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호 제주항공 기장 "이달 말 고용 유지금 종료, 생계 타격"
한태웅 에어부산 기장 "LCC 임직원, 일자리 상실 걱정에 심란"
박상모 연맹 사무처장 "팬데믹 후 항공사 존속 방안 논의해야"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정부 지원 중단되면 LCC는 다 죽는다! 우리는 날고 싶다, 입국 격리 완화하라! 국민들도 가고 싶다, LCC를 날게 하라!"

   
▲ 11일 오전 11시 대한민국 조종사 연맹과 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 조종사 노동조합이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LCC 지원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저비용 항공사(LCC)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당장 3월부터는 LCC들에 대한 고용 유지 지원금 지급도 끊겨 조종사들이 고용노동당국에 특별 고용 지원 업종 지정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11일 대한민국 조종사 노동조합 연맹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초장기화로 생존의 위기에 처한 LCC의 현실을 호소하며 정부 당국의 조치를 촉구했다.

이날 이병호 제주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위원장은 "정부가 항공업계를 '특별 고용 지원 업종'으로 지정해 지급하던 고용 유지 지원금마저 이달 말로 종료가 예정돼 있어 LCC 근로자들의 생계 유지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우세종으로 자리잡은 코로나19 오미크론 바이러스 확진자는 연일 4만~5만명대를 기록하고 있고, 항공업계 고용 위기는 여전히 지속·심화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FSC)들의 경우 화물 운송 사업의 호조 덕에 힘입어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국내 모든 LCC들은 무착륙 비행 관광과 국내선에만 의존하며 2년 연속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항공·여행업은 2020년 3월 특별 고용 지원 업종으로 지정된 바 있지만 당국은 내달 말로 이를 종료할 계획이다. 이 경우 사업주 부담이 가중돼 항공·여행 업계에 대규모 구조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여행업·관광업 등 14개 특고 업종의 지원 기간 연장을 올해 1분기 중 적극 검토해 고용 유지 지원금·일자리 안정 자금으로 영세 사업장의 고용 유지를 계속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내달 종료를 앞둔 시점에서 세부 계획이 없어 종사자들의 불안감은 나날이 증폭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당초 고용 유지 지원금 지급에 관한 법률은 코로나19에 의한 비상 상황이 2년 가량 지속될 것으로 보고 제정됐다. 이에 따라 현행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19조 2항은 '3년 이상 고용 유지 조치를 실시하는 경우, 관할 지역 고용 센터장이 불가피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외에는 고용 유지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2년 넘게 휴직·휴업 실시가 부실 경영 또는 부분적 불황에 의한 것이 아니고, 천재지변인 코로나19의 불가항력적인 상황임을 고려하면 관련 법이 명시한 '불가피한 상황'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게 조종사들의 주장이다. 또한 지역 센터장은 사실상 권한이 없어 고용노동부 장관이 국무회의에 참석해 의결해야 할 사항이라고도 했다. 

   
▲ 11일 오전 11시 대한민국 조종사 연맹과 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 조종사 노동조합이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LCC 지원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지난 4일부로 정부는 모든 해외 입국자들에 대한 자가 격리 기간을 10일에서 7일로 단축한 바 있다. 그럼에도 집 안에 갇혀 지내야 하는 기간이 상당해 해외 여행 수요가 부진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종사 노조는 "정부는 백신 접종률과 치료제 도입, 자가 진단 등 제반 사항에 대한 종합 고려를 통해 입국자 격리 지침 변화를 검토해야 한다"며 "국제선 여행 활성화를 유도하는 것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항공업계 생존을 위한 방안임을 알아달라"고 읍소했다.

이들은 이 같은 상황을 정부가 직시해 고용 유지 지원금 지원 기간을 확대·연장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한태웅 에어부산 조종사 노조 위원장은 "지난 2년 간 코로나 상황 속에서 항공 근로자들은 정부 방역 지침에 최우선적으로 충실히 따라왔고, 화물 운송업을 전개할 수 없는 LCC들은 대출과 유상증자로 연명해왔다"며 "이제는 일자리가 없어질까봐서 매일 밤마다 심란하다"고 토로했다.

박상모 진에어 조종사 노조 위원장은 "국내 LCC는 생겨난지 오래되지 않았고, 지방에서 상경한 젊은 직원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며 "그런 이들은 생계 곤란으로 인해 일용직을 전전하는데 정부가 좌고우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11일 오전 11시 대한민국 조종사 연맹과 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 조종사 노동조합이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LCC 지원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왼쪽부터 이병호 제주항공 조종사 노조 위원장, 박상모 진에어 조종사 노조 위원장, 한태웅 에어부산 조종사 노조 위원장./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한편 조종사 연맹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청와대에 '위기의 저비용 항공사 노동자, 방역 지침에 신음하는 저비용 항공사들' 제하의 호소문을 제출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