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의 여파로 한국 경제가 저성장과 고물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슬로플레이션(Slowflation)'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6일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 슬로플레이션 가능성 점증' 보고서를 냈다.
우선 미래 경기 방향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7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경기 하강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해 9월 100.8포인트(p)에서 4개월 연속 상승해 올해 1월 102.4포인트를 나타냈으나,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해 6월 101.8포인트를 정점으로 7개월 연속 하락해 올해 1월 100.1포인트를 기록했다.
선행지수는 향후 3∼6개월 정도의 경기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하락세가 수개월째 이어져 향후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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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동행·선행지수 순환변동치 추이/자료=현대경제연구원 제공 |
보고서는 국내에서 고물가 현상이 지속하고 있는 점도 거론했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 물가는 축산물, 공업제품, 외식비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했고, 체감물가 지표인 생활물가 상승률도 전년 동월 대비 4.1%로, 서민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보고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 세계의 대러 제재 등 영향으로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고, 원자재 가격 급등세가 지속된다고 전망했다.
그 결과 한국의 수출 경기가 하강하고, 원자재 수입이 증가하며 경상수지가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국내 물가가 상승 압력을 강하게 받으면서 소비·투자 심리를 위축시켜, 내수시장이 침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슬로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슬로플레이션이란 경기 회복 속도가 둔화되는 상황 속에서도 물가 상승이 나타나는 것을 뜻하는 용어로, 스태그플레이션보다 경기 하강의 강도가 약할 때 쓰이는 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세 역시 한국 경제의 핵심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유행 강도가 예상을 넘어서고 지속 기간도 길어질 가능성이 있어, 경제 심리가 위축되고, 경기 회복 지연이 우려된다는 전망이다.
보고서는 "오미크론 대유행의 정점은 3월 초·중순으로 예측되고 있어, 안정화 단계에 진입하는 시기는 4월 말 이후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 "당분간 많은 확진자가 나오며, 내수 시장 회복 지연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러면서, 국내 인플레이션 유발 구조가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에서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물가 상승은 에너지 등의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의 성격이 컸데, 최근 시장 수요 확대 정도를 나타내 주는 핵심물가(근원물가) 상승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소비자물가에서 농산물·석유류 등을 제외하고 산출하는 근원물가는 지난달 전월 대비 3.2% 올라, 지난 2011년 12월(3.6%) 이후 최고 상승폭을 보였다.
특히 향후 코로나19의 '엔데믹(토착 질환) 전환'에 따라 시장 수요가 급증하면, 고물가가 상당 기간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보고서는 "글로벌 교역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응, 수출시장 전반의 상황 점검이 요구된다"며 "2분기 이후 공급·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이 동시에 작용할 가능성에 대응, 세심하게 거시 경제 정책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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