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참배 없고 삼지연 경축 주 무대 이례적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에서 ‘김정일 생일 80주년’을 맞았지만 열병식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메시지도 없었다.
 
공연과 불꽃놀이 등 기념행사가 열렸고, 평양 금수산태양궁전과 삼지연시를 비롯해 각지의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꽃바구니와 꽃다발이 바쳐진 소식은 들렸지만 김 위원장의 동향이 전해지지 않았다.

노동신문 등 북한매체는 15일 오전 김 위원장이 삼지연시에서 열린 중앙보고대회에 참석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후 합동예술공연과 불꽃놀이 등 경축행사에 김 위원장은 참석하지 않았고, 김 위원장의 참배 소식도 전해지지 않았다.

대신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덕훈 내각총리 등 고위간부들이 16일 삼지연시의 경축연회, 백두산 밀영의 김정일 고향집 방문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 2012년 집권한 이후 김정일 생일에 그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은 적이 없다는 점에서 이번 행보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광명성절 79주년에도 당일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고,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평양 만수대예술극장에서 기념공연을 관람하기도 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들'을 둘러보는 모습을 4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2019.12.4./사진=조선중앙통신

김 위원장은 부친의 생일을 맞아 평양이 아닌 백두산 인근 삼지연시에서 머물렀을 가능성이 있어보인다. 양강도 삼지연시는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고향이 있다고 주장하는 곳이자 김일성 주석의 항일투쟁을 상징하는 곳으로 '혁명성지'라 불린다. 삼지연에는 김 위원장이 머물 수 있는 별장이자 특각인 '초대소'도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번 김정일 생일 경축 주 무대를 삼지연으로 삼아서 백두산 혈통을 부각하고, 건설 분야 성과도 알리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삼지연에 혁명성지 의미를 부여하면서 삼지연시 건설사업을 주요 사업으로 추진해왔다.  

이어 이 당국자는 “북한이 이번 김정일 생일을 기해 대외 메시지 발신보다 주민결속 등을 노린 내부 축제에 방점 두고 행사를 치른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이번에 핵무력 등 군사 분야 성과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또다시 중대 결심을 하기 위해 잠행하는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2013년 고모부인 장성택 처형 결심 직전과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2019년 말 등 주요 계기에 내부 결속을 위해 백두산을 찾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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