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제20대 대한민국의 새로운 대통령이 된 윤석열. 정치라고는 생전 기웃거려본 적도 없다가 어느날 갑자기 정치인의 험난한 길에 들어선 그의 정치 역정은 그야말로 파란과 파격의 연속이었다. "정치에 대해 뭘 아느냐?"는 기성 정치인들의 알게 모르게 던져진 멸시와 무시를 극복하고, 제1야당의 대선 후보로 '정권교체'라는 이변을 만들어 낸 '정치인 윤석열'에게는 도대체 지난 1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이었던 윤 당선인이 거칠고 냉혹한 정치의 세계에 처음 발을 담근 건 사실상 지난 2021년 3월 4일 검찰총장직을 던지면서부터다. 아직 정계 입문에 대한 이야기를 한 바도 없는데 이미 보수 야당은 일제히 윤 당선인을 향해 뜨거운 러브콜을 보냈고,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뛰어든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여야를 통틀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기염을 토했다.
상당수의 국민들은 윤 당선인의 등장에 열광했다. 특히 '정권 핵심과 맞서 싸워 지지 않았다'는 이미지와 '공정'과 '상식'이라는 시대 정신을 내세운 새로운 인물의 등장에 희열을 느꼈다. 또, 현 정권을 부패하고 무능하다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압도적인 정권 교체를 이뤄내겠다는 그의 출사표는 기성 정치 세력의 불공정과 내로남불에 지친 국민들에 희망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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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사진 |
검찰총장직을 던진 후 3개월 남짓 두문불출하던 윤 당선인은 지난해 6월 29일 "국민들이 정의가 무엇인지 고민하기 전에 누구나 정의로움을 일상에서 느낄 수 있게 하겠다"며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또, 한 달 뒤인 7월 30일에는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제1야당에 입당해서 정정당당하게 초기 경선부터 시작하는 것이 도리"라며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했다.
그러나 정치 신인 윤 당선인에게 여의도의 정치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공정'과 '상식'이라는 시대 정신을 내세워 압도적인 정권 교체를 이뤄내겠며 대선 출사표를 냈지만 여의도 문법에 익숙하지 않았던 그는 초창기 적응 과정에서 도덕성 논란과 말실수 등 미숙함을 보이기도 했다.
'전두환 옹호' 논란 발언이나 '개 사과' SNS 글은 치명적인 실책으로 꼽힌다. 또, '윤석열 X파일' 논란과 함께 부인 김건희 씨의 주가조작 혐의, 그리고 장모 관련 수사까지 가족 리스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면서, '공정'과 '정의'의 상징이었던 윤 당선인의 기존 이미지에 실망하는 국민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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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입당원서를 제출한 뒤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박민규 기자 |
다만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당내 경선 과정에서 홍준표-유승민-원희룡 등 여의도 정치판에서 잔뼈가 굵은 쟁쟁한 경쟁 주자들로부터 여러 파상 공세를 받으면서도 탄탄한 지지율로 당당히 본선 무대에 오르는 저력을 선보였다. 특히 '정권 핵심과 맞서 싸워 지지 않았다'는 이미지 덕분에 당원들과 국민들의 많은 지지를 얻었다.
결국 지난해 11월 5일 오후 윤 당선인은 국민의힘 20대 대선 후보로 선출되는 이변을 이뤄냈다. 윤 당선인은 이날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이번 대선은 상식의 윤석열과 비상식의 이재명과의 싸움"이라며 "'기득권의 나라'에서 '기회의 나라'로, '약탈의 대한민국'에서 '공정의 대한민국'으로 바꾸겠다"고 '정권교체'를 다짐했다.
자신의 야당 후보로 선출된 데 대해서는 "이 정권은 (저의 선출을) 매우 두려워하고 뼈아파할 것"이라며 "조국의 위선, 추미애의 오만을 무너뜨린 공정의 상징이자 문제인 정권의 정당성을 무너뜨리는 치명적인 아픔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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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3월 8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내일, 대한민국이 승리합니다”이라는 피날레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그러나 입당 날짜를 두고 초반부터 기싸움을 벌였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불안한 동거는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가 꾸려지고 난 뒤에도 계속 되면서 위기를 겪기도 했다. 선대위의 운영과 인사를 두고 이준석 대표와의 불화가 극에 달하면서 대선을 불과 3개월 남짓 남겨둔 지난 1월 초까지도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는 등 불안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당시 40%대를 달리던 지지율이 20%대까지 하락하는 등의 위기를 맡기도 했다. 그러나 윤 당선인은 김종인 중심의 선대위를 선거대책본부로 축소 개편하고 김종인 선대위원장과의 인연을 과감히 정리하는 등 리더십을 발휘해 갈등을 봉합했고, 바닥을 찍었던 지지율을 다시 40%대로 끌어올리는 등 저력을 선보였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와의 갈등도 지혜롭게 해결해 나갔다.
아울러 대선 최대 변수로 여겨 졌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야권 단일화'도 성공으로 이끌면서 '정권교체'를 향한 국민들의 열망에 보답하기도 했다. 사전투표 전날인 지난 3일 윤 후보와 안 대표는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해 뜻을 모으기로 했다"며 '원팀'을 선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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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3월 8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내일, 대한민국이 승리합니다”라는 유세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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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에서 제1 야당의 대선 후보가 된 윤 당선인은 현 정권을 "부패하고 무능한 정권"이라고 규정지으면서 '정권심판론'을 내세워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그는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2월 15일 이후 유세 연설마다, "좌파 운동권 세력에게 다시 나라를 맡기면 나라가 망한다. 이 무능하고 국민을 속이는 무도한 정권을 갈아 치워야 한다"며 '정권교체'를 호소했다.
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둘러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부정부패 세력이라고 몰아세우기도 했다.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을 두고는 "민주당 정권 5년 동안 주택 정책을 28번 바꿨다고 하지만 그건 다 국민들에 사기치는 것이고 일부로 이렇게 한 것"이라고 맹공을 펴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대선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서울 시청 광장에서 마지막 유세를 펼쳤다. 그는 "여러분께서 불러주시고 또 이 자리까지 오기까지 많이 응원해 주셔서 이제 대장정의 마라톤이 거의 끝나간다"며 "이제 스타디움에 들어왔다. 여러분의 응원과 앞도적 지지로 이제 내일 결승선을 1등으로 끊게 도와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그리고 결국 윤석열 당선인은 헌정사상 최초의 국회의원 0선이자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검사에서 다른 어떤 직업도 가져보지 않은 채 곧바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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