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28일 에디슨모터스에 계약해지사실 통보
계약서 상 인수대금 미납시 계약해지 적시
2년 만에 청산 또는 재매각 기로…산은 지원 여부 '촉각'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에디슨 모터스 컨소시업이 인수대금을 지불하지 못해 쌍용자동차 매각이 끝내 무산됐다. 이에 쌍용차는 2년 만에 다시 청산과 매각의 기로에 서게 됐다. 

새 정부가 민간주도로 일자리 마련에 힘을 쓰겠다고 천명하고 있는 만큼 현재 쌍용차 청산에 힘이 실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크다. 하지만 장담할 수는 없다는 여론도 있어 당장 쌍용차의 미래를 전망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쌍용차는 28일 에디슨모터스 측에 인수·합병(M&A) 계약 해지 사실을 통보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인수대금 잔금 납입 기한인 이달 25일까지 잔금을 지급하지 못하자 쌍용차와 서울회생법원, 매각주관사인 EY한영이 지난 주말 합의를 거쳐 내린 결정이다. 

   
▲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 정문. /사진=쌍용차 제공

계약 파기 책임이 있는 에디슨모터스 측은 인수 계약금으로 지불한 약 305억원을 돌려받지 못하게 됐다. 인수가 무산되면서 쌍용차는 새주인 찾기에 다시 나서야 한다.

앞서 서울회생법원은 에디슨모터스에 관계인 집회 개최일 5영업일 전까지 인수대금 전액을 납입하도록 했다. 관계인 집회 예정일이 4월 1일이기 때문에 에디슨모터스는 이달 25일까지 계약금으로 지급한 305억원을 제외한 잔금 2743억원을 내야했다.

쌍용차와 에디슨모터스이 체결한 계약서에는 '에디슨모터스는 관계인 집회일 5영업일 전인 3월 25일까지 인수대금 납입을 완료해야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그 즉시 계약이 해지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에디슨모터스는 지난 24일 서울회생법원에 관계인 집회를 연기해 인수 절차를 계속 진행하겠다고 요청했다. 하지만 쌍용차와 EY한영은 법원과 논의해 "인수대금을 구하지 못한 것은 집회 연기 사유가 될 수 없다"며 25일 관계인 집회 연기 불가 공문을 발송했다. 

그럼에도 에디슨모터스가 인수대금 잔금을 납입하지 않아 결국 계약이 파기됐다.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매각 무산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쌍용차 채권단과 노조는 에디슨모터스의 자금력에 줄곧 회의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부품·협력업체로 구성된 상거래 채권단은 그간 에디슨모터스측이 제시한 회생 계획안이 매우 부실하다며 반발해왔다. 

쌍용차 채권단에 따르면 에디슨모터스는 이들의 회생채권(약 5470억원)에 대해 1.75%만 현금 변제하겠다고 게재했다. 이는 2009년 쌍용차 기업 회생 당시 마힌드라가 제시한 현금 변제율 40%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쌍용차 노동조합도 "에디슨모터스는 인수대금 납부를 위한 컨소시엄도 확정 못한 상태"라며 "인수 후 들어갈 운영자금 마련 계획도 구체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에디슨모터스는 본계약 당시 재무적 투자자로 나선 강성부펀드(KCGI) 등과 증자 및 자산담보 대출 등을 통해 인수 및 운영자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회생계획안에 컨소시엄 구성과 자금 증빙 등을 제출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설상가상으로 인수대금 조달의 핵심 역할을 할 예정이었던 에디슨모터스 관계사 에디슨EV는 4년 연속 영업손실이 발생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위기에 처했다.

이에 상거래 채권단과 노조는 지난 23일 법원에 에디슨모터스의 인수 반대 탄원서를 제출했다. 매각 작업이 끝내 무산되면서 쌍용차는 결국 청산 절차를 밟거나 재매각을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쉽지 않다. 새 정부가 들어서는 상황에서 60년 역사의, 임직원 5000명에 육박하는 회사의 청산을 결정하기란 정부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직원들과 더불어 평택 등 쌍용차 공장 지역 주민들의 반발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고 재매각 추진이 쉬운 것도 아니다. 일단 자금력이 있는 새 원매자를 찾기가 힘들다. 에디슨모터스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할지 미지수다. 

쌍용차의 상황도 좋지 않다. 지난해 실적만 해도 매출액은 2조4293억원으로 전년대비 17.7% 감소했고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2962억원, 2929억원으로 집계됐다. 손실폭을 전년대비 줄이긴 했지만 적자상태를 이어가면서 전액 자본잠식을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오랜 경영난에 보유한 기술력이라곤 아직 내연 기관 위주에 불과하다.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 대한 대응 전략이 타사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지금으로서 기댈 곳은 2년 전 인수전에 참여했던 전기차·배터리 제조업체 이엘비엔티나 미국의 전기차 벤처기업 인디EV 뿐이다. 

하지만 이들이 여전히 쌍용차에 대한 인수 의지가 있는지 불투명할 뿐만 아니라 이들의 자금력 역시 입증된 것은 아니어서 인수자로 선정돼도 지난한 과정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주채권단인 산업은행 지원 여부를 지켜보고 있다. 산업은행은 쌍용차의 지원에 줄곧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에디슨모터스의 자금력, 쌍용차 채권단의 인수 반대 움직임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이번 에디슨모터스의 인수 불발로 2년만에 다시 운명의 갈림길에 서게 된 쌍용차의 미래를 걱정하는 시선이 많다. 청산과 재매각에 관해서다. 

쌍용차의 공장부지와 지적재산권 등 다양한 자산을 처분해 그동안의 적자와 손해를 청산하는 방안과 재매각을 통해 새로운 살길을 확보해나가는 방안 중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지다. 

다음 정권에서 민간주도로 일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천명한 만큼 쌍용차와 함께 공생하고 있는 협력사들까지 생각하면 청산보다는 재매각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의 산업에서 일자리 확보를 하기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새 원매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결국 법원 주도의 청산 작업을 밟을 수밖에 없지만, 이 경우 새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산업은행의 관리 안에서 새 주인을 찾는 방향으로 갈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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