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횡령 의혹 김원웅, 16일 사퇴 발표
국힘 "청와대·민주당도 국민 앞에 사과해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김원웅 광복회장이 취임 2년 8개월 만에 물러난다. 편향된 정치 성향으로 논란이 됐던 김 회장은 수익금 횡령 의혹으로 결국 사퇴를 결정했다. 광복회장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난 것은 1965년 광복회가 설립된 이후 처음이다.

국민의힘은 김 회장의 잇단 비리와 여권과의 특수 관계에 비판을 가하고 있지만,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아직 침묵 중이다. 

김 회장은 16일 입장문을 통해 “회원 여러분의 자존심과 광복회의 명예에 누를 끼친 것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사람을 볼 줄 몰랐고 감독 관리를 잘못해서 이런 불상사가 생긴 것. 전적으로 제 불찰”이라며 횡령 여부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 횡령 의혹 속에서 16일 결국 자진 사퇴하겠다고 밝힌 김원웅 광복회장.(자료사진)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보훈처는 감사를 통해 김 회장의 비자금 사용액이 총 7256만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한복·양복 구입비 440만원, 이발비 33만원, 미등록 마사지 60만원 등의 사용 내역도 확인됐다. 

독립유공자 후손에게 장학금을 주겠다며 국회에서 운영해 온 카페(헤리티지1919) 수익금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김 회장의 횡령 의혹에 대한 비판은 물론, 여권과의 특수 관계를 지적하며 ‘청와대와 민주당도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규환 국민의힘 선대본부 대변인은 이날 “그동안 김 씨의 숱한 일탈에도 ‘내로남불’ 식으로 침묵하며 사태를 이 지경까지 몰고 온 청와대와 민주당 역시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청와대와 민주당은 김 회장의 잇단 정치적 편향 발언에도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그를 두둔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광복절 기념사에서 역대 보수 정부를 ‘친일 정권’으로 규정했다. 그보다 앞서 2020년 10월 21일 열린 특강에서는 “따라서 ‘태극기 부대’로부터 빨갱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다음에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 8월 17일에는 백선엽 장군에 대해 “사형감”이라고 언급했고, 그보다 앞서 있던 광복절 기념사에서는 백선엽 장군을 비롯한 일부 유공자를 국립묘지에서 파묘하고 애국가도 바꾸자고 주장했다. 

규정 상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하는 광복회장의 잇단 수위 높은 발언에도 여권은 별다른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해 11월 김 회장을 찾아 “존경하고 있다”며 “내 마음의 광복형”이라고 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 후보가 김 회장 관련 의혹에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왜 이 후보는 김 회장의 파렴치한 범죄의혹에 침묵하는가”라고 질타했다.

   
▲ 김원웅 광복회장이 독립유공자 후손에게 장학금을 주겠다며 국회에서 운영해 온 카페(헤리티지1919) 수익금으로 비자금을 조성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광복회가 국회 안에서 운영 중인 헤리티지 815 카페.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김병민 선대본부 대변인은 15일 “그간 부정부패에 단호한 모습을 보이며 적폐청산을 외쳐왔던 청와대와 민주당, 그리고 이재명 후보는 왜 김원웅 광복회장의 불법에 대해 애써 외면하고 모른 척 하고 있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김원웅 회장을 존경하고 광복형으로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김원웅 회장과 이재명 후보 부부의 횡령 수법이 닮은꼴이라는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권통일 국민의힘 선대본부 상근부대변인은 14일 “김원웅 회장의 파렴치한 수법과 행태는 김혜경 씨 공금 유용과 닮은꼴”이라며 “국민 세금과 공금을 빼돌려 음식을 먹고, 비서를 부리고, 관용차를 사용한 명백한 증거들에도 불구하고, 모두 부리던 직원들 잘못이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아직 청와대와 민주당은 김원웅 회장에 대한 이렇다 할 논평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논란 많던 김원웅 회장을 감싸온 게 청와대와 민주당”이라며 “두둔하자니 잘못이 명백하게 드러나 있고, 비판을 하자니 자신들 얼굴이 침을 뱉는 것이니 침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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