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제네시스가 공개한 전동화 전략의 일환으로 내연기관 기반의 전기차가 두 번째 모델 GV70가 모습을 드러냈다.
제네시스 GV70 전기차와 같은 내연기관 기반의 모델은 완성차 업계에서 쉽게 찾아 볼 수는 있다. 하지만 이중 가장 집중해 봐야 될 모델이 GV70 EV다.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선보이며 완성차 업계에서 선제 대응을 하고 나선 것에 글로벌 업계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
|
|
▲ 제네시스 GV70 전기차(EV). /사진=미디어펜 |
전기차 전용 브랜드가 아닌 완성차 업체에서는 최초로 선보인 전용 플랫폼이었기 때문이다.
E-GMP는 완성차 브랜드 중 최신의 모듈화된 플랫폼이다. 기본틀은 카누사의 스케이드플랫폼에서 가져왔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양산화 기술력을 통해 범용성을 높여 다양한 차에 필요한 부분만 적출해 적용할 수 있는 모듈형으로 제작됐다.
이를 통해 현재 출시되는 모든 차종에 적용이 가능해 졌고 이를 통해 제네시스의 전동화 전략에 큰 일조를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제네시스는 오는 2025년부터 전 차종을 전기차와 수소차 같은 친환경차로만 출시하겠다는 선언한 바 있다.
이런 글로벌 시장 전략에 큰 기여를 한 것이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플랫폼 E-GMP다. 제네시스에서 이 플랫폼이 적용된 모델은 GV60 한모델이다. 하지만 앞서 출시한 G80전기차와 이번에 출시된 GV70에도 E-GMP기술이 녹아있다.
자유롭게 부품의 운용이 가능한 플랫폼이기 때문에 꼭 정해진 모양의 플랫폼만으로 자동차가 제작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다양한 곳에 다양한 방법으로 적용이 가능하다.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GV70 전기차에는 E-GMP의 배터리 모듈과 전동모터유닛이 적용됐다. 기본틀은 내연기관으로 출시된 GV70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런 형태를 갖춘 전기차는 현재 출시되고 있는 수입차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내연기관 기반에 모터와 배터리만을 추가한 형태를 띄고 있는 반면 GV70 전기차는 전기차 전용플랫폼에서 추출한 전동화 기술을 이식했다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이미 완성된 모듈화 부품을 이식해 보다 진보된 기술력으로 완성된 모델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전동화 분야에서도 고성능화를 위해 지난 2019년 정의선 회장이 직접 나서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리막 오토모빌리의 기술력도 내제하고 있는 E-GMP인 만큼 완성차 업체 기준 독보적인 기술력임은 틀림없다.
브랜드 인지도에서는 부족함이 있겠지만 기술력 면에서는 전기차 시대를 맞이하는 완성차 업계를 선도하는 모습이다.
이런 GV70 전기차는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전동화 전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이런 전략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모델이다.
지난 17일 경기도 하남시에서 열린 미디어 시승회에서 제네시스 GV70 EV를 타봤다. 시승 코스는 스타필드 하남 야외주차장에서 경기도 가평군 제빵소덤 대성리점을 오가는 왕복 약 116km 구간이었다.
와인딩 코스와 고속도로, 일반도로까지 포함하고 있어 제네시스 GV70 EV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
|
|
▲ 제네시스 GV70 전기차(EV) 주행이미지. /사진=제네시스 제공 |
|
|
|
▲ 제네시스 GV70 전기차(EV)의 충전포트는 전면 그릴에 일체화 된 모습으로 숨어있다. /사진=미디어펜 |
GV70 EV의 내외장 디자인은 기존 GV70 내연기관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 전기차에 불필요한 그릴을 대신해 디자인 요소로 승화시킨 것 이외에는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이같은 모습이 원래의 GV70 디자인을 해치지 않아 좋은 선택으로 보인다.
