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국조, 국가적 과제 추진 전직대통령 존중문화 아쉬워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척박하다. 청와대를 떠나기만 하면 이런저런 연유로 흠집을 내는 경향이 강하다.

87년 민주화이후 평화적 정권교체가 6번이나 이뤄졌다. 정치권은 여전히 전직대통령을 존중하는 문화가 없다. 금도(襟度)가 없다. 일반 정치인 소환하듯한다.

전직대통령이라도 범법행위를 했다면 사법처리를 받아야 한다. 여기에는 이의가 없다. 문제는 재임기간의 정책들이 국가적 차원에서 올바른 것이었다면 발목잡기는 지양돼야 한다는 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6일 자원외교 국정조사와 관련, 이명박 전 대통령의 출석을 요구한 것은 아쉽다. 문대표는 “해외자원 개발 국조특위가 이 전대통령의 방패막이를 자처하고 있는 새누리당의 방해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대표가 이 전대통령의 국조특위 출석을 요구하는 명분은 MB정권 시절 이뤄진 해외자원개발이 대규모 손실을 냈다는 점이다. 감사원 감사 결과를 내걸었다. 지난 12년간 116개사업에 31조4000억원이 투입됐고, 이중 86%인 27조원이 MB시절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확정손실이 3조4000억원이라는 점도 내세웠다.

국회 자원개발 국조특위는 진행중이다. 석유공사 가스공사 등 공기업 책임자들과 정부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가 진행중이다. 검찰에서도 강도높게 수사 중이다.

국조특위에 국가원수까지 소환하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 해외 자원개발은 장기간 사업이다. 단시일에 투자금이 회수되지 않는다. 제조업처럼 단기간에 승부를 볼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오랜 기간에 걸쳐 사업성패 여부가 판가름난다.

자원개발은 가장 중요한 국책사업이다. 대한민국은 원유와 가스 등 자원이 전무한 나라다. 한국은 세계4위 에너지 수입국이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에너지의 96.5%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세계 10위권 경제규모를 가진 나라에서 에너지의 안정적인 확보는 가장 중요한 국가적 사업일수밖에 없다. 에너지개발은 어느 한 정권에서만 이뤄질 사안이 아니다. 보수 진보 정권을 떠나서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추진돼야 한다.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6일 이명박 전대통령을 국회자원국조 특위 증인으로 출석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원개발은 10~30년의 장기적 기간에 걸쳐 성과가 나타나는 사업이다. 에너지자원 확보는 국가적 과제다. 옳은 정책을 추진한 전직대통령을 존중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4.29 재보선을 앞두고 전직 대통령을 당리당략차원에서 끌어들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연합뉴스

MB시절 이뤄진 자원개발은 국가적 현안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이후 국제원자재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원유가격은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했다. 미국 골드만삭스는 원유가격이 배럴당 200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은 50달러대로 추락했다. 유가동향은 신만이 아는 영역이다.

MB정권 시절 해외에너지 개발은 고유가라는 국제경제환경속에서 추진됐다. 해외자원개발을 하지 않았다면 그것 자체가 직무유기였을 것이다. 총성없는 자원전쟁에서 낙오될 수 없기 때문이다.

석유 가스 등 에너지자급률을 높이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았다. 중국과 일본은 국가원수가 대규모 달러를 들고 아프리카 중남미 동남아 중동등지로 에너지세일을 다녔다. 중국은 후진타오 전 주석에 이어 현 시진핑주석까지 아프리카 중남미를 방문해서 자원싹쓸이를 하고 있다. 아베 일본 총리도 마찬가지다. 중국과 일본의 자원외교전쟁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국의 석유 가스 자주개발률은 2008년 5.7% 불과했다. 우리와 처지가 비슷한 일본은 자원외교를 통해 20%를 넘겼다. 아베정권은 2030년까지 이를 40%로 높이겠다며 자원외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은 어떤가? 국영석유기업(NOC)은 2009년부터 2010년까지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의 석유및 가스광구지분을 사들이는 데 476억 달러를 투입했다.

