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사내하도급 제한 요구시 단호 거부해야

   
▲ 이동응 경총전무
매번 반복되는 양치기소년의 거짓말이 있다. 올해 노사관계는 그 어느 해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이다. 

올해는 정말 단체교섭 과정이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 노사분규는 111건으로 작년의 72건에 비해 54.1% 증가했고, 노동조합의 불법 쟁의행위와 정치권의 현장 노사문제 개입 사례들이 급증했다.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문제를 둘러싸고 기업 현장에서는 노사간 극심한 대립으로 단체교섭이 예년보다 더디게 진행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따르면, 2014년 한 해 동안 접수된 통상임금 관련 소송이 200여건에 달해 노사의 자율적인 해결보다는 소송으로 비화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통상임금 인정 여부 판단에서 대법원의 판결 취지와 달리 하급심 법원 간에 일관된 모습을 보이지 않아 현장 혼란을 부추기는 결과를 야기했다.

이 밖에도 대기업 협력사 노조조직화와 이를 투쟁동력으로 활용하려는 노동계 전략에 의해 대기업 협력업체를 둘러싼 노사관계 불안이 가중됐다.
 

개별기업의 단체교섭은 난항을 겪으며 불안 양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사정위원회에서 2014년 12월 23일 노동시장 구조개선에 관한 기본적인 원칙과 방향에 합의하고 2015년 3월까지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정년연장 등 3대 현안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사회안전망 확충 등 3가지 우선과제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기로 했다. 현재까지도 노사정간 입장 차이가 매우 크다.

지난해 12월 26일 선출된 민주노총 신임 집행부는 노동시장 구조개혁 저지, 공무원 연금 개혁 저지, 간접고용‧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 3대 현안투쟁을 중심으로 4월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예고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은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임금체계 개편보다 비정규직 보호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업 인력 운영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악재다.  올해 초 임금인상을 놓고 경영계와 노동계의 인식 차이가 크고 정부와 재계마저 엇박자 행보를 보이면서 임금인상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단체교섭은 조기에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임금체계 개편을 둘러싼 노사간 갈등과 통상임금 범위 확대, 임금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사내하도급 등 다양한 이슈가 부각돼 교섭이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개별기업은 주요 쟁점 사항과 관련한 중앙 차원의 논의방향이나 법 개정 방향, 노동계 요구 등을 예의주시하며 적절한 대응 방안을 강구하고 교섭에 임해야 할 것이다.

아직도 통상임금 문제는 미해결 숙제

2014년 단체교섭은 2013년 12월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통상임금 판결에 따라 법정수당을 재산정하는 것과 각종 수당 및 복리후생 급여를 통상임금 범위에 포함시킬지 여부가 주요 이슈였다. 다행히 2014년 단체교섭에서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한 기업도 있지만, 아직 해결하지 못한 기업들이 많다. 2015년 단체교섭에서도 통상임금과 관련한 노사간 대립이 예상되며, 이로 인해 단체교섭이 장기화 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물론 최근 하급심 판결 양상을 숙지해 급여항목 및 지급방식에 대해 분석하고, 통상임금 범위 조정에 따른 인건비 부담 완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임금총액을 기준으로 임금인상률을 조정하거나 급여지급 방식을 합리적으로 개편해 인건비 부담을 최소화시킬 필요가 있다.

단체협약상 통상임금으로 명기된 각종 수당 가운데 임금의 성격을 갖지 않은 금품은 재조정해야 한다. 나아가 생산성 향상을 통해 연장근로를 축소하고 연차휴가 사용촉진을 통해 관련 수당 발생을 최소화시켜야 한다.

노동계의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와 기업의 대응방향

한국노총 정규직 7.8% 인상, 비정규직 17.1% 인상, 민주노총은 월23만원 인상,... 이처럼 노동계는 올해도 고율의 임금인상을 요구했다. 한국노총은 평균 근로자가구 생계비 430만7,840원의 79% 수준 확보를 근거로 내세웠다.

   
▲ 올해 노사단체협상은 어느해보다 험난할 전망이다. 통상임금 임금피크제 근로시간 단축 외에 고용기간 연장, 비정규직의 정규직전환 등 이슈들이 많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올해 협상에서 정년연장에 대응, 임금피크제와 능력급제 도입에 주력해야 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요구등에 대해선 협상대상이 아니라며 거부해야 한다. 민노총 지도부가 노사정위원회의 타협을 거부하며 총파업을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노총 생계비는 ‘이상적 소비수준’을 의미하는 이론상 생계비로 소비 품목과 수량을 자의적으로 설정해 통계청의 실제 생계비보다 33.5%나 과대 계상됐다. 민주노총 요구안은 국가 경제성장률을 고려했으나, 물가 측면에서는 소비자 물가만 고려해 생산자 물가, 수출물가 등 국가내 포괄적인 물가 수준을 고려치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 국민계정과 통계청 가구대상 조사 결과를 동일선상에서 활용하고 있어 대상이 상이한 두 자료를 함께 이용하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노동계의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에 대해 경영계는 올해 임금을 1.6% 이내로 인상․조정하도록 권고했다. 다만, 적정 임금조정률 1.6%에는 통상임금 범위 확대, 60세 정년의무화 등 노동시장 제도변화로 인한 임금상승분이 포함되므로, 최종 임금조정률은 이를 고려해야 한다. 적정 임금조정률은 실질GDP성장률(3.4%)과 GDP디플레이터 증가율(1.1%), 취업자수 증가율(1.6%)을 고려해 산출된 국민경제 생산성 증가율(2.9%)에서 전체 기업의 평균적인 정기승급분(1.3%)을 차감했다.

