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법 개정 반대 위해 조합원에 민주당 지지 호소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공약 중 하나로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내세운 가운데, 산은을 비롯한 국책은행 노조들이 잇달아 윤 후보를 비판하고 나섰다. 산은의 지방이전 공약이 선거를 앞두고 나온 데다, 다분히 정치적이고 즉흥적이라는 지적이다. 

한편으로 노조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국책은행 지방이전에 반대하는 내용의 '국제금융허브 서울 비전'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점을 언급하며, 노조원들에게 이 후보 지지를 독려하고 나섰다.

   
▲ 중앙선관위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TV토론회가 정치를 주제로 2월25일 서울 상암동 SBS 오디토리움에서 열렸다. (왼쪽부터)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인터넷신문협회 제공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윤승 산은 노조 위원장은 최근 '조합원 동지들께 부탁드립니다'라는 제하의 내부 소식지를 통해 "민주당 선대위 특보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조 위원장은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패배하더라도 지방 이전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민주당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행(산은)의 본점 이전을 위해서는 산업은행법 개정이 필요하고, 현 21대 국회 구성상 민주당이 반대하는 어떤 법안도 통과할 수 없다"며 "동지들이 힘을 모아 반드시 지방 이전을 막아내겠다"고 전했다. 

이 후보가 대선에서 패배하더라도 민주당을 지지함으로써 지방이전 법안 개정을 저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여대야소'의 현 정국을 고려하면 민주당이 법안 개정을 저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에는 산은·기업은행·수출입은행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금융노조 국책은행 지방이전 저지 태스크포스(TF)'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 

이 후보도 지난해 11월 19일 "수도권에 남아있는 공기업, 공공기관 200여곳을 지방으로 다 옮기려고 한다"며 수도권에 포진한 모든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1월 25일 민주당과 정책협약을 통해 국제금융허브 서울 비전을 합의하면서 이 후보를 전격 지지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정책협약에는 산은의 지방이전 금지 외에도 △일방적 경영평가와 예산지침 방지 △금융공공기관 자율경영을 위한 제도 개선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국무총리실 산하로 독립·재편 △공공기관 임금결정 과정에 근로자 참여 보장 등이 담겨있다.

윤 후보는 앞서 지난 1월 15일 부산 선대위 결의대회에서 산은을 부산으로 이전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후보는 "부산이 세계 최고의 해양 도시로 또 첨단 도시로 발돋움하려면 금융 자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저는 KDB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이후 윤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외자를 도입해 재벌 그룹이 클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했던 산업은행의 기능도 많이 변화했다"며 국회를 설득해 산은법을 개정할 것이라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당시 윤 후보의 발언 이후 금융노조는 "산업은행은 서울 및 수도권에서 잉여자금을 회수해 지방에 재분배함으로써 수도권과 지방 간 금융 격차를 해소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시키면 주 수익원으로부터 배제되어 지역 균형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자금을 포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은 곧 동아시아 금융중심지 정책의 포기와 직결된다는 데 있다"며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 등 국책은행마저 지방으로 이전한다면 이는 각 기관의 경쟁력 상실을 넘어 전체 대한민국 금융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고 비판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도 같은 달 27일 온라인으로 열린 'KDB 신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산은의 타지 이전에 관한 말은 이전에도 많았는데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무엇보다 수도인 서울에서 전국의 금융지원을 펼치는 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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