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인턴기자] 설 특집 파일럿 이후 정규 편성된 ‘복면가왕’이 차별화된 모습으로 시청자 호응을 얻으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MBC ‘일밤-복면가왕’(이하 ‘복면가왕’)은 특수 제작된 가면을 쓴 8인의 스타들이 무대에 올라 오직 노래 실력만으로 평가받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지난 2월 설특집 파일럿 프로로 등장해 순간시청률 23%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며 ‘일밤-애니멀즈’의 후속 코너로 자리 잡았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복면가왕’은 지난 5일 첫 방송에서 시청률 6.1%(전국기준)을 기록, ‘애니멀즈’의 시청률 2.5%을 3.6% 포인트 차이로 가뿐히 만회했다. 동 시간대 강자인 KBS2 ‘해피선데이’가 전주대비 시청률이 0.9% 포인트 하락(14.0%→ 13.1%)한 것을 미루어 보면 주목할 만한 성과다.

   
▲ 사진=MBC 제공

같은 노래 경연 프로인 MBC ‘나는 가수다3’(이하 ‘나가수’)가 지난 4일 방송 시청률 5.5%를 기록한 것과도 비교할만하다. ‘나가수’는 거물급 가수들에 더불어 록커 김경호의 합류에도 불구하고 동시간대 SBS 예능프로 ‘정글의 법칙’(14.1%)에 큰 차이로 시청률 1위를 내줬다.

‘복면가왕’과 ‘나가수’는 경연이라는 특성을 제외하면 하나부터 열 까지 다른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복면가왕’은 사전에 경연자를 파악할 수 없다. 그들은 등장이후 패자로 결정되기 전까지 정체가 공개되지 않는다. 우스꽝스러운 이름과 외형을 가진 가면을 쓴 그들은 정체가 드러나기 전까지 ‘노래 잘하는 아무개’로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한껏 자극한다.

의문의 경연자들은 오로지 실력으로만 평가를 받는다. 첫 방송에 등장한 경연자 8인은 2인1조로 각 조마다 한 곡의 노래를 함께 부르는 방식으로 경연에 임했다. 방송에 출연한 판정단은 99인으로, 동점을 허락하지 않는 구성이었다.

방송 중 토크를 맡은 ‘연예인 어벤져스 판정단’ 11인은 경연자를 보며 “노래 잘한다. 누구지?”라는 말 이상의 평을 내놓지 못했다. 기껏해야 경연자의 손짓을 통해 나이를 유추하거나, 가면 밑으로 드러날지 모를 얼굴을 보기 위해 한껏 고개를 낮춰 올려다보는 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복면가왕’은 ‘전설’에 집착하지 않는 경연곡 선정도 남달랐다. 소위 ‘전설’급 중견 가수들의 명성과 오랜 추억을 담은 노래가 아닌 자유로운 선정곡이 이어졌다. 임재범의 ‘사랑보다 깊은 상처’(1997년)를 제외한 박진영의 ‘대낮에 한 이별’(2007년), 윤도현 밴드의 ‘나는 나비’·옴므의 ‘밥만 잘 먹더라’(2010년) 등은 기존 경연 및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듣기 어려운 것이었다.

   
▲ '복면가왕' 첫 방송에서 정체가 공개된 4인 / 사진=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복면가왕' 방송 캡처

경연자들의 실력과 탈(脫)가수화된 다채로운 출신도 시청자들에게 반전으로 다가왔다. 출중한 노래실력의 경연자들이 한 명씩 정체가 공개될 때마다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이날 방송에는 과거 ‘블랑카’ 캐릭터로 “사장님 나빠요. 이게 뭡니까” 유행어로 만든 개그맨 정철규와 함께 배우 박광현, 배우 김지우가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탈락 전까지 경연자의 정체를 알 수 없는 진행방식, 대중화의 물결을 타지 않은 노래, 예측 불가능한 경연자의 스펙 등 ‘복면가왕’에는 신선함과 호기심을 모두 증폭시킬 수 있는 특성이 있다. 노래가 아닌 외모와 스펙, 기존의 팬덤, ‘전설’의 후광 등이 인기투표화·탈락 번복 등 심사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쳐온 기존의 경연·오디션 프로그램들에 ‘복면가왕’은 차별화로 승부를 걸었고, 여유롭게 1승을 따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