 비용이 책정됐다고 설명했다. 현지 생산공장 신설 및 인건비 등의 비용이 반영된 것도 언급했다.
반면, 이집트는 인건비가 낮을 뿐더러 기본 모델 기반의 자주포를 주문했기 때문에 개발비가 적게 들고, 기존 공장을 통한 생산 덕분에 별도의 시설비가 추가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지 생산 모델도 국내에서 대부분의 구성품을 탑재한 반제품 형태로 전달된 뒤 조립생산하는 형태로, 비용을 많이 책정할 필요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이집트가 호주와 달리 구매 물량을 밝히지 않아 정확한 산정을 어렵지만, 최근 인도와 체결한 계약과 비슷한 수준으로 대당 가격이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패키지 상품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대한민국 육군의 도입단가를 상회한다는 것이다.
현지 생산에 대한 과도한 비판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무기 수입국이 자국 산업 발전 및 고용 창출 등을 위해 이를 요구하는 강도가 높아지는 중으로, 제품 전량을 국내에서 제조한 뒤 인도하는 것은 수출 자체를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화디펜스의 미래형 보병전투장갑차(IFV) 레드백을 비롯해 국내 업체들이 진행하는 다른 방산 수출도 현지 생산 옵션을 채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방산 수출이 내수 보다 수익성이 높은 것은 마진이 일정 수준 이상 발생하는 덕분으로, 후속지원사업 등으로 현지에서 추가적인 성과도 거둘 수 있다"면서 "유럽향 K-9 수출처럼 한국산 브랜드 파워 향상은 연쇄적인 수출로 이어지고, 정부 입장에서도 우리 무기체계에 익숙해진 군의 요구를 무시하기 힘들어져 또다른 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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