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선해양 사내이사·대표 등극…28일 현대중공업지주 주주총회서 사내이사 선임 예정
[미디어펜=나광호 기자]현대중공업그룹이 창사 50주년을 맞은 가운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한국조선해양 사장이 본격적으로 3세 경영에 나서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정 사장은 오는 28일 현대중공업지주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되고, 권오갑 회장과 함께 공동대표가 될 예정이다. 정 사장은 지난 22일 한국조선해양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됐으며, 가삼현 부회장과 공동대표체제를 구축하기도 했다. 그룹 지주사와 핵심 계열사를 이끌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조선해양은 정 사장이 2018년부터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으로서 계열사별 사업전략·성장기반을 마련했고, 신사업 발굴 및 디지털 경영 가속화 등 그룹의 미래전략 수립에서도 역량을 발휘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지주 대표/사진=미디어펜

정 사장은 현대중공업그룹이 처음으로 참가한 CES 전시회에서 미래사업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기도 했다. 당시 현대중공업그룹은 △자율운항선박 △수소 밸류체인 △지능형 로보틱스 등 3대 미래사업을 중심으로 부스를 꾸린 바 있다. 이 중 자율운항선박은 지난해말 설립한 전문업체 아비커스를 중심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중으로, 올해 안으로 세계 최초 대형 상선의 대양횡단을 성공시킨다는 계획이다.

수소밸류체인의 경우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현대오일뱅크·현대일렉트릭 등 그룹 내 계열사들의 시너지를 모은다는 전략으로, 대형 해상풍력발전기와 그린수소 생산플랫폼 및 수소 스테이션 등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세계 최초로 2만㎥급 수소운반선도 개발하기로 했다.

정 사장이 추진할 굵직한 과제로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은 계열사들의 기업공개(IPO)다. 현대오일뱅크는 2012년과 2018년에 이어 3번째로 시도하는 것으로, 지난해말 신규 상장 심사를 청구한 뒤 예비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매출 20조6065억원·영업이익 1조1424억원을 기록하는 등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맡고 있으며, 화이트 바이오·친환경 화학소재·블루수소를 비롯한 3대 신사업에 필요한 재원 확보를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지난해 3000억원 규모의 적자를 냈던 현대삼호중공업도 IPO를 추진되는 중이다. 앞서 가삼현 부회장이 올해 안으로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올해까지 상장이 안 되면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에 이자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액화천연가스(LNG) 추진 중형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일감을 확보하는 등 실적 개선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IPO에 힘을 싣는 것으로 전해졌다.

   
▲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1만1700TEU급 컨테이너선 시운전 모습/사진=현대중공업그룹 제공

철광석을 비롯한 원자재값 상승의 여파를 맞은 조선부문 수익성을 높이고, 디지털 헬스케어·바이오 분야 유망 벤처기업 발굴·육성 등 현대중공업지주의 투자 지주회사 역할을 강화하는 것도 정 사장이 수행해야 할 미션으로 꼽힌다. 그룹의 정유사업 의존도를 낮추는 등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이번 주총에서 사명을 'HD현대'로 바꾼다는 방침으로, 투자전문 자회사 현대미래파트너스를 통해 모바일 헬스케어 서비스업체 메디플러스솔루션을 인수한 바 있다. 한국투자공자(KIC)·미래에셋그룹 등 파트너들과 공동투자도 단행하고 있다.

건설기계부문 중간지주사 현대제뉴인도 북미지역 딜러사 톰슨트랙터컴퍼니와 체결한 대규모 공급계약에 힘입어 현지 산업차량(지게차) 시장점유율을 5.9%로 끌어올렸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대비 3.2%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자회사 현대건설기계가 아시아·대양주지역에서 500대 상당의 굴착기·휠로더를 수주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현대건설기계는 올해 이 지역에서 3300여대(전년비 30% 이상↑)를 판매한다는 목표로, 현대두산인프라코어도 인도네시아·몽골 등 신흥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터키에서 중대형 기계식·전자식 엔진 2400여대를 공급하기로 하는 등 두 자릿수 매출 성장도 노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IPO에 따른 기존 주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정 사장의 어깨에 달렸다"면서도 "현대두산인프라코어 인천 공장 방문을 비롯한 현장 경영에 나서고, 사우디 아람코와 수소·암모니아 관련 업무협약 체결 등 신사업 강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점은 긍정적 신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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