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직접 만난 광주시민 "요 몇년간 계속 인구 줄고 있다"·"진짜 민심…기사 좀 잘 써달라"
목포시민 "이낙연이었다면 지금 이기고 있을 것"…나주시민"이재명 지지자요 쉽게 말 못해"
[광주=미디어펜 김규태 기자] "지금까지 민주당은 광주를 무엇으로 생각해왔던 것이냐. 다른 지역에 다 있는 복합쇼핑몰이 왜 광주에만 없는 것이냐. 여기에 다른 건 없는줄 아느냐. 다른 지역에 있는데 광주에만 없는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광주 시민들을 대체 어떻게 보았길래 국민의힘 윤석열의 그런 공약에 이제서야 '앗 뜨거라'하면서 반응하는 것이냐." - 광주시민 권 모 씨(26·남)

"광주 소득 수준이 타 지역에 비해 낮지 않은 것은 알고 있지만 소비 수준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고 본다. 어디 가서 돈을 쓸만한 데가 없다. 다른 지역으로 원정 가서 사온다고 해도 무방하다. 우리 지역에서 돈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한다. 민주당이라는 것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 같다. 고작 시장 상인들 소수의 이익과 광주시민 백오십만이 누릴 생활의 질 중 뭐가 더 중요한가? 민주당은 광주가 요 몇년간 계속 인구가 줄고 있는건 아느지 모르겠다. 민주당은 지금까지 뭘 한거냐." - 광주시민 정 모 씨(34·여)

"기자라면 광주의 진짜 민심에 대해 기사 좀 잘 써달라. 복합쇼핑몰 유치를 반대하는건 근처 상인들 밖에 없다. 그런데 상인들과 시민단체 등쌀에 쇼핑몰 유치를 무산시킨건 민주당 맞다. 알만한 광주시민들은 다들 그렇게 생각한다. 지금까지 몇년간 자기네들이 어떻게 해왔는지 사과해도 모자를 마당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한다. 쉽사리 윤석열 찍기는 힘들어도, 이재명 찍을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 보다 훨씬 더 줄어들게 뻔하다." - 광주시민 황 모 씨(39·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8일부터 19일까지 1박 2일에 걸쳐 순천·목포·나주·광주·익산·전주 등 전남·전북 일대를 돌았지만, '호남 민심' 특히 광주 민심은 좋지 않았다.

본보는 이재명 후보의 호남권 일정 중 18일 목포·나주·광주 일대를 동행했다. 유세 현장에서는 주로 당원과 지지자들만 만날 수 있어, 가급적 기차역이나 시내 중심가 다른 곳에서 일반시민들을 만나 목소리를 청취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월 18일 오전 첫 일정으로 전남 순천시 연향패션거리를 찾아 유세를 갖고 있다. /사진=민주당 선대위 제공

목포와 나주에서는 8명씩, 광주에서는 14명의 일반시민을 만나 이 후보에 대한 평가와 최근 쟁점으로 떠오른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 논란에 대해 물어보았다. 연령은 20~40대 위주로 최대한 젊은 층의 목소리를 듣고자 했다.

시민들 목소리는 다양했지만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것이 있었다. 국민의힘 후보에 대한 거부감은 여전했지만, 민주당 후보에 대한 반감 또한 만만치 않았다는 점이다.

총 30명 중 18명이 윤 후보에 대해 대통령 되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4명은 모르겠다고 답했고 8명은 윤 후보가 대통령 되는 것을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 후보의 경우 응답자 30명 중 14명이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 되는 것을 찬성한다'는 입장이었다. 4명은 '모르겠다'고 밝혔고, 12명은 '반대한다'고 답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월 18일 오후 전남 목포시 평화광장에서 유세를 가진 후,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두 손을 치켜 올리고 있다. /사진=민주당 선대위 제공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목포시에서 만난 한 시민(32·남)은 18일 본보의 취재에 "이낙연 전 대표가 경선에서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다면 지금쯤 모든 호남 표가 모여서 이기고 있을텐데 이재명 후보는 그렇지 않다"며 "민주당 지지자,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라도 쉽사리 아무 생각 없이 이 후보를 계속 지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이재명 말마따나 정치의 존재 의의는 국민을 잘 먹고 잘 살게 해주는 것"이라며 "그런데 지난 몇년간 민주당이 뭘 해준게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건 삶의 질이 실제로 올라가는지 아닌지"라며 "이재명이 대통령 되면 우리나라가 어떻게 될지 쉽게 그려지지 않는다. 아마 자기 최측근들만 가려뽑고 국민 일부를 온갖 구실로 제재할 수 있다고 본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문재인을 지킬만한 사람도 이재명 보단 윤석열이 우위라는 얘기가 주변에서 많이 나온다"고 전했다.

나주의 한 시민(42·남)은 이날 본보 취재에 "술자리든 밥먹는 자리든 '나 이재명 지지자요'라고 말을 쉽게 하질 못한다"며 "이렇게 X팔린 민주당 후보도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렇다고 해서 윤석열에게 표를 주진 않겠지만 나부터 자신있게 떳떳하게 확신을 갖고 민주당 대선 후보를 찍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내 주변에는 이재명을 찍겠다는 사람보다 관망하거나 자기 입장 드러내지 않는 사람, 투표장에 가지 않겠다는 사람이 더 많다"고 밝혔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월 18일 오후 전남 목포시 평화광장에서 유세를 갖고 있다. 사진은 이 평화광장의 전경이다. 지지자 등 목포시민들이 운집해 있다. /사진=민주당 선대위 제공

이 후보는 이번 1박 2일 호남행 일정을 통해 윤 후보에 대한 비판과 지역 표심에 대한 구애에 주력했다.

다만 최근 가장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른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 공약에 대해선 "터놓고 대화하고 조정해서 모두(인근 소상공인·시민단체·광주시민 소비자 등)가 만족할 수 있는 합리적 타협안을 만들면 된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윤 후보가 기세를 높인 가운데 이 후보가 호남 표심을 결집시킬지 관심이 쏠린다.

3월 9일 대통령선거일까지 단 18일 남았다. 이 후보가 민주당 텃밭으로 꼽히는 호남에서 어떤 성적을 거둘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