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급투쟁' 벌이는 학부모·교사·정치권 즉각 중단해야

   
▲ 박종운 미디어펜 논설위원
최근 경상남도 홍준표 지사가 그간 무분별하게 이루어지고 있던 급식비 지원정책을 분별 있는 지원정책으로 전환하였다. 무상급식 광풍이 불기 이전처럼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에게 급식비 지원을 하는 것으로 하였다. 이로써 급식비를 낼 여유가 있는 집안에서는 급식비를 내는 정상화가 이루어졌다.

이러한 정책전환은 처음에는 우연한 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것은 2014년 홍준표 지사가 경상남도와 시군들이 경남 교육청에 지원하는 금액이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들여다보겠다고 한 것에 대해 박종훈 경남 도교육감이 이를 거부하면서 비롯되었다.

재정지원이 있었으면 과연 지원내역이 올바로 사용되었는지를 사후적으로 감사하는 것이 행정법 상 기본 원칙이다. 그런데 교육청은 이러한 행정법 상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주민들이 낸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도 모르고 그냥 돈만 지원하기만 하면 그것은 행정책임자의 직무유기다. 따라서 법률가 출신인 홍준표 지사는 당연히 ‘감사 없는 지원’은 불가하다고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홍준표 지사는 교육청에 대한 무분별한 급식 지원 예산으로 책정되어있던 예산 자체를 그냥 지원중단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학생들의 학습 보조비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러한 전환에 따라 가난한 집안의 학생들은 지원을 더 받게 됨으로써, 사회복지 지원정책이 사회 부조(社會扶助) 본래의 취지에 더 가까워지게 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전환에 대해 일부 여유 있는 집안의 학부모들이 부끄럽게도 급식비 보조금 획득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사실상 자기네 가계부에서 월 6-7만원의 추가 부담이 생기기 때문에 이러한 지출을 줄이려고 보급투쟁을 하고 있다.

   
▲ 경남도의 무상급식 중단 첫날인 1일 경남 진주시 지수면 지수초등학교 학부모들이 학교 건물 뒤편 공터에 솥 등 조리시설을 설치, 자녀의 점심을 준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들은 '아이들의 소중한 밥상을 지켜 주세요'라고 외친다. 그러나 누가 밥상을 빼앗아가는가? 과연 아이들이 밥을 먹지 못하는가? 가난한 아이들에게는 동사무소에서 급식비가 자동이체되는데, 그들이 밥을 먹지 못하는가? 급식이 중단되는 것이 결코 아님에도, 마치 급식이 중단되는 것처럼 하는 것은 사람들을 속이는 짓이다.

급기야는 학교 운동장에 솥단지를 걸고 직접 밥을 해먹이겠다고 한다. 경남 진주시 지수면에 있는 지수초등학교 학부모들은 4월 1일 학교 건물 뒤편에 조리시설을 설치해놓고 아이들의 점심을 준비했다. ‘급식이 중단되기에’ 급식을 직접 하려고 하는 인상을 심어주려는 ‘투쟁전술’이다. 그러나 실제는 급식이 전혀 중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단지 과거에는 급식비를 보조해주었지만 이제는 여유 있는 집에게는 더 이상 보조해주지 않는다는 것일 뿐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필자는 이러한 학부모들의 움직임이 투쟁 전술로서의 퍼포먼스가 아닌 한, 자신들이 직접 급식을 해주려고 하는 것이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 자신들의 비용으로 급식시설을 마련하고, 급식에 필요한 주식 부식 등을 직접 해주니 얼마나 좋은가? 초라한 반찬과 국으로 학생들이 급식에 정나미가 떨어져가는 마당에 부모들이 그렇게 초라하게 급식을 해줄 리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급식 체제는 학생들과 학부모들 모두 싫어하는 체제다. 한정된 보조금 예산만으로 전교생에게 급식을 하다 보니 식단이 부실해졌고, 또 서울시 같은 경우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휘하의 감사관 부인이 하는 친환경농산물 공급 업체에 의해서 농약이 검출된 식자재가 제공되어 농약 급식을 했던 일도 일어났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처럼 부모들이 직접 식자재 구매를 감시하고 또 돌아가면서 취사에 동참하여 애정이 듬뿍 담긴 급식을 했던 시절로 되돌아가는 것은, 그게 아니라면 언제든지 회사를 갈아치울 수 있는 민간 급식회사 급식 방식으로 식사의 질을 올리는 것은, 정말이지 바람직한 일이다.

   
▲ 1일 오후 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 신방초등학교 급식소에서 한 교사가 무상급식 지원 중단에 항의하는 '한 끼 단식'을 하고 있다. 이날 이 학교에서 단식에 참여한 교사들은 10여 명으로, 이들은 학생들에게 급식 지도는 하되 점심 식사는 하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다른 한편 전교조와 정치권도 급식비 보조금 획득 투쟁에 지원을 하고 있다. 전교조 선생님들은 학생들 옆에서 빈 식판에 구호 종이를 올려놓고 단식투쟁을 하고 있다. 전교조 선생님들은 여유가 있는 가정의 가계부 식비를 줄여주려고 애를 쓰는 비교육적 행위를 하고 있다.

전교조 선생님들은 먼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학생들의 차이는 통장에 자동입금되는 급식비에서는 별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이체를 학부모가 하든지 아니면 동사무소에서 하든지 그것은 선생님이 학생들이 모두 모인 곳에서 티를 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오히려 빈부가 표시되는 것은 피부 영양상태, 건강상태, 그리고 옷, 운동화, 가방, 학용품에서다. 학생들이 차별이 드러나지 않게 하려면 선생님들은 자동이체되는 급식비를 무분별하게 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교복 자율화를 폐지하고 교복 가방부터 획일화를 시켜야 할 것이다.

어린 아이들은 바보가 아니다. 과거 기성세대가 자라날 때처럼 도시락을 싸오는 아이와 도시락을 싸오지 못해서 밖에 나가 물로 배를 채우는 아이로 구별되던 시대가 아니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시각에서 아이들이 어떤 차별의식을 느끼고 있는지부터 제대로 살펴보는 것이 먼저다.

급식비 무분별 지원 폐지에 대한 반대에는 정치권도 가세하고 있다. 얼마 전 문재인 새민련 대표는 홍준표 지사를 찾아가 면담을 하였다. 그러나 그는 아무런 대안을 가지지 않고, 단지 무상급식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주장만을 되풀이했을 뿐이다. 그래서 새민련에서도 아무런 준비없이 불쑥 찾아간 것이 잘못이었다는 자기반성을 내놓았다. 심지어 같은 당의 안희정 충남지사조차도 ‘무상이 어디에 있는가 국민세금이지’ 하는 반응을 내놓았다.

안희정 충남 지사의 발언은 문제의 핵심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현재의 논란을 다시 정리하면, 세금을 재원으로 한 예산을 가져올 것인가 말 것인가다. 즉 무상 여부가 논란이 되는 것이 아니라, 급식비 보조금을 획득할 것인가 못할 것인가의 문제다. 예산 획득 투쟁이 국회에서 국회의원 사이에서 있었고, 예산을 따내려는 로비가 있었긴 했지만, 이렇게 예산획득투쟁이 바깥에서 벌어진 일은 초유의 일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있다. 아이들에게 자립심을 길러주고, 남을 위하여 기여를 하는 큰 인물이 되라고 가르쳐야 할 판국에, 공짜를 달라며 보급투쟁을 벌이는 학부모, 선생님, 정치권을 보고 자라는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아이들을 동원하여 공짜를 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작금의 사태는 정말 즉각 중지되어야 한다. /박종운 시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