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끝나자 두차례 MRBM 시험…4.15 기해 모라토리엄 파기 전망
“엔진 시험에 앞서 촬영기·송신 시험 ‘살라미 전술’ 의도 분석도 중요”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5일 또다시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올해 9번째 ‘미사일 시위’에 나섰다. 다음날인 6일 북한 노동신문은 “정찰위성 개발 계획에 따라 또다시 중요시험을 진행했다”며 “시험을 통해 위성자료 송수신 및 조종지령체계들의 믿음성을 확증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1월 한 달동안에만 7차례에 걸쳐 미사일을 시험발사했고, 베이징동계올림픽이 끝난 직후인 2월 27일에 이어 3월 5일 위성 시험발사에 나섰다. 최근 두 번의 발사체는 모두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으로 추정된다. 

정찰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리는 시험은 결국 장거리 로켓이 필요한 것이고, 위성 발사용 로켓의 원리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다르지 않다. 3단 분리체로 이뤄진 장거리 로켓은 탄두부에 위성체를 탑재하면 위성 발사용이 되고, 핵탄두 등을 장착하면 ICBM으로 전용된다.

게다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1월 1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 모라토리엄(유예) 파기를 시사한 바 있다. 당시 노동신문은 김 총비서가 성대한 김일성·김정일 생일 경축 준비를 지시하면서 그동안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 북한 국가우주개발국과 국방과학원이 27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에 대해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공정계획에 따라 중요시험을 진행했다고 노동신문이 28일 보도했다. 2022.2.28./사진=뉴스1

북한은 2018년 4월 이후 두 가지 시험을 중단해왔다. 따라서 북한의 최근 위성 시험이 ICBM 발사를 위한 사전 작업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엔진 시험을 하지 않고 촬영기 테스트에 이어 위성자료 송신 체계 시험을 하면서 ‘살라미 전술’을 펼치는 것도 주목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위성과 ICBM은 표리일체이기 때문에 위성 발사와 제재 강화의 악순환으로 북한의 핵능력은 고도화되고,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로 올라가는 2017년 상황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양 교수는 “북한이 정찰위성 길 닦기로서 살라미 전술을 보이고 있다. 엔진 시험도 하지 않고 촬영기 테스트와 위성자료 송신체계 시험을 하면서 살라미 전술을 펼치는 배경과 의도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의 대규모 엔진 시험을 하려면 앞서 미국에 대해 선제적 신뢰 조치의 하나로 폐쇄했던 철산리 서해발사장 복구부터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따라서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를 여러차례 살라미로 나누는 것은 북미 정상간의 합의 사항을 자신이 먼저 파괴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 북한 국가우주개발국과 국방과학원이 5일 정찰위성 개발계획에 따라 또다시 중요시험을 진행했다고 노동신문이 6일 보도했다. 신문은 지난달 27일 정찰위성에 장착될 기기가 촬영한 한반도 영상을 공개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관련 사진없이 3면에 관련 내용을 실었다. 2022.3.6./사진=뉴스1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일단 레드라인을 넘지 않으면서도 대외 정세와 무관하고 일관성 있게 지난해 1월 8차 당대회에서 결정한 자위적 국방건설 과제를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북한은 ‘중대한 전략적 과업’이라며 ‘가까운 기간 내에 군사정찰위성을 운용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이미 알려진 대로 정찰위성은 시험을 빌미로 ICBM 발사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천명했던 핵실험·ICBM 재개 모라토리엄 철회도 언제든 보여줄 수 있는 전략적 카드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이 6일 간격으로 정찰위성 개발 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볼 때 오는 4월 15일 김일성의 110회 생일 전까지 정찰위성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 센터장은 “그러나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로 인한 첨단장비 수입 제한과 북한의 낙후된 민간 분야 기술로 인해 비록 북한이 위성 발사에는 성공하더라도 군사적으로 의미 있는 정찰 기술을 확보하는 데까지는 매우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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