MB정부도 해외자원개발에 적극 나섰다. 이전 노무현 정부도 2000년대들어 신고유가시대에 대응한다며 해외 자원개발에 적극 나섰다. MB정부는 노무현정부보다 활발하게 에너지자주개발률을 높이기위해 분투했다. 

석유공사 가스공사 등이 캐나다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등지에서 석유 가스회사 등을 인수합병했다. MB정권 시절 유연탄 우라늄 철 동 아연 니켈 등 6대 전략광물 자주개발률은 2011년 29%로 증가했다. 노무현 정부시절 2007년의 18.5%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높아진 것이다.

자원개발 과정에서 문제점도 있다. 부실인수 논란이 그것이다. 이 문제는 감사원이 지나치게 단기적 시각에서 잣대를 들이대는 측면이 없지않다.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는 자원개발 특성을 제대로 감안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전대통령은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서 “자원외교는 그 성과가 10년에서 30년에 걸쳐 나타나는 장기적인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이 퇴임한지 2년도 안된 상황에서 자원외교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MB의 문제제기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 한국은 자원국조특위 가동과 검찰수사로 해외 자원개발이 올스톱된 상태다. 이미 인수한 업체들도 헐값으로 팔기 바쁘다. 국회와 감사원 검찰에서 전방위 압박을 하면서 자원개발 공기업들이 잔뜩 주눅들었다. 석유공사는 캐나다 하베스트를 인수가격의 10분의 1가격으로 팔았다. 석유공사측은 감사원의 감사압박만 없었다면 중국 등의 업체와 적정가격에 매각했을 것이라고 했다. 아쉬운 대목이다.

공무원과 공기업관계자들은 문책을 당하지 않으려고 보신에 급급하고 있다. 지금처럼 에너지가격이 하락한 상태에서 파는 것은 손실을 자초하는 것이다. 국민혈세를 오히려 낭비하는 것이다.

중국은 지금 해외 에너지업체들을 쇼핑하기 바쁘다.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대로 떨어진 현재가 해외 유망한 에너지업체들을 사들이는 호기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에너지 자주개발이 정체 내지 퇴보하고 있다. 유가가 급등할 때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걱정이다. 자원개발은 여야를 떠나 국가와 국민을 염두에 두고 추진해야 한다. 자원개발사업이 정치권의 희생양이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문재인 대표는 차기대권에 도전중이다. 지난 19대 대선에서 석패했다. 새민련 당대표를 맡은 것을 계기로 친노색깔을 탈색시키고 있다. 좌파에 치우친 당 지지층을 넓히는데 신경쓰,고 있다. 유능한 경제정당, 안보정당을 자임하며 중원의 투표층을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대권주자라면 전직대통령을 예우하는 문화에 앞장서야 한다. 문대표는 노무현 전대통령 최측근 참모였다. 비서실장, 민정수석등을 거치면서 노전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모셨다. 그의 주군은 불행하게 생을 마감했다. 주군의 비극적 삶을 통해 전직대통령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점을 절감했을 것이다.

자원국조에 MB의 소환을 요구하는 것은 공연한 정치공세에 불과하다. 전직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망신주려 한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온당치 않다. MB만 소환요구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 98년 외환위기 원인을 규명하는 국회 환란특위에 김영삼 전대통령을 소환한 적이 있는가? 김대중 전대통령도 노무현 전대통령 시절 이뤄진 대북송금 청문회에 나가지 않았다. 노전대통령 영부인 권양숙 여사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받은 100만달러에 대해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됐다.

해외 자원개발 과정에서 비리가 있다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관련자를 처벌하면 된다. 이 문제를 침소봉대하는 것은 정치적 술책으로 보인다. 국가적 과제인 해외 자원개발을 죄악시하는 것은 곤란하다. 에너지와 자원개발은 대한민국 경제의 생명선이다.

문대표가 4.29재보선을 앞두고 전직 대통령을 끌어들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문대표는 변호사출신이다. 법치의 중요성을 잘 아는 야당 대표가 법의식에서 문제점을 보이는 것은 매우 안타깝다. [미디어펜=이서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