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의 지난 16일 오찬 회동이 거의 직전 무산되면서 18일 현재까지 양측의 실무협의가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5년만에 정권교체를 앞두고 신구 권력이 정면충돌한 것으로 그 배경에 임기 말 문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과 당선인의 회동이 불발되기 전날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회동 의제를 놓고 조율에 들어갔으나 밤까지 입장 차만 확인하고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양측은 회동 무산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윤 당선인 측이 요구한 회동 의제를 청와대가 부담스러워했다는 추정이 나와 있다. 최근 윤 당선인측은 회동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을 비롯해 공공기관·공기업 임원 인사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임찬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이 임기 2년의 가스안전공사 상임감사로 임명됐다. 또 김명수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이 지난달 25일자로 한국남부발전 신임 상임감사위원으로 취임한 일도 있다.
또한 앞으로 오는 31일 임기가 만료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후임 인선 문제가 남아 있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과 현재 2명이 공석인 감사원 감사위원 등에 대한 인사도 예정돼 있다.
청와대에서는 실무합의에 이르기 전에 윤 당선인 측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인사권과 사면권을 사실상 내놓을 것을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 있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은 총재 지명권을 윤 당선인 측에 넘기는 것으로 청와대가 가닥을 잡았다’는 취지의 보도에 대해 ‘오보’라고 부인했다.
이어 ‘문 대통령의 한국은행 신임 총재 임명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한은 총재 임기가 문재인 대통령 재임 중에 완료되기 때문에 실무 준비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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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25일 신임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 후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9.7.25./사진=청와대 |
그러면서 박 수석은 “인사권은 분명하게 대통령이 가지고 계신 것이므로 그것에 대해서 왈가왈부해선 안 된다”면서 “그러나 당선자와 만나게 되면 자연스럽게 의견을 나누시지 않겠나. 그런데 두 분이 만나시기도 전에 참모들이 서로 왈가왈부하는 것은 이 자리를 편하게 만드는 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측은 청와대가 소위 ‘알박기 인사’를 통해 새 정부의 국정운영에 발목잡기를 할 것이라는 우려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당선인측은 특히 감사위원 2명 인선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와 협의해야 할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감사원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감사위원회는 감사위원회 의장을 겸하고 있는 감사원장을 포함해 모두 7명으로 구성된다. 이들 7명 중 4명의 찬성으로 의결이 이뤄지는 구조이다.
지난 6일 퇴임한 2명의 감사위원을 제외하고 남아 있는 4명의 감사위원 중 2명은 민주당 성향으로 분류된다. 만약 문 대통령이 공석인 2명을 임명할 경우 4명의 민주당 성향의 감사위원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윤 당선인측이 문 대통령의 인사권 보류를 외치는 이유이다.
이 밖에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존폐, 원전 부활,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놓고 입장차가 있다.
청와대와 윤 당선인측 간 기싸움이 길어지면 역대 가장 늦은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인 회동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금까지 9일만의 회동이 가장 늦은 것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인,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당선인이 여기에 해당한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당선인은 4일만에 회동했다.
이를 인식한 듯 문 대통령은 18일 최근 윤 당선인의 청와대 이전 추진을 비판한 탁현민 의전비서관을 질책하면서 윤 당선인과의 빠른 회동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윤석열 당선인과 빠른 시일 내 격의없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자리를 갖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며“청와대의 문을 늘 열려있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측도 “청와대와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 국민들 보시기에 바람직한 결과를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만남이 계속 미뤄질 경우 정치적 파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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