전기차 중 하나로 GV70 EV를 선택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GV70의 파워트레인 중 하나로 전동화 모델을 선택하는 이들에겐 디자인적 차별화가 그리 탐탁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GV60에서 선보였던 '크리스털 스피어'나 '페이스커넥트(안면인식)'과 같은 신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기본 골격을 가져다 쓰기 때문에 적용하기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대신 GV70 가솔린 모델과 마찬가지로 실내 지문인승 시스템이나 인포테인먼트 기능 조작을 위한 통합 컨트롤러는 장착돼 있어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GV70 EV의 실내 공간은 중형 SUV치고는 앞뒤 공간이 다소 좁게 느껴질 수 있다. GV70의 디자인이 위쪽 루프라인이 쿠페형태로 깎여 내려오는 만큼 실내 공간이 현대차 싼타페나 기아 쏘렌토와 같은 대중 브랜드의 중형 SUV와는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2열 뒤 트렁크 공간이 상대적으로 좁게 느껴진다.
하지만 현대차 E-GMP 기반 전기차들과 마찬가지로 차량 외부로 일반 전원(220V)을 공급할 수 있는 실내외 V2L(Vehicle to Load) 기능이 제공돼 레저 활동에는 장점이 많아 보인다. 실내용 V2L 콘센트는 트렁크 오른쪽 벽면에 장착됐다.
회사측은 회차 지점 한켠에 V2L 기능을 활용해 트렁크 공간을 작은 영화관으로 꾸민 GV70 EV를 전시해 놓기도 했다.
전체적인 주행성능은 기존의 날것 그대로 보여줬던 GV70의 거친 매력과는 다르게 스포티함을 보여준다.
기존 GV70모델의 경우 내연기관에서 절실하게 느껴졌던 부분을 잘 살려 운전의 재미를 배가 시켰다면 이번 전기차는 잘 다듬어진 전기차의 진가를 보여주는 모습이다.
특히 스포츠모드와 부스트 버튼을 더해 공도에서는 과한 성능을 과시하기 때문에 잘 정재된 짜릿함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더욱이 현대차의 N브랜드의 N버튼과 같은 부스트버튼은 성능을 끌어올려 전기차의 진가를 확인시켜준다. 심지어 휴식기가 필요한 N버튼과 달리 지속적으로 바로 사용할 수 있어 고성능 전기차를 타는 듯한 느낌도 받을 수 있다.
GV70 EV는 '조용한 야수'로 돌변한다. 기존 320kW의 최고출력을 10초간 360kW까지 끌어올려주는 기능이다. 제원상 부스트 모드 적용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 시간이 4.2초라고 하지만 체감은 그보다 짧게 느껴진다.
|
|
|
▲ 제네시스 GV70 전기차(EV)에는 옵션을 통해 20인치 타이어(265/45R20)를 선택할 수 있다. /사진=미디어펜 |
|
|
|
▲ 제네시스 GV70 전기차(EV)에는 전기차 답게 프렁크 공간이 마련돼 있다. /사진=미디어펜 |
|
|
|
▲ 제네시스 GV70 전기차(EV)는 V2L을 활용해 캠핑할 때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미디어펜 |
사실 부스트 모드의 진가는 정지 상태에서 급출발보다는 시속 100km에서 그 이상으로 가속할 때 발휘된다. 고배기량 가솔린차가 비명을 질러대며 한껏 rpm(엔진회전수)을 끌어올려 할 일을 GV70 EV는 너무 손쉽게 해낸다.
평시 동력성능을 10% 이상 봉인해놓고 부스트 모드로 해제하게 만든 것은 전비(전력소비효율) 문제도 있겠지만, 안전문제 또한 고려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
굳이 필요하면 부스트 모드를 몇 번이고 연속으로 사용해도 차에 무리가 가진 않지만, 정상 주행하다 한 번씩 부스트 버튼을 눌러 '10초의 행복'을 만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미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로 전환시키면 시트가 마치 버킷시트처럼 양 옆구리를 조이며 달릴 준비가 됐음을 알려준다. 여기서 핸들 중앙 하단의 부스트(Boost) 버튼을 누르면 자 전기모터의 출력을 보여주는 표시계 최상단의 봉인이 해제됨과 동시에 '10'이라는 숫자가 뜬다. 이 10초의 시간 동안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EV)은 완전히 다른 차가 된다.
