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손충당급 추가 적립 필요하나 여러 제약 요인 한계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국내 주요 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에 대한 제한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정책당국의 리더십이 매우 중요하다는 제언이 나와 눈길을 끈다.

대손충당금은 회수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채권의 손실에 대비하기 위해 적립한 돈이다.

   
▲ 사진=김상문 기자


최근 한국금융연구원(KIF) 금융브리프에 실린 '코로나19 감염병 지속 상황에서 국내 은행의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위한 정책방향'에 따르면, 코로나19 조기 종식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신규 대출이 크게 늘어나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하지만 현재 연제율이 양호한 상황에서는 신용평가를 하향 조정하기 어렵고, 회계 기준에 따른 한계 등 여러 제한 요한 요인이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코로나19 확산 직후인 지난 2020년 3월 말 110.6%에서 지난해 9월 말 156.7%로 늘었다.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2020년 3월말 약15조 9000억원에서 2021년 9월말 11조 9000억원으로 감소했다. 

반면 국내 은행의 총여신은 2020년 3월말 2046조 1000억원에서 2021년 9월말 2333조 6000억원으로 큰 폭으로 증가함에 따라, 부실채권비율도 크게 하락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현재 코로나19에 따른 만기 연장, 원리금 상환유예 등 정부의 금융지원정책 시행으로 부실의 현재화를 연기해 줌으로써, 자산건전성이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해줄 가능성이 있으며, 이로 인해 국내 은행의 대손충당금적립률이 높게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높은 대손충당금적립률은 대손충당금이 증가한 것 뿐만 아니라 부실채권 규모가 크게 축소됐기 때문이며, 신규 대출이 크게 증가한 상황에서 은행의 손실흡수능력에 대한 과신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것.

부실채권 대비 대손충당금적립률은 높아진 반면, 총여신 대비 총대손충당금잔액의 비율은 2021년부터 다소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 총여신 대비 대손충당금 비율은 2019년부터 2020년말까지 0.85% 수준에서 크게 변하지 않고 있으며, 2021년부터는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현재 국제회계기준(IFRS9)에서는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높게 산출돼 연체율이 양호하게 유지되는 시점에서, 은행이 실제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순호 연구위원은 "코로나19 감염병 지속으로 대량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대손충당금 적립은 IFRS9 기준에선 은행이 재량을 발휘할 여지가 있으나, 실제 운용에선 은행과 외부 회계감사기관의 소극적 태도 등 여러 현실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런 제한 요인을 제거해 주기 위해선 금융감독당국이 리더십을 발휘하고, 은행이 보다 적극적인 수용자세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우선 각 은행이 감염병 지속 상황에서 스트레스 테스트 등을 통해 예상손실 추정 방법론을 업데이트할 필요성을 점검하고, 이에 따른 충당금 추가 적립에 대해 감독당국이 전향적인 입장을 밝힘으로써, 과도한 충당금 적립 논란을 사전에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 연구위원은 "긴급히 은행이 위기 대응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감독기준 상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을 탄력적으로 운용하고, 특별대손충당금 등을 유도할 수 있는 정책수단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은행이 대손충당금 적립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선, 은행의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에 대해 세무상 손비인정이 차질없이 이뤄지도록 세무당국의 이해와 협조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