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진원 기자]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단건배달비가 오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이후 배달 수요가 크게 늘면서 배달원 품귀현상이 발생해서다. 업주들이 내는 배달비 인상은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올해도 소비자 주머니 사정은 팍팍할 듯 하다.
10일 배달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단건배달(배달원 1명이 주문 1건 처리) 요금제를 개편하면서 지금껏 시행해 온 할인행사(프로모션)를 중단한다.
개편된 요금제는 기본 요금제 대비 수수료와 배달비가 인하됐지만, 프로모션이 중단된 만큼 소비자와 업주의 실질적인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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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편된 쿠팡이츠 요금제./사진=쿠팡이츠 |
쿠팡이츠의 기본 요금제는 중개수수료 15%와 배달비 6000원이고, 배달의민족은 중개수수료 12%와 배달비 6000원이었다. 두 회사는 최근 요금제를 3~4개 선택제로 개편하면서 ‘기본 요금제’를 낮췄다. 쿠팡이츠는 수수료 9%와 배달비 5400원, 배달의민족은 중개수수료 6.8%와 배달비 6000원이 됐다.
배달비가 인하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자영업자와 소비자의 부담은 경감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은 ‘단건배달’ 출시 이후 줄곧 프로모션을 진행해왔다. 프로모션 기간 동안 업주들은 중개수수료 1000원과 배달비 5000원만 부담했었다.
하지만 개편 이후에는 점주들이 유리한 안을 선택할 수 있다. 쿠팡이츠의 경우 4가지 안을 선택할 수 있다. △일반적 수수료와 배달비에 유리한 ‘일반형’, △판매단가가 높거나 판매량이 많은 점주에 유리한 ‘수수료 절약형’, △고정배달비 부담이 줄어 판매단가가 낮은 메뉴에 유리한 ‘배달비 절약형’, △주문 수요 예측을 통한 고객 배달비 자동 설정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배달비 포함형’이 있다.
배달의민족이 선보인 요금제도 쿠팡이츠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어느 안을 선택해도 배달비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예컨대 2만원짜리 메뉴를 주문할 경우 프로모션을 적용하면 중개수수료 1000원, 배달비 5000원이었던 요금제는 개편된 요금제를 적용했을때 일반형의 경우 쿠팡이츠는 중개수수료 1800원과 배달비 5400원이, 배달의민족은 중개수수료 1360원과 배달비 6000원이 된다.
배달업계 한 관계자는 “단건배달 사업을 시작하고 초기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업체들이 프로모션을 통해 출혈 경쟁을 펼쳤지만, 배달 라이더 부족 등을 이유로 더 진행을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자영업자 부담 증가… 소비자 전가는 불가피
업주들의 부담은 곧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배달비에 부담을 느낀 업주들이 배달 메뉴와 매장 메뉴 가격이 다른 ‘이중 가격’을 부과하거나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비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맥도날드와 버거킹은 이중 가격을 부과하고 있고, 이는 메가 커피, 매머드 커피 등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서울 송파구에서 통닭집을 운영 중인 A씨는 “배달 음식을 판매하면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 배달 메뉴만 돈을 더 받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이 감내해야 할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는 비합리적인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동안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 등 배달업계에서 고객사 유치를 위해 프로모션 등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었지만, 가격 정상화에 나서며 배달음식의 전반적인 가격인상 우려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쿠팡이츠의 경우 출범 후 단건배달로 틈새시장 공략에 나서며 3개월 단위로 8차례 프로모션을 진행했었다. 배달의민족 역시 시장점유율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적자를 감수하며 똑같은 플랫폼을 선보였고 이는 배달업계에 실적악화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번 요금제 개편은 배달업계의 실적 개선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이지만, 그동안 코로나19로 늘어난 배달 수요와 함께 오른 배달음식 가격이 또 한 차례 상승할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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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 “배달 업계 담합?”… 근본적인 원인은 배달원 품귀
배달 업계가 일제히 사실상의 가격인상에 나서면서 ‘담합’이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담합 가능성을 적게 보고 있다. 업계 간 논의를 주고받은 것도 아니고, 시장 1위 업체가 주도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가격인상도 시장에 단건배달을 선보인 쿠팡이츠가 실적 개선 차원에서 프로모션 경쟁을 중지하겠다고 선언한데서 시작됐다. 시장 1위인 배달의민족은 쿠팡이츠가 가격인상을 발표하자 바로 따라간 모양새다.
업계 특성상 점포나 고객 유치를 위해 언제든 프로모션을 재개할 수 있는 만큼, 경쟁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 있다.
배달업계는 배달비가 오르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이 배달원 공급이 배달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공정거래위원회 측은 담합 정황이나 제보를 받고 조사하는 경우도 있다라는 입장이다.
쿠팡이 2019년 단건배달을 시작한데 이어 지난해 6월 배달의민족도 뛰어들면서 배달업계의 배달원 수요가 크게 늘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배달 수요가 크게 늘고 배달원의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 되면서 라이더 품귀 현상은 갈수록 심해졌다.
배달원이 많아 경쟁이 심해지면 배달비가 저렴해질 여지가 있지만, 배달원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배달원 사실상 갑의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다. 단건배달로 배달원 수익이 줄어든 만큼 불만이 커진 것이다.
배달원이 배달 1건당 받는 금액은 보통 3000~4000원 수준이지만 여기에 각종 보험료 등이 붙고 거리, 날씨, 수요가 폭증하는 시점 등이 겹쳐지면 2만원 가까이까지 상승한다는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점주들도 불만이 있지만 배달기사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성남의 한 분식점주는 “단건배달이라 하지만 실제로는 콜 없을 때만 단건배달을 하면서 돈은 더 달라고 하는 것 같다”며 “주문자 입장에서는 기사가 늦게 오는 건지 음식점에서 음식을 늦게 만드는 건지 알 길이 없다. 배달기사 동선까지 체크하며 항의하는 손님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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