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폐쇄성 벗어나 늘 국민과 소통 위한 약속…용산 수십만평 국민공간 조속히 조성"
"어려운 일이지만 국가의 미래를 위해 내린 결단…기존 청와대, 5월 10일 전면 개방"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 청와대에 들어가면 그 공간에 지배를 받고 기존에 해오던 대로 될 수 밖에 없지 않겠냐. 청와대는 조선 총독부부터 100년을 써온 장소다. 이는 국민께 돌려드리고 국립공원화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일하는 모습과 공간을 국민들이 공원에 산책 나와 얼마든 바라볼 수 있다는 정신적 교감이 중요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20일 용산 국방부청사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겠다는 결단을 밝히고, 국민의 이해를 구했다.

윤석열 당선인은 이날 오전 11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이 마련된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서 인수위 출범 후 첫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은 내용의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방안'을 직접 발표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는 자신의 당초 공약과 관련해 "청와대 공간의 폐쇄성을 벗어나 늘 국민과 소통하면서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받들고자 약속드린 것"이라며 "역대 정부에서도 현재 청와대 공간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전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으나 경호상 문제로 번번이 좌절된 바 있다"고 진단했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 20일 오전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청와대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제공


특히 윤 당선인은 "당선 이후 광화문 정부 청사들을 대상으로 집무실 이전 방안을 면밀하게 검토한 결과 쉽지 않은 문제임을 절감했다"며 "최소한의 경호 조치에 수반되는 광화문 인근 시민들의 불편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파악되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광화문으로 옮기면) 청와대 내 일부 시설의 사용 역시 불가피하여 청와대를 시민들에게 완전히 돌려드리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반면 용산 국방부와 합참 구역은 국가 안보 지휘 시설 등이 구비되어 있어 청와대를 시민들께 완벽하게 돌려드릴 수 있고 경호 조치에 수반되는 시민들의 불편도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용산 지역은 이미 군사시설 보호를 전제로 개발이 진행되어 왔으며 청와대가 이전하더라도 추가적인 규제는 없다"며 "무엇보다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주변 미군기지 반환이 예정되어 있어 신속하게 용산 공원을 조성하여 국방부 청사를 집무실로 사용해 국민들과의 교감과 소통이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윤 당선인은 이날 "국방부가 합참 청사로 이전하는 문제는 다소 어려움은 있지만 가능하다고 판단된다"며 "연합사가 평택으로 이전하여 공간의 여유가 생겨 국방부가 합참청사로 이전하는데 큰 제한은 없다, 같은 구내 이전이라 집무실 이전 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용산 대통령실 주변에 수십만 평 상당의 국민 공간을 조속히 조성하여 임기 중 국민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와 관련해 윤 당선인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대통령이 일하고 있는 모습과 공간이 국민들께서 공원에 산책나와서 얼마든 바라볼 수 있다는 정신적 교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이 일하는 모습을 국민이 얼마든 지켜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저는 우리 민주주의 발전을 훨씬 앞당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일단 청와대 경내로 들어가면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를 벗어나는 것이 더 어려워 질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제가 어렵다고 또 다시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린다면, 이제 다음 대통령은 어느 누구도 시도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보다 소수의 참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재 구조로는 국가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기 힘들다"며 "대통령 권위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받들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 20일 오전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청와대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제공


윤 당선인은 "어려운 일이지만 국가의 미래를 위해 내린 결단"이라며 "단순한 공간의 이동이 아니라 제대로 일하기 위한 각오와 국민과의 약속을 실천하고자 하는 저의 의지를 헤아려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언급했다.

다만 기존 청와대와 관련해 윤 당선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임기 시작인 5월 10일에 개방하여 국민들께 돌려드리겠다"며 "본관, 영빈관을 비롯하여 '최고의 정원'이라 불리는 녹지원과 상춘재를 모두 국민들의 품으로 돌려드리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용산 대통령실의 1층에 프레스센터를 배치해 수시로 언론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대통령실의 업무 개선 방안도 마련해, 부처 위에 군림하면서 권력만 독점하는 기존의 청와대를 탈피해 민관합동위원회를 설치하고 민간의 역동적 아이디어가 국가 핵심 아젠다에 반영되도록 하는 방안도 구체화하겠다"고 설명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