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매매업계, 대기업과 중소사업자간 반응 엇갈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중고차 매매업종을 생계형 적합업종 ‘미지정’ 결정을 내리면서, 3년간 이어진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업 시장 진입이 허용되자 관련 대기업 및 소비자들은 환영했지만, 기존 중고차 매매업계는 대기업과 중소사업자간 반응이 나뉘고 있다. 

   
▲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업 시장 진입이 허용되자 관련 대기업 및 소비자들은 환영했지만, 기존 중고차 매매업계는 대기업과 중소사업자간 반응이 나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5개 국내 완성차업체는 이르면 올 9월 안으로 중고차시장에 본격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현대·기아차가 그동안 자체 시스템 등 플랫폼 구축에 준비를 기울였던 만큼, 가장 먼저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기아차는 중소사업자들과의 상생을 내걸고 5년, 10만km 이내의 자사 차량 중에서 품질테스트를 통과한 차량을 중고차 사업의 대상으로 하기로 했다. 

또한 기존 자사 차량을 팔고 신차를 구매할 때 할인받는 보상판매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보상판매 프로그램은 중고차 매입 시 차량의 성능과 상태 등 정보를 자사 시스템을 이용해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그에 맞는 매입가격이 책정되기 때문에, 이미 해외 주요국들은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고 소비자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한국지엠·르노·쌍용차 역시 늦어도 올 하반기 안에는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입을 놓고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이번 조치를 통해 그동안 비정상적인 상황을 정상적으로 바꿨다”며 “앞으로 중고차 시장 발전의 계기를 마련했다”며 즉각 환영의 뜻을 표했다. 

소비자들 역시 반색했다. 소비자단체 컨슈머워치는 “중고차 시장 개방 결정으로 중고차에 대한 투명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됐다”며 “그동안 개인 거래위주로 중고차 정보에 대한 불신 등이 높았던 신뢰성이 확보되고 소비자 선택의 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반겼다.

하지만 기존 중고차 업계는 반응이 나뉘는 모양새다. 

케아카, 엔카 등 기존 중고차 시장의 대기업들은 완성차업체와의 경쟁에 대한 긴장감과 동시에 시장 규모 확대의 기회로 보고 있다. 완성차업체들의 중고차 시장점유율 목표가 10% 이내인 만큼, 단기간 내에 기존 시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적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17일 중기부의 결정 다음날인 18일, 케이카, 롯데렌탈 등 중고차 관련 주가가 급등하면서, 그동안 완성차업체의 대기업진출이 기존 중고차 관련 주가의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켰다. 

대기업의 참여가 중고차 시장의 전체 신뢰도를 높이면서 거래를 늘리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시장이 판단한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하지만 중소사업자들은 그동안 경매로 매물을 확보해 판매하는 중고차 시장에 자금력과 브랜드파워를 갖춘 대기업이 들어오면 시장독점으로 인한 가격 상승을 초래할 것이라면서 비판했다. 결국 소비자 후생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상품 단가가 높아 매출액이 많아 보일 뿐, 실제 사업자의 한 달 수입은 150만원 수준으로 영세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업종”이라며 “심의위원회는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대차·기아는 이익이 큰 고급차 위주로 사업을 진행해 결국 중고차 시장 이윤의 30∼40%를 가져갈 것”이라며 “시장 점유율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겠다는 대기업의 말은 믿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SNS에 올라온 중고차 시장 대기업 진입 환영 글./사진=SNS캡쳐


이러한 중고차 중소업자의 목소리에도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네티즌들은 포털이나 사회관계서비스망(SNS)를 통해 ‘자업자득이다’, ‘허위매물로 호구 잡기가 안되니 반대하는 것 아니냐’, ‘비싸더라도 검증된 대기업에서 사겠다’ 등의 비판적 글이 대부분이었다.

최승재 의원(국민의힘)은 논평을 통해 “완성차 대기업이 압도적인 신차 점유율을 앞세워 보상판매 등을 통해 중고차 물량을 흡수하면 중고차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영세업체의 피해는 불가피하다”며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도 현대자동차와 완성차 대기업이 중고자동차 시장에 진출했을 때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피해가 충분히 예상된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허용한 심의위의 모순된 결정은 이해할 수 없다”며 “생계형 적합업종은 영세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안전장치”라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소비자들의 중고차 시장 개방 환영 목소리에 대해서도 “세상에 착한 독과점은 없다”며 “완성차 대기업 진출로 당장은 소비자가 보호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기존 중고차 유통 구조가 사라지고 제조사 중심으로 다시 판이 짜일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따르면 최근 5년간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등록된 중고차 상담 건수는 4만3903건으로 집계됐지만, 피해구제는 이 중 2.2%인 947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경련 설문조사에서도 소비자들의 80.5%는 ‘중고차 시장이 여전히 불투명하고 낙후됐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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