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샌티스 주지사 "입장 번복 가능성, '제로' 수렴"
디즈니, 법안 지지 주의원들에게 정치 자금 공여
성 소수자 단체 반발에 "소용 없었다…62억 기부"
[미디어펜=박규빈 기자]미국 플로리다 주의회가 유치원 내 동성애 교육을 금지하자 글로벌 미디어 기업 월트 디즈니가 정치 자금 제공을 끊겠다고 선언했다.

   
▲ 론 디샌티스(Ron DeSantis) 플로리다 주지사./사진=플로리다 주 정부 홈페이지
12일 연합뉴스는 AP 통신을 인용해 미국 공화당이 장악한 플로리다주 의회가 지난 9일 유치원에서의 동성애 등 성적 취향 또는 성정체성 관련 교육을 불법화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해당 법안에는 "유치원 3학년 이하 학생 등에게는 교원이나 제3자에 의한 성적 취향·성 정체성 수업을 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공화당 소속 론 디샌티스(Ron DeSantis) 주지사 서명을 거쳐 확정, 발효될 것으로 보인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차기 공화당 대선 주자로 거론된다. 그는 교사들이 유치원생들에게 성적 취향·성 정체성 이야기를 꺼내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는 지난 7일 "아이들을 등원시키는 부모들에게 이 같은 것들이 교육 과정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지자들과 만나 "이 법에 대한 입장을 번복할 가능성은 '제로'(0)"라며 법에 대한 지지 의사를 재확인하기도 했다.

당초 플로리다주 공화당은 성 정체성을 커밍 아웃하는 성 소수자 학생이 발생할 경우 담임 교사가 부모에게 이를 통지하도록 하는 법령도 법안에 넣고자 했지만 거센 반발에 결국 없던 일이 됐다.

민주당과 성적 소수자(LGBTQ) 관련 단체들은 이 법에 대해 '동성애 언급 말라 법(Don't Say Gay Law)'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여왔다. 플로리다주 일선 학교에서는 일부 학생들이 수업을 집단 거부하는 사태가 빚어졌고, 이 중 일부는 주의회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동성애자인 카를로스 G. 스미스 플로리다주 민주당 하원 의원은 "이 법안은 LGBTQ를 무시하고 공격하는 수단"이라며 "어린이들로 하여금 성 소수자들은 무언가 잘못돼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아동 접종·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 여러 쟁점을 두고 디샌티스 주지사와 파열음을 내 온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해당 법안을 '혐오 가득한 법안'이라고 비난했다.

   
▲ 밥 체이펙(Bob Chapek) 월트 디즈니 대표이사(CEO)./사진=월트 디즈니 제공
이와 관련, 밥 체이펙(Bob Chapek) 월트 디즈니 대표이사(CEO)는 직장 동료와 성 소수자 공동체 앞으로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동성애 교육을 금지한 플로리다주에 정치 자금 기부를 중단한다"며 "여러분(성 소수자)은 동등한 권리를 위한 싸움에서 내가 더 강한 동맹이 되기를 원했지만 나는 당신들을 실망시켜 미안하다"고 전했다.

한편 디즈니는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디즈니 월드를 포함한 대형 테마 파크 4개소와 호텔을 다수 운영하고 있다. 디즈니 측은 동성애 교육 금지 법안을 지지한 주의원들에게 정치 자금 30만달러(한화 약 3억7000만원)를 기부했고,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인권 단체들의 반발을 샀다.

체이펙 대표이사는 지난 9일 개최된 주주총회에서 이 법안에 반대하며 싸웠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부 성 소수자 커뮤니티에서는 이 법을 규탄하지 않고 침묵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체이펙 CEO는 동성애자 권리 옹호 단체들에게 500만달러(한화 약 62억원)를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했다.

디즈니는 △출신 △인종 △성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종교 △장애 △직업 △나이 등을 기반으로 한 언어적·비언어적 모욕과 차별을 지양하는 '정치적 올바름(PC, political correctness)'에 입각해 다양성·포용을 기업 문화로 삼고 있다.

이에 근거해 디즈니는 자사 보유 콘텐츠 스토리텔링에 PC 요소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원작의 백인 캐릭터가 흑인으로 나오는 등의 원작 훼손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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