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업체 이탈에 낮은 면세한도, 중국 면세점까지
“면세 산업 회생 시킬 특단의 대책 나와야”
[미디어펜=이서우 기자] 한 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국내 면세산업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명품업체들의 이탈과 낮은 면세한도, 중국 면세점의 부상이라는 ‘3중고’에 막혀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샤넬은 이달 말 롯데면세점 부산, 신라면세점 제주에서 운영을 중단한다. 이로써 비(非)수도권 시내 면세점에서 샤넬이 전부 철수하게 된다. 

같은 샤넬 매장이라도 시내 백화점은 ‘오픈런’이 이어질 정도로 초호황을 이루는 것과 대조적이다.

   
▲ 2021년 11월4일 서울 시내 한 백화점 명품관 앞에서 고객들이 개점 시간을 앞두고 입장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앞서 루이비통은 지난 1월 롯데면세점 제주, 신라면세점 제주 등에서 발을 뺐다. 이달부터는 서울 시내 면세점 운영을 순차적으로 중단해 국내 시내면세점에서 전부 철수할 계획이다. 대신  공항 면세점에 집중한다는 게 루이비통의 입장이다.

명품 시계 브랜드 롤렉스 역시 10개에 달하던 시내 면세점 매장을 단 2곳만 남겼다. 

명품업체들의 시내 면세점 철수는 중국 보따리상(다이궁)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다이궁이 중국 본토에서 해당 물건을 되팔 때 가품을 끼워 파는 등 브랜드 이미지를 하락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이들 명품 브랜드의 이탈은 국내 면세업계에 적잖은 타격으로 돌아올 전망이다. 당장 매출 급감이 예상된다. 

국내 면세점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명품들을 사가는 다이궁들로 근근이 버텨왔는데 이제 이들도 유인하지 못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당장 이들 브랜드들이  빠진 자리를 어떻게 채워야 할지도 고민이다.  ‘슈퍼갑’이라 불리는 명품업체들이 빠지면 다른 브랜드와의 협상력도 떨어진다는 얘기다.  

정부는 면세업계의 현실을 감안해 이달부터 해외로 출국하는 내국인에게 적용되는 면세 구매한도 5000 달러(약 602만5000원)를 폐지했다. 하지만 구매자가 면세혜택을 받을 수 있는 면세한도 600달러(약 72만원)는 그대로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 한산한 롯데면세점 소공점 내부 전경/사진=롯데면세점 제공


국내 면세산업이 경쟁력을 잃고 있는 반면 중국은 내수 활성화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이를 육성하고 있다.  중국은 하이난을 면세특구로 개발하면서 면세한도를 10만 위안(약 1886만 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하이난을 방문한 내국인이 본토로 돌아간 후에도 6개월간 온라인으로 면세품을 살 수 있게 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은 2020년 처음으로 세계 면세점 시장 1위에 올랐다. 

다른 면세점 관계자는 “중국 면세산업이 정책적 지원을 등에 업고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도 면세 산업을 회생시킬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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