단순히 친환경 차였던 전기차가 최근들어 본격적으로 자동차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는 만큼 운전의 재미를 추가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GV70 EV는 확실히 기술력면에서 타 완성차 브랜드와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가격 7000만원을 넘는, 그래서 보조금 절반을 포기한 전기차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보여준다는 것이다. 더 이상 보조금을 받고 친환경차로서의 전기차를 고려하는 소비자만 시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좀더 선진화된 기술력을 보유하기 위해 전기차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이에 보조금 절반을 포기하고 좀 더 고급스럽고 퍼포먼스가 강한 모델을 원하는 운전자들에게는 제네시스 GV70 EV가 좋은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인 주행 상황(컴포트, 에코 주행모드)에서의 GV70 EV는 얌전하다. 고급차를 위해 탄생한 브랜드 제네시스 혈통을 잇고 있는 만큼 경박스러운 가벼움이 없다. 그렇다고 답답한 가속성능은 아니지만 조신하게 반응을 한다. 운전자 뿐 아니라 뒷좌석 승객도 선호할 만한 세팅이다. 럭셔리 SUV다운 조용함과 안락한 승차감도 갖췄다.
더욱이 내연기관 기반의 NVH성능에 전기모터를 탑재하고 있는 만큼 정숙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고속으로 달리고 있는 순간에도 편안하게 대화를 나눠도 의사소통이 충분히 가능할 정도로 조용하고 편안하다.
GV70 EV의 또 다른 진가는 와인딩 코스에서 느낄 수 있다. 쉴 새 없이 급커브가 반복되는 상황에서도 GV70 EV는 바닥을 잘 잡아줘 안정감을 선사한다. 나연기관에서는 짜릿함을 선사했던 것과는 다르다. 무게중심이 낮아진 만큼 안정감도 더해진 듯 하다.
여기에 배터리 무게를 견디기 위해 단단해진 하체는 어떤 구간에서든 믿음직 스러운 주행감을 통해 운전자가 운전이 능숙해진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전고와 지상고가 높은 SUV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다.
|
|
|
▲ 제네시스 GV70 전기차(EV)에도 넓은 적제공간을 활용할 수도 있고 차박도 가능한 공간이 만들어진다. /사진=미디어펜 |
|
|
|
▲ 제네시스 GV70 전기차(EV) 트렁크 적제공간. /사진=미디어펜 |
|
|
|
▲ 제네시스 GV70 전기차(EV)의 캠핑 연출사진. /사진=제네시스 제공 |
차체 하부에 묵직한 배터리를 장착해 무게중심을 낮춤으로써 우수한 코너링 성능을 발휘하는 것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의 전기차들이 내세우는 장점이다.
GV70 EV는 E-GMP 기반이 아닌 내연기관 플랫폼 기반의 전기차다. 그럼에도 차체 바닥에 결코 적지 않은 용량(77.4kWh)의 배터리를 잘 배치해 무게중심을 최대한 낮췄다.
이를 통해 GV70 EV도 E-GMP 기반의 GV60 못지않은 코너링 성능을 발휘한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회사측은 청평호 주변의 와인딩 코스를 시승 경로에 포함시킨 듯하다.
총 115.8km의 주행을 마친 후 전비는 3.9km/kWh가 나왔다. 20인치 타이어 장착 모델의 인증 복합전비 4.3km/kWh에 다소 못 미친다. 출발시 약 95% 충전 상태로 354km의 주행가능거리가 표시됐고, 도착시 주행가능거리는 218km가 남았다.
시승 코스의 절반 정도는 스포츠 모드로 주행했고, 부스트 모드를 10여차례 사용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부스트 모드는 짜릿함을 제공하는 대가로 배터리 잔량도 많이 잡아먹는다. 시승 코스의 대부분이 고속도로였다는 점도 전비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전기차는 고속도로 전비가 도심 전비보다 더 낮다.
GV70 EV의 가격은 7332만원으로 전기차 보조금 50%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20인치 휠과 무광 컬러,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12.3인치 3D 클러스터,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은 운전자 취향에 따라 선택해 추가할 수 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