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미국의 경제지 포브스는 29일(현지시간) 싱가포르의 리콴유 전 총리가 생전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감탄했다고 전했다.
포브스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이 리콴유 전 총리의 장례식에 참석한 것을 소개한 뒤 리콴유 전 총리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닮은 점을 꼽으면서 이같이 소개했다.
이 매체는 두 지도자의 공통점은 경제적 성공 모범 사례를 만들어 역사에 자리매김한 것으로 평가했다.
리콴유 전 총리는 일본의 지배와 영국의 철수, 싱가포르를 지배했던 말레이시아 지도자들과 맞서는 한편 중국인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힘들었던 싱가포르를 세계적인 수준의 기본시설을 갖춘 경제·금융 중심지로 키워나갔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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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경제지인 포브스는 29일(현지시간) 싱가포르의 리콴유 전 총리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닮은꼴 지도자로 소개했다. 사진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지난 1979년 10월19일 청와대를 방문한 리콴유 전 총리를 접견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재벌을 감독·지도해 이들이 자동차, 조선, 전자기기 등을 만들어 미국, 영국, 일본의 세계적인 기업들과 경쟁하게 했다며 현재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인 삼성, 현대, LG, SK 등은 박 전 대통령의 추진력과 안목에 큰 빚을 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포브스는 리콴유 전 총리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6차례 방문했다는 사실과 함께 그가 박 전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감탄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후 2시(현지시간)부터 싱가포르국립대 문화센터에서 열린 리콴유 전 총리의 국장에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장례식장에 도착한 뒤 조문록에 서명하고 "리 전 총리는 우리 시대의 위대한 지도자였다(Lee Kuan Yew was a monumental leader of our time)"며 "그의 이름은 세계 역사에 새겨져 영원히 기억될 것(His name will remain forever engraved in the pages of world history)"이라고 글을 남겼다.
박 대통령은 이미 자신의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에서 "리 전 수상 부부는 나에게 부모님 같은 정을 주시는 분들"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박 대통령과 리 전 총리의 인연은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대통령은 1979년 10월 19일 리 전 총리의 국빈방한 당시 만남을 가졌다. 이는 박 전 대통령이 암살되기 1주일 전으로 당시 리 전 총리는 박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으며 박 대통령은 작고한 모친 육영수 여사를 대신해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고 통역도 맡았다.
리 전 총리도 회고록에서 "영어를 할 줄 아는 그(박 전 대통령)의 20대 딸 박근혜의 통역으로 우리의 대화는 진행됐다"고 이 만남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이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 시절이던 2006년 5월 20일 고려대 명예박사학위 수여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리 전 총리 내외와 재회했다.
당시 리 전 총리의 부인인 콰걱추(柯玉芝) 여사는 박 대통령에게 "선거유세를 다니려면 목이 제일 중요하다. 목을 잘 보호해야 한다"며 싱가포르산 사탕을 건넸고 박 대통령은 '부모님이 살아계시면 이렇게 나를 챙기셨겠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자서전에 언급하기도 했다.
이후 2008년 7월 15일에는 당시 고문장관이던 리 전 총리의 초청을 받아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의원 자격으로 싱가포르를 방문해 환담을 나눴다. 박 대통령은 당시 콰 여사가 2006년 방한 때 줬던 사탕을 떠올리면서 "마침 당일 피습을 받아 먹을 수 없었다"며 "대신 잘 간직했다"고 말했다.
이 '커터칼 피습'과 관련해 박 대통령은 "나중에 두 분(리 전 총리 부부)이 내 소식을 듣고 너무나 안타까워했다는 말을 들었으며 두 분은 나의 쾌유를 비는 편지도 보내주셨다"면서 "부모님의 정을 느끼게 해준 두 분을 나는 잊지 못할 것"이라고 자서전에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