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은행권이 코로나19 장기화와 비용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점포 디지털화에 집중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의 이원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은행들이 오프라인 점포의 디지털화를 꾀하는 한편, 사람 중심의 언택트 기술과 마케팅을 뜻하는 '휴먼터치'를 강화해 두 채널 간 간극을 좁혀야 한다는 평가다.
21일 양정우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디지털전환(DT)의 정점은 점포 디지털화를 통한 온·오프 일원화' 보고서에서 "코로나로 인해 (은행들이) 온라인 채널 강화에만 집중하다 보니 온⋅오프 채널의 이원화는 심화됐다"며 "점포 디지털화를 위해서는 휴먼 터치 충족과 함께 손님 중심의 점포로 탈바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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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은행 디지털영업부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사진=신한은행 제공 |
은행들이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채널을 집중 강화했는데 궁극적으로 고객과 행원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고객의 경우 모바일 뱅킹으로 처리하지 못한 업무를 지점에서 다시 처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단점으로 꼽혔다. 행원들은 특별한 정보 없이 고객을 응대하면서 '객당 업무 처리시간'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측의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오프라인 점포의 디지털화와 더불어 현금자동인출기(ATM)보다 더 많은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스마트텔러머신(STM)과 은행 직원과의 원격 상담이 가능한 인터액티브텔러머신(ITM) 등의 디지털기기를 필연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평가다.
고객의 '휴먼터치'를 충족시켜야 하는 점은 과제로 꼽힌다. 미국계 컨설팅회사인 맥킨지는 휴먼터치를 충족하기 위해 은행권에 '전문 응대원' 도입을 제안한 바 있다. 전문 응대원은 고객에게 방문 목적에 따라 디지털 기기나 상담 부스로 안내해주는 한편, 기기 사용법을 알려주는 인력이다.
기존 행원 중심의 오프라인 점포 공간은 고객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것도 방안으로 꼽혔다. 가령 디지털 기기와 간편상담을 할 수 있는 스탠딩 데스크에 70%의 공간을 제공하고, 직원 창구 데스크는 30%로 줄이는 식이다.
국내 은행들은 화상 원격상담 및 편의점 공동점포 등으로 온∙오프 채널 일원화에 힘쓰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신한은행은 대면과 동일한 수준의 종합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영업부'를 신설·운영 중이다. 디지털영업부는 지난해 9월 개점 후 5개월 만에 고객수 150% 증가, 수신 200% 증가, 여신 460% 증가 등의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였다.
하나은행은 BGF리테일과 제휴해 서울 송파구 소재 CU마천파크점에 '스마트 셀프존'을 구축했다. 점포 내에는 은행 상담원과 화상상담이 가능한 STM과 현금지급기가 1대씩 설치돼 있다. 고객들은 STM으로 △기존 ATM 업무 △신분확인 및 바이오 인증 △계좌 개설 등 약 50가지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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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혁신 채널 'CU마천파크점' 내 하나은행 스마트 셀프존 모습/사진=하나은행 제공 |
우리은행은 지난해부터 지점 공백 지역 및 방문고객이 많은 지점을 위주로 '디지털데스크'를 설치·운영 중이다. 디지털데스크에서 고객들은 예·적금 신규를 비롯해 대출상담 등을 이용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이마트 노브랜드(NB)와 제휴해 다음달 중 'KB디지털뱅크 NB강남터미널점'을 개설한다. 운영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또 STM, 화상상담 전용창구 등이 마련돼 △현금 입출금 △체크카드 발급 △예·적금 신규 △인터넷뱅킹 신규·해지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양 수석연구원은 "(미국 은행은) 드라이브스루 STM, 대형마트 내 은행 점포인 숍인숍(Shop-in-Shop) 등 다양한 형태의 점포를 운영 중"이라며 "국내 은행은 ITM과 AI 어시스턴스 등 디지털 기기 도입에 치중돼 있어, 최종 목표를 온⋅오프 채널 일원화 구축으로 삼고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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