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음악저작권' 경남 '증권분석' 전북 '코인 실명계좌' 개시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지난해 역대급 경영실적을 거둔 지방은행들이 신성장동력으로 주식시장과 가상자산에 주목하고 있다. 음악저작권을 디지털자산으로 만들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가 하면, 암호화폐 거래에 필요한 실명확인 입출금계좌를 개설해주며 영역확장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부산은행은 소니뮤직퍼블리싱 한국지사, 미디움과 디지털자산 금융사업 진출을 위한 '메타버스-블록체인 전략적 제휴' 협약식을 가졌다. 최근 급속히 성장 중인 메타버스 시장에 혁신적인 디지털자산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포부다. 

   
▲ BNK부산은행은 본점에서 소니뮤직퍼블리싱(한국지사), 미디움과 디지털자산 금융사업 진출을 위한 ‘메타버스-블록체인 전략적 제휴’ 협약식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사진 왼쪽부터 김판종 미디움 대표이사, 안감찬 BNK부산은행장, 이현훈 소니뮤직퍼블리싱 한국지사 대표이사)/사진=부산은행 제공


이번 협약으로 부산은행은 소니뮤직, 미디움과 협업해 유명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디지털자산 형태로 개발·공급할 계획이다. 음악을 디지털자산으로 가공해 금융에 접목하는 시도는 부산은행이 최초다. 

더불어 부산은행은 주요 메타버스 플랫폼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블록체인 메인넷 △음악 대체불가능토큰 △디지털자산 유통 등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BNK경남은행은 기술기반 주식분석 스타트업 회사인 호라이존테크놀로지와 손을 잡고 '증권분석 서비스'를 도입했다. 단순 은행의 업무영역을 너머 생활금융플랫폼으로 도약하기 위해, 고객에게 필요한 생활금융서비스업체와 제휴를 기획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증권분석 서비스는 인공지능(AI)이 분석한 미국과 한국 등 1만 2500여개 상장사의 재무제표 분석 데이터와 가치지표 분석·성장성 데이터 등을 정리해 비주얼리포트로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경남은행은 고객들에게 해당 리포트를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으로 무료 제공할 계획이다. 

JB전북은행은 지난 16일 제5 가상자산 거래소 진출을 희망하던 고팍스의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 개설은행으로 제휴를 맺고, 확인서를 발급했다. 

업계에 따르면, 시중은행이 새로운 가상자산사업자에게 실명계좌를 내준 건 지난 2018년 이후 처음이다.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기존 4개사와 더불어 고팍스는 제도권에서 원화 마켓을 합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 

가상자산거래소는 '특정금융거래정보에관한법률'(특금법)에 따라, 원화 기반 거래서비스를 제공하는 '원화 마켓'과 코인 간 거래만 가능한 '코인 마켓'으로 구분된다. 원화 마켓 기반 거래소는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발급서와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아,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해야 한다. 

국내 4대 가상자산 거래소는 원화 마켓 기반으로, 코빗은 신한은행이, 빗썸·코인원은 NH농협은행이, 업비트는 케이뱅크가 각각 계좌를 내주고 있다.  

이번에 전북은행이 지방은행 최초로 가상자산거래소와 제휴를 맺음에 따라, 다른 지방은행도 대열에 합류할 지 주목된다. 지방은행이 '규모'의 시중은행과 '혁신 기술'의 인터넷은행 사이에 끼어 있는 만큼, 가상자산시장이 새로운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대표적으로 케이뱅크는 코인 열풍이 가세하면서 지난해 고객 수가 1년 만에 219만명에서 717만명으로 약 500만명 늘어났다. 비트코인이 5000만원 이상을 호가하던 지난해 3월에는 2개월만에 3조 1000억원의 수신을 불리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이) 자금세탁 이슈가 크기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지만, 고객 유입 등을 고려하면 거래소와의 실명 계좌 제휴는 매력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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