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슈퍼추경'으로 불리는 새해 첫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증액을 둘러싼 정부와 정치권의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당초 정부가 제안한 14조 원보다 여야가 25조 원이나 증액한 39조원을 들고 나오면서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7일 "2~3배나 되는 증액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력 반발했고 김부겸 총리도 "대규모 추경은 어렵다"면서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추경을 둘러싼 정부와 정치권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어 실제 처리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는 코로나19 손실 보상을 위해 이미 14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특수고용 노동자 등 피해 보상을 위해 최소 35조 규모로 추경을 증액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도 예산 구조조정을 통해 추경을 50조원으로 늘려야 한다며 증액을 요구하고 나섰다.
|
|
|
▲ 국회 본회의장/사진=미디어펜 |
지난 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전체 회의를 열고 총 24조9500억원이 증액된 추경 수정안을 의결했다. 우선 방역 지원금을 1인당 3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늘리는 데 22조4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또, 손실 보상률을 현행 80%에서 100%로, 손실보상 하한액을 50만에서 100만원으로 상향하는 데 총 2조5500억원을 증액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홍남기 경제 부총리는 이날 “여야가 35조원, 50조원을 합의하면 정부는 받아들이라는 그 자체가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14조원보다는 일부 미세조정은 될 수 있겠지만 규모가 2~3배 된다는 건 부작용과 파급력이 커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김부겸 총리도 "물가나 금리에 영향을 확 미칠 게 뻔한 규모로는 할 수 없다"며 재정 당국과 마찬가지로 대규모 증액에는 선을 그었다. 다만 "금년에 쓸 수 있는 예산 중에 일부 항목에서 돈을 줄이자는 건강한 제안을 해주시면 정부도 임하겠다"고 논의 가능성은 열어뒀다.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야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두터운 손실 보상과 의료 인프라 확충을 이유로, 추경 증액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8일 오전 열린 원내대표 회의에서 "3·9 대선 공식 선거운동 시작 전인 오는 14일까지 새해 첫 추가경정예산 처리를 끝낼 수 있도록 추경 심사에 속도를 내겠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원내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불필요하고 긴급하지 않은 예산을 과감히 (조정)하겠다고 하면 오늘이라도 (추경안을) 처리할 수 있다"며 "1998년에도 재원 70%를 기존 예산 세출 구조조정으로 마련했다"고 밝혔다.
|
|
|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회재정부 장관./사진=기재부 제공 |
추경 재원은 보통 초과세수와 적자국채 발행을 통해 마련되는 데, 세출 구조조정도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 중 하나다. 이는 기존 예산안에 담긴 사업에서 우선순위가 뒤로 밀리는 사업을 축소하거나 없애는 방식이다.
이와 관련해 홍 부총리는 이날 오전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이연을 시킬 수는 있지만 이제 한 달 된 막 시작하려는 사업을 무작위로 가위로 잘라낼 수는 없다"며 "사업 착수를 위해 잡아 둔 예산을 시작도 전에 자를 수는 없다"고 반대했다.
이처럼 정부와 여야가 추경 증액을 두고 팽팽한 기싸움을 계속 이어가는 가운데, 급기야 8일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정부는 국회 심의 과정에서 사각지대 해소 등 '합리적인 대안'에 대해서는 성심껏 검토할 것"이라며 정치권 달래기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제7회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코로나 피해보상에 대한) 신속한 지원이 생명인 만큼 국회의 협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추경 증액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어, 증액이 어느 정도는 받아 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합리적 대안'이라는 전제 조건이 붙어 있어 여야가 요구한 금액이 모두 받아들여 질 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