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콘텐츠 통제 장벽 높아져…세계 소비자 겨냥 가치 담아야

   
▲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
배우 이영애가 11년 만에 뉴 노멀(New Normal) 느낌으로 컴백을 알렸다. 올드 노멀은 드라마에선 ‘대장금’이었고 영화로는 ‘친절한 금자씨’였다. 2004년 그 당시 장금이와 금자는 이를테면 포스코식 연금술이었다. MBC 인 하우스(in house)라는 거대 조직 제작시스템에서 빚어낸 역작이 불멸의 ‘대장금’이었으니 마치 한국 콘텐츠 산업 제작기지 본 공장에서 산출한 순정품과 같았다.

여세를 몰아 만든 ‘친절한 금자씨’도 명장 박찬욱감독이 조련해낸 충무로 일관공정시스템 산물이었다. 최고 PD와 감독이 주재하고 슈퍼스타 주인공이 리드하는 원 톱 원 스트라이커 방식이었으니 철저한 조직력과 엄중한 위계질서로 용광로를 매만지는 포스코 방식 올드 노멀이라 할 만하다. 그랬던 올드 노멀 한 축, 이영애가 전 세계 팬들의 연호에 화답하며 이윽고 다시 서려 한다. 무엇이 달라져야 하고 어떤 스타일을 창안하면 좋을지 짚어보자.

   
▲ 이영애 11년만에 드라마 '사임당' 출연./연합뉴스TV 캡처
우선 새로 나올 드라마 ‘사임당’이 이미 저성장 시대로 접어든 한류 뉴 노멀 상황을 헤쳐 나갈 진정한 문제작이 되길 기대한다. 최대 수출국 중국부터 당장 덜 쓰고 덜 들여오는 이른바 뉴 노멜 체제가 한류 콘텐츠산업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어서다. 분기점은 2013~2014년 중국을 강타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었다.

역설적이게도 이 드라마의 전대미문 초대박 성공은 한류 봉쇄로 이어지고 말았다. 중국 수뇌부까지 인터넷 모바일을 달군 이 한류 명품을 주목하고 37억 클릭 수가 제대로 환호하는듯하더니 벼락같이 견제의 셔터를 내려버렸다. 중국 신문출판관전총국이 공시한 인터넷 총량 쿼터제가 올해 초부터 시행되어 이제 더 이상 한국의 드라마가 빛의 속도로 중국 동영상 플랫폼에 탑재될 수 없게 꽁꽁 묶였다.

한국 TV에서 종영 후 드라마 전 편을 중국 광전총국에 전수 납본을 하고 심의를 통과해야 비로소 서비스 될 수 있는 신종 뉴 노멀 강압 국면이 찾아 온 것. 중국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역 22개 성에서 수백 명씩 공무원들이 외래 콘텐츠를 일일이 검수한다고 하니 한류 최전선은 초비상이다. 어떤 이는 인터넷 플랫폼이 아니라 중국내 지상파 TV 채널로 직행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사정은 그렇지 않다.

   
▲ 이영애 출연 '대장금'
내용이 한국적일수록, 서양 분위기로 세련되어 보일수록, 너무 창의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해 과학과 비과학의 경계를 넘나들수록 국가 기간미디어인 전통 TV에 들어가긴 더 어렵다. 그래서 500년 세월을 초월한 ‘별그대’ 도민준 캐릭터가 CCTV 본 마당에 들어서지 못하고 요쿠 투도우 같은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에 살짝 비켜 입점했었다. 재밌게도 35세 미만 네티즌, 스마트 미디어 팬덤에 올라타 대박을 터뜨렸지만....

이 같이 한류는 분명 뉴 노멀 빙하기에 진입하고 있다. 중국과 같은 외부 세력의 저성장 저소비뿐만 아니라 우리 내부 저금리 저고용 저출산 등등 감퇴한 에너지도 뉴 노멀 틀을 재촉하고 있어 어쩌면 불요불급한 미디어 콘텐츠 부문이 직격탄을 맞게 될 수도 있다. 실제로 2012년 ‘강남스타일’ 싸이의 K POP 한류 득점 이후로 내리 3년째 후속 골이 터지지 않고 있다.

드라마 ‘별그대’는 문화적, 표피적으로는 대성공을 거두었지만 제작사 HB엔터테인먼트나 방영사 SBS는 거의 실리를 취하지 못했다. 초기 투자 문제로 불리한 계약을 맺어 제작사는 몇 십분의 일도 못 되는 수익 배분에 그쳤고 SBS는 ‘별그대’ 이후 의아한 내리막길로 곤두박질 중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실시한 '2014년 텔레비전 방송채널 시청점유율 조사'에서 KBS1이 14.955%로 1위였고 SBS와 지역민방의 시청점유율을 합한 SBS 네트워크 전체 시청점유율은 11.297%로 지상파 중 최하위였다. 종편 4사를 합치면 11.8%로 이미 SBS를 추월했고 특히 뉴스 부문에서는 SBS의 추락 낙폭은 더 커져버렸다.

