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기업활동 위축 우려...소송허가 절차 마련', 李 '증거개시제도 논의 필요하지만 찬성'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소비자단체들이 제20대 대통령 후보들에게 집단소송제도, 징벌적손해배상제도, 증거개시제도 등 ‘소비자권익 3법’ 도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각 후보들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향후 대통령 선거 결과가 법 제도화로 이어질지에 대한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등 16개 소비자·시민단체들은 16일 서울 중구 소재 YMCA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후보들의 소비자권익 3법과 관련한 정책 비교와 함께, 도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등 16개 소비자·시민단체들은 16일 서울 중구 소재 YMCA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후보들의 소비자권익3법과 관련한 정책 비교와 함께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사진=소비자단체협의회
 

이정수 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그동안 가습기살균제 참사, BMW 차량 화재, 홈플러스 고객정보 불법판매, 사모펀드 불완전·사기판매 등 분야를 막론하고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에게 금전적 손해, 건강과 생명상 피해를 입힌 사건이 다수 발생했다”며 “그러나 그동안은 기업들의 책임 회피로, 적절한 보상 및 재발방지 조치가 이뤄지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이 사무총장은 “‘대한민국 소비자는 글로벌 호구’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우리나라의 소비자들은 미국 등 다른 나라 소비자와 비교해 피해구제를 받기 위해서 힘들고 외로운 싸움을 해야만 한다”며 “그 결과 또한 참담해, 소비자 피해구제를 위한 노력을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소비자권익 3법의 도입은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중요한 정책이며, 국가 경제발전을 위해서도 필수 불가결한 정책”이라며, 대통령 후보들에게 소비자권익 3법의 조속한 도입을 촉구했다.

실제로 상기 사건들은 기존의 민사·소송제도로 해결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소비자 피해사건은 주로 구제금액이 소송비용보다 적은 소액·다수의 분쟁에 해당해, 소비자들이 구제신청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또한 개별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데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으며, 피해사실을 입증해야 할 책임이 소비자에게 있어, 증거를 확보하고 인과관계 등을 밝히는 것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 등 개별 법률에 규정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존재하지만, 적용 범위나 배율이 제한적으로 입법 취지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기자회견을 주최한 소비자단체협의회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담은 소비자권익3법 도입에 대한 대선후보의 입장 회신을 공개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먼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소송허가 절차 마련에 원칙적으로 찬성한 것을 제외하면, 대체로 소비자권익 3법 도입에 유보적이거나 반대의 입장을 밝혔다. 

집단소송제의 경우 도입 필요 측면이 있으나, 소송 남발로 인한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징벌적손해배상제에 대해서도 예방 제재 필요성이 높은 사안에 한해서만 적용해야 하며, 증거개시제도 도입도 영업기밀이나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보완돼야 한다며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대체로 찬성 입장이지만, 증거개시제도에 대해서는 실효성 있는 절차 마련을 위해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고, 심상정 정의당 후보 역시 대체로 찬성 입장을 내비쳤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집단소송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소송보다 사회적 합의가 우선시 돼야 하고, 증거개시제도에 대해서도 현행법 체계와의 충돌가능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유보적 입장을 표했다. 

   
▲ 집단소송제도 및 징벌적손해배상제도 도입에 대한 각 대선 후보 입장./자료=소비자단체협의회
 

이에 대해 소비자·시민단체들은 “대통령 선거 후보 4명 중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집단소송법 도입을 망설이고 있고, 증거개시제도도 반대하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관련해서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며 “소비자 피해구제라는 기본적인 소비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대통령 후보의 입장 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들은 기업의 과실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효과적으로 구제하기 위해 집단소송제도는 반드시 필요한 제도며, 징벌적손해배상제도 확대 역시 기업들의 책임을 묻기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이러한 제도가 실효성있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소비자 피해사건에 대한 입증책임을 기업에게 부여하도록 하고, 분쟁 발생 시 증거수집을 가능하게 하는 증거개시제도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집단소송제도는 현재 증권 관련 소송에만 도입돼 있어, 나머지 금융사건의 경우 개별적인 민사소송에서 대형로펌 중심의 금융회사에 대한 금융소비자의 대항력은 월등하게 차이가 난다”며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소송 시 비용과 시간 등 실익 때문에, 자율배상을 통해 '울며 겨자먹기'로 판매사와 합의를 하고 있는 실정이고, 손해배상은 커녕 이자나 원금도 제대로 못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심제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엽합 정책위원은 “윤 후보는 집단소송제도에 대해 기업에 대한 행정제재와 형사처벌의 가능성이 크고, 남소로 인한 기업활동 위축 우려 등의 논거로 반대 의견을 내비쳤지만, 법 위반에 대한 행정제재와 형사처벌은 당연한 것임에도, 이것이 반대의 논거가 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심 위원은 “징벌적손해배상제도 도입에 대해서도 윤 후보는 실제 손해액에 대한 법원의 보수적인 판결 경향을 바로잡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결국 법원이 소액의 손해배상액을 인정하는 경향 아래서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불법행위를 계속할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반문했다. 

   
▲ 소비자권익3법 도입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는 소비자 및 시민단체 패널들./사진-소비자단체협의회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소비자·시민단체들은 “각 대선후보의 의견을 반영해 차기 정부가 집단소송·징벌적손해배상·증거개시제도 등 소비자권익3법을 적극 도입토록, 연대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소비자권익 3법이 소비자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갈등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고 기업에 대한 신뢰 제고, 경쟁력 강화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