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삼성전자 노사 만남…경계현 사장 직접 챙겨
노조 "쇼통 불과" 평가 절하…파업 시 여론 뭇매 일 듯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삼성전자 노동조합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이 곱지 않은 가운데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DS부문장)이 노조 측에 손을 내밀어 이목을 끌고 있다. 그러나 노조는 이마저도 ‘쇼통에 불과하다’며 평가 절하했다.

삼성전자 노조와 사측은 지난해 10월부터 15차례 ‘2021년 임금교섭’을 진행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노조의 요구가 적절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임금 인상을 주장하는 노조의 모습에서 ‘귀족 노조’라 불리는 현대자동차의 노조를 떠올렸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16일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한 주주는 “경영진은 온 힘을 바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선도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노조는 무리한 요구와 생떼를 부리는 모습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질타한 바 있다. 이날 주총장에는 노조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잇달아 제기됐다.

그럼에도 경계현 사장은 노조와의 소통을 택했다. 노조가 지난달 16일 임금 협상이 결렬된 후 대표이사와의 직접 면담을 요청했고, 경 사장이 직접 이에 응한 것이다. 대표이사가 노조를 직접 챙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 사장은 지난 18일 오후 1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대표이사실에서 전국삼성전자노조 등 4개 노조 대표들과 만나 “이번 자리를 소통의 기회로 삼아 쉽게 풀 수 있는 것부터 풀어가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약 1시간 동안 이뤄진 이날 간담회에는 경 사장과 함께 최완우 DS부문 인사팀장(부사장), 이규호 DX부문 인사지원그룹장(부사장), 신인철 DS부문 인사지원그룹장(상무) 등이 참석했다. 

   
▲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미디어펜

이 자리에서 임금 협상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지만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가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최완우 인사팀장은 이날 노조 측에 “앞으로 매달 보자. 4월에도 보자”며 적극적인 소통을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노조 측은 간담회가 끝난 후 입장문을 통해 “소통을 기대했지만, 여전히 ‘쇼통’에 그쳤다”며 “합법적으로 확보한 파업을 잠정 보류하며 대표이사를 만났지만 회사는 노사 갈등과 파업 위기에 대한 해결은커녕 구렁이 담 넘듯 우리의 요구를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25일까지 급여체계와 휴식권 요구안을 검토해 답변을 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노조는 직원 계약 연봉 일괄 1000만 원 인상, 자사주(1인당 약 107만 원)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격려금 지급(1인당 약 350만 원), 영업이익의 25%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노사협의회에서 결정한 7.5%의 인상률을 고수 중이다.

이후 노조는 지난달 고용노동부 산하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접수해 쟁의권 확보에 나섰고, 조정이 불발되면서 쟁의행위에 들어갈 수 있는 권리,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그러나 노조에 대한 여론이 안 좋은 상황에서 파업이 발생할 경우 노조에 대한 비판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경영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노조가 회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삼성전자 노조 4곳 중 가장 규모가 큰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삼성전자노조의 조합원은 4500여 명으로, 전체 임직원 11만여 명 중 4%에 불과해 대표성 논란이 있는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세상이 달라졌다. 무작정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조를 응원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그럼에도 사측 대표가 노조의 목소리를 들어줬다는 점에서 이번 만남의 의미가 크다. 노조의 지속성을 위해서라도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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