기업의 지불능력과 생산성을 초과하는 과도한 임금인상은 수출 경쟁력 저하, 투자 위축, 일자리 창출 기반 저해를 초래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성장과 고용안정을 위해서는 산업현장의 임금안정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고임(高賃)대기업과 성과가 좋은 기업도 임금인상을 최대한 자제해 그 재원으로 협력업체 근로자 처우 개선과 청년고용에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와 청년실업 문제를 점진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정년연장 인건비 경감위한 임금체계 개편 불가피

2013년 4월 60세 정년 의무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촉법’)이 개정됐다. 연공서열형 임금체계가 지배적이고 고용경직성이 강한 우리 노동시장 현실에서 60세 정년 의무화는 막대한 비용부담, 인사적체, 신규채용 여력 저하 등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을 초래할 것이다. 기업은 중장기적인 인력 수급현황과 경영여건을 고려해 신속하게 정년연장에 대한 대응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정년 60세 연장에 대비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되, 노동조합의 반대로 임금피크제 도입이 어려울 경우 정년연장에 따른 비용증가분을 임금인상 및 성과급 지급과 연동시켜야 한다. 임금피크제는 곧 시행될 정년 의무화에 대응하는 잠정적인 대안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연령에 따라 임금이 상승하는 연공급제를 직무․ 능력중심 임금체계로 개편하고, 성과주의 보상체계 도입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인력운용의 적정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배치전환·직무재설계 등 기능적 유연성을 제고해야 한다.  상벌규정 및 평가제도도 개선해 인력운용의 효율성을 확보해야 한다.

근로시간 단축 대응 업무 효율성 극대화 시급 

정부와 정치권은 주당 근로시간 상한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대폭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다만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의 충격과 사회적, 경제적 부작용의 완화방안을 놓고 여야간, 노사간 입장차로 인해 입법이 지연되고 있다.
 

대법원에 휴일근로 시 적용되는 가산임금의 할증률에 관한 소송이 계류 중이다. 이는 휴일근로시 가산수당을 얼마나 지급해야 하는가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행법 하에서 근로자 1인에게 허용되는 근로시간 총량이 얼마인지에 관한 문제와도 관련돼 있다. 판결 결과에 따라 기업들은 기존 근로시간 운용 및 임금계산에 관한 합의 내지 관행을 전면 재조정해야 할 수도 있다.
 

기업은 이러한 변화에 대비해 관행적으로 불필요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장시간 근로가 없는지 점검해 이를 줄여나가야  한다. 생산성도 높여 근로시간이 줄더라도 기존 물량을 유지․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업종의 특성, 경영여건 등을 고려해 휴일 대체, 보상휴가제, 탄력적,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을 활용함으로써 경영 효율을 극대화해야 한다. 동시에 근로자들의 일과 생활 간 균형을 도모해야 한다.

기존 단체협약에 교대제 변경, 전환배치, 설비 변경 시 노동조합의 동의 내지 합의를 얻도록 하는 조항이 있다면 이를 삭제해야 한다. 실근로 여부와 무관하게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연장근로수당 등에 관한 규정 역시 축소, 폐지하는 방향으로 정비해야 한다.

비정규직과 사내하도급 활용시 법률상 분쟁 여지 최소화

정부와 정치권은 비정규직·사내하도급 소속 근로자 보호를 위한 정책과 법안을 지속적으로 제시했다. 정부는 2014년 12월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촉진 및 차별방지, 외주화 남용 방지 등을 중심으로 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을 발표했다. 이러한 정책들은 고용유연성 등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방안보다는 주로 비정규직과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의 보호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향후 인력운용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 주요내용>

   
 


법원이 2014년 현대자동차 사내하도급 업체의 불편파견 여부 판단에서 불법파견의 범위를 생산관리, 포장, 출고 등 간접공정까지 확대해 기업들의 부담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하급심 추세가 원청의 노무지휘권을 넓게 인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개별 사업장에서는 이를 둘러싼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노동계가 단체교섭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비정규직 사내하도급 사용사유 제한, 근로조건 동등 적용 등을 요구할 경우 이는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므로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비정규직을 활용할 경우 임금, 근로조건에 있어 불합리한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사내하청 활용시 법을 준수하고 적정단가 보장 등을 통해 효율적 인력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업들 수익성 악화, 고용안정 이슈 노사갈등 심화 우려

우리 경제가 투자·소비 부진으로 4분기 연속 전년 대비 0%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돼 구조조정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노동계는 총고용보장을 요구하고 고용안정협약 체결, 생산량 유지,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제한, 외주화 시 노조와 사전합의 및 고용 승계, 명예퇴직 등 경영합리화를 위한 인력 조정 시 노조와 합의, 회사 분할 매각 합병 시 노조와 합의 등을 의제화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요구의 대부분은 기업의 인사와 경영권을 침해하는 사항이므로 단체교섭 대상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 기업은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에 노조도 적극 동참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부득이한 경우 정당한 절차를 거쳐 경영상 해고 등의 조치를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저성과자 관리에 대해서는 인사권에 관련한 사항으로 단체교섭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면 된다. 법적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 과정에 걸쳐 정당성 확보에 주의해야 한다.
 

노사정위원회는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 주요 쟁점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중앙단위 노사정 논의가 생산적으로 진행돼 경제 회복의 근간이 될 노동시장 개혁을 이루어내길 기대한다. 그리고 2015년 단체교섭에 임하는 개별기업 노사는 각 기업 현실에 맞는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통상임금 범위 확대, 기업들의 지불능력을 초과하는 임금인상, 생산성 논의를 배제한 근로시간 단축 등은 노사 모두에게 불이익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노사가 경쟁력 제고의 파트너라는 인식을 갖고 해당 기업의 상황에 적합한 지혜로운 단체교섭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때, 그에 합당한 보상이 뒤따른다.  /이동응 경총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