   
▲ '별에서 온 그대'/SBS 캡처
흡사 불세출의 명작 <대장금> 방영 이후 한동안 MBC가 흔들리면서 뒤처졌었던 것 같이 한류 대작 <별그대>를 내놓은 SBS도 맥을 못 추고 있는 상황이다. 무슨 한류의 저주인 듯하지만 사실은 한류 뉴 노멀의 역습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두 미디어 기업의 경영 실패 사례였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경우 점차 저성장 저소비가 초래한 뉴 노멀 기조에 따라 외래 콘텐츠 입지가 줄어들어 문화교류는 하되 상업무역으로서 콘텐츠 수출은 통제하는 악조건에 대비하지 못한 결과다.
 
‘별그대’ 같은 한류 대작을 값싼 중국내 오락 CF쯤으로 사용하고 실제 광고주 수익은 죄다 중국 미디어기업들이 취하는 부당 거래에 속수무책이다. 한국에 불법 체류한 러시아 무용수, 동유럽 모델 처지를 점점 닮아가는 한류 뉴 노멀 시대 비애가 아닐 수 없다.

때문에 이번 이영애 컴백은 하기에 따라서 큰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영애는 가수 싸이와 함께 전 지구촌이 인지하는 문화권력 슈퍼 파워가 아닌가. 얼마 전 3월 22일에는 서울 서초구에서 열린 이란대사관 주최 노루즈 행사에 참여해 화제를 뿌렸을 정도다. 노루즈는 고대 페르시아 제국부터 내려온 이란 최대의 명절이다. 이날 행사에는 하산 타헤리안 주한 이란 대사와 한국에서 사는 이란인 500여명이 참석했다.

하산 대사는 "이영애는 이란에서 가장 사랑받는 한국 스타로 양국 간 문화대사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고 이영애는 "한국에 '테헤란로(路)'가 있고 이란에 '서울로'가 있듯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양국의 우애가 더 돈독해지길 바란다"고 연설했다. 최근 연일 민망한 발언으로 빈축을 사고 있는 국가대표 직업외교관들에 비하면 한류 주역들의 민간 외교는 정말 가뭄의 단비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이란과 중동을 필두로 중앙아시아, 아프리카까지 석권한 것이 이영애와 ‘대장금’의 힘이었다.

이 한류의 위대한 유산으로 새롭게 덮친 한류 뉴 노멀 압박을 돌파해야 할 터이다. 그러려면 새 드라마 ‘사임당’은 철저히 국내용이었던 영화 ‘명량’이나 ‘국제시장’류로 흘러가선 안 된다. 우리 인물 우리 소재에 집착하면 할수록 뉴 노멀 시대 전 세계 시민들의 저소비 기조를 극복하긴 어려워진다. 뭔가 지역을 초월하고 다양한 문화권역을 관통해낼 수 있는 보편적 가치를 담아내야 승산이 있다.

아울러 중국을 생각해보면 기왕 친근감 지수 높은 이영애를 통해 좀 더 와 닿을 수 있는 현지화 설정을 심어야 한다. 이 점은 제작사 그룹 에이트 송병준 대표가 겪은 시행착오 좌절과 값진 경험에 큰 기대를 걸고 싶다. 10년 전 그는 한중 합작에다 사전 제작이라는 혁신으로 감행한 80억 원짜리 24부작 드라마 ‘비천무’ KBS 편성을 거부당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당시 KBS와도 SBS와도 협상에 실패한 그 경험은 MBC ‘대장금’에서 보았듯 회사 내부 인 하우스 방식으로 주도해야만 한다는 포스코식 전통 제작시스템과 뉴 노멀과 충돌이었다.

따라서 한류 뉴 노멀에 맞춘 새 드라마 ‘사임당’은 기어이 새 표준을 만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 드라마 포맷부터 지난해 네이버가 선 보였던 웹드라마 ‘간서치열전’처럼 만들어 TV뿐만 아니라 모바일 스마트 플랫폼을 시초부터 공략하면 좋겠다. 웹드라마 ‘사임당’이 나오면 바로 터치할 수 있는 모바일 쇼핑몰이며 삼성페이, 애플페이 같은 핀테크(Fin Tech)나 소셜미디어와 결합은 기본이다.

‘대장금’의 글로벌 성공에는 이전 한류 개막작이었던 ‘겨울연가’를 발굴해낸 일본 NHK의 숨은 공이 정말 컸다. 놀랍게도 매 회 방연 직후 한국의 왕조, 로얄 컬처를 설명하는 5분짜리 해설 보충 프로그램까지 자체 제작하고 이어 붙여 증폭시킨 신의 한수가 있었지만 이젠 바랄 수 없게 되었다. 그런 일본의 동조나 중국의 부응은 벌써 올드 노멀이 되어버렸다. 한류 히트 상품 K POP마저도 조금 진부해지고 있다.

이영애 새 드라마 ‘사임당’이 말 그대로 현모양처가 아닌 예술가로서 사임당을 창조적 파괴와 혁신으로 잘 보여줄 수 있다면 한류 뉴 노멀 상황을 타파할 새 표준이 될 수 있다. 들썩이는 중화권 뉴 노멀 잠을 깨워줄 문화 콘텐츠 창조경제 펀치가 그들에게도 필요하니까.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