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KBO(한국야구위원회)가 21일 2022시즌 10개 구단 선수들 연봉과 관련한 다양한 자료를 공개했다. 그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것이 역대 최고 인상액·인상률을 동시에 기록한 SSG 외야수 한유섬의 연봉이었다.

한유섬의 2022시즌 연봉은 24억원이나 됐다. 지난해 연봉이 1억8000만원이었다. 무려 22억2000만원이나 인상됐고, 인상률은 1233.3%에 이르렀다. 모두 KBO리그 역대 1위에 해당하는 인상액 및 인상률이다.

한유섬은 FA 계약을 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 기록적인 인상으로 메이저리그 출신인 팀 동료 추신수의 연봉(27억원)과 거의 비슷해졌을까.

   
▲ 5년 다년계약을 하고 기념 촬영을 한 SSG 한유섬. /사진=SSG 랜더스


이는 비(非)FA 장기계약과 내년부터 도입 예정인 샐러리캡의 영향 때문이다.

한유섬은 올 시즌을 마치면 FA 자격을 얻는 예비 FA다. SSG 구단은 한유섬이 팀에 장기적으로 꼭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FA에 준하는 장기계약 카드를 꺼내 한유섬을 미리 붙잡았다. 계약 당시 SSG는 한유섬과 5년 총액 60억원(연봉 56억, 옵션 4억원)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연봉 총액만 발표했지, 세부적인 연봉 내역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 책정된 연봉이 24억원이나 돼 5년간 받을 연봉의 42.9%를 한꺼번에 받는다. 5년간 56억원이면 1년 평균 11억원 남짓인데, 그보다 두 배 넘은 연봉을 계약 첫 해에 몰아서 받게 된 것이다.

한유섬이 비록 FA는 아니지만 올 시즌 후 FA가 된다는 점 때문에 이런 계약이 가능했다. 국내 FA 계약의 경우 특급이나 A급 선수들은 거액의 계약금을 챙긴다. 이번에 KIA와 6년 150억원의 대박 FA 계약을 한 나성범이 좋은 예다. 나성범은 계약 총액의 40%에 해당하는 60억원을 계약금으로 받았다.

한유섬은 미리 5년 장기계약을 했기 때문에 FA가 되더라도 계약금을 받을 수 없다. SSG는 계약금에 상응할 만한 목돈을 올해 연봉에 포함시켜 준 것이다. 향후 4년간 한유섬이 받을 연봉은 총액 32억원, 평균 8억원이다. 한유섬의 올해 연봉도 8억원 수준이라고 보면 나머지 16억원을 계약금 대신 받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SSG는 한유섬 외에도 투수 박종훈(5년 65억원), 문승원(5년 55억원)과도 같은 이유로 5년 다년 계약을 했다. 이로 인해 박종훈의 연봉은 지난해 3억2000만원에서 18억원으로 뛰었고(인상률 462.5%), 문승원은 3억원에서 16억원으로 역시 급상승(인상률 433.3%)했다. 

박종훈과 문승원은 지난해 나란히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다. 올 시즌 언제 복귀할 것인지 확실하게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이렇게 높은 연봉을 준다는 것은 '미리 당겨서 주는 FA 계약금'으로 설명이 된다.

또 하나, 내년 도입 예정인 샐러리캡에 대비하는 측면도 있다. 샐러리캡이 실시되면 선수들 연봉 총액의 상한선이 정해진다. 고액 연봉 선수가 많으면 샐러리캡을 맞추기 힘들어진다. SSG는 이들 3명에게 계약 첫 해 연봉을 많이 줌으로써 내년 전체 연봉 규모를 줄일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되고 보니, 한유섬, 박종훈, 문승원의 올해 연봉 합계가 58억원이나 된다. 추신수의 연봉 27억원까지 더하면 85억원이다. 올해 SSG 팀 연봉 총액이 146억400만원의 58.2%를 이들 4명이 가져간다.

메이저리그에 비해 FA 계약시 계약금 비중이 과하게 높은 KBO리그의 현실이 빚은 기형적인 연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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