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자동차 시장 트렌드가 전기차로 전환되고 있지만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를 비롯해 쌍용자동차 등 전기차를 출시중인 업체들이 부품수급문제로 출고지연과 생산을 중단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정부의 전기차 보급 목표 20만대 달성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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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 EV6./ 사진=미디어펜 |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올해 전기차 보급목표를 20만7000대로 잡았다. 그 중 승용차는 16만5000대로 설정했다.
지방자치단체 별로는 경기도 3만3902대, 서울 2만7000대, 인천 1만1816대, 경남 1만대, 경북 9155대, 대구 6191대, 제주 5500대 등으로 보급 목표를 설정했다.
이 같은 전기차 보급 목표는 보조금 지급과 직결된다. 올해부터 5500만원으로 조정된(지난해 6000만원) 보조금 100% 지급 상한액을 초과하는 고급 전기차 모델까지 감안하면 전기차 신규등록은 20만대를 크게 넘어설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출시된 현대차 아이오닉 5, 기아 EV6, 제네시스 GV60에 올해 한국지엠 볼트EUV 신형 볼트EV, 쌍용차 코란도 이모션 등 경쟁력 있는 전기차 모델들이 연이어 시장에 나오면서 소비자 선택권이 다양해져 충분한 전기차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입차 업체들 역시 테슬라를 비롯,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볼보, 폴스타 등이 전기차 신모델을 잇달아 출시하면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업체별로 계약된 물량만 모두 합산해도 정부와 지자체 보급목표를 달성하기에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관건은 공급능력이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지난해부터 쌓인 출고대기물량도 소화하기 힘든 상황에서 올해 새로 계약되는 물량에 대응하긴 역부족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 아이오닉 5의 출고대기 물량만 4만4000대 이상이었고, EV6 2만여대, GV60 1만7000여대 등 현대차그룹 전용 전기차 3종만 8만1000대 넘게 백오더가 쌓였다.
현대차‧기아는 유럽에서도 아이오닉 5와 EV6의 인기가 높은 데다, 친환경차 의무판매비율을 충족시키기 위해 수출 물량에도 상당 부분을 할애해야 하는 만큼 국내 수요에만 집중하기 힘든 형편이다.
현대차‧기아가 영업 현장에 공지한 납기 현황을 보면 아이오닉 5와 GV60는 현 시점에서 계약해도 출고까지 12개월이 걸리고, EV6의 경우 13개월이 소요된다.
미국으로부터 수입해 판매하는 한국지엠의 볼트EV와 볼트EUV도 배터리 결함에 따른 리콜 문제로 인도가 늦어지고 있다. 회사측은 2분기 중으로 인도를 개시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물량수급이 어떻게 될것인지는 지켜봐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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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쉐보레 볼트EUV와 볼트EV. /사진=한국지엠 제공 |
최근 브랜드 첫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을 출시한 쌍용차도 생산 차질에 발목이 잡힌 것은 마찬가지다. 이달 초까지 3주간 사전계약물량 3500대를 기록하며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생산량이 뒷받침되지 못해 최근 계약 접수를 중단한 상태다.
당초 계획물량의 두 배 이상의 계약이 몰리면서 배터리를 더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배터리를 공급하는 LG에너지솔루션과의 추가 공급 계약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 관계자는 "코란도 이모션이 상품성 대비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으며 예상보다 많은 계약이 몰려 배터리 추가 수급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생산에 필요한 배터리가 충분히 확보되는 대로 계약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당초 계약 물량보다 수천 대를 추가로 공급해달라는 요청에 난색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배터리 생산라인은 전기차 업체와 계약된 물량을 생산 계획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고객사에서 초기 제시했던 것보다 급격히 늘리면 대응이 어렵다"면서 "차종마다 스팩이 다르기 때문에 특정 고객사의 추가 공급 요청에 대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코란도 이모션 계약이 재개되더라도 물량을 추가로 더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좋은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공급 차질이 국내 시장에서 불고 있는 전기차 붐이 한풀 꺾이는 원인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는 한 번 구매하면 수년간 사용하는 내구재인 만큼 올해 전기차 구매를 계획했다가 인도 지연으로 내연기관차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생길 경우 다시 전기차로 돌아오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면서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우선 생산을 유도하는 인센티브 등의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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