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윤, 28일 회동서 필요성엔 원칙적 공감…규모·시기 논의 못해
정부 "빚 추경 못해" vs 국힘 "세출 구조조정으로 짜면 가능해"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추경 규모는)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고 실무적으로 계속 논의하자고 서로 말씀 나눴다. 추가적으로 이 실무적 현안 논의에 대해서 이철희 정무수석과 제가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추경 시점은)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았고 추경 필요성은 두 분이 공감했다. 구체적 사안은 실무적으로 협의하자고 말씀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밝힌,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만찬 회동에서 나눈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내용이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이날 회동서 추경 필요성에 원칙적으로 공감했지만 그 규모와 시기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 결국 앞으로 윤 당선인측과 현 정부가 풀어가야 할 문제로 남게 됐다.

   
▲ 지난 28일 만찬 회동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중소 상공인들의 코로나 피해 지원을 골격으로 하는 추가 경정 예산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다만 재원에 대한 이견은 좁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사진은 28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난 문 대통령(오른쪽)과 윤 당선인./사진=청와대 제공
윤 당선인측은 조속한 시일 내에 50조원 추경안에 대해 여야 간, 실무자간 협의가 구체적으로 착수되길 바라는 입장이다.

현 상황은 '더 이상 국채 발행 등 빚을 내서 추경할 수 없다'는 정부 입장과 '세출 구조조정을 중심으로 추경안을 짤 수 있다'는 국민의힘 입장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추경안이 현 정부 임기 내에 국회를 통과하도록 속도전에 나섰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28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인수위는 내역과 규모, 재원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기획재정부가 국채 발행에 부정적인 윤 당선인과 손뼉을 맞추며 (당선인) 등 뒤에 숨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정부가 소극적으로 나왔을 때 정부를 어떻게 설득하고 압박할 것인가가 국회의 역할 아닌가 싶다"며 "추경은 빠를수록 좋고, 완전하게 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관건은 재정건전성에 대한 입장이다.

기재부를 비롯해 현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추경 편성에 소극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2월 1차 추경에서도 민주당은 당초 기대했던 규모의 추경안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이번 2차 추경에서는 그 규모와 시기가 어떻게 정해질지 기재부의 협조 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29일 본보 취재에 "홍남기 부총리가 여러차례 '자신의 임기 내에 추경은 더 이상 없다'고 언급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회동에서 전향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현 정부 내 2차 추경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 아닌가 싶다"고 내다봤다.

그는 "숨겨진 변수는 국민의힘이나 윤석열 당선인이 생각하는 세출 구조조정인데, 이를 하려면 '한국판 뉴딜' 같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사업을 삭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올해 한국판 뉴딜에만 33조원 넘게 배정되어 있는데 이에 대한 집행을 늦추기 어렵다고 본다"며 "국채 발행이라는 옵션도 물가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2차 추경을 현 시점에서 편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변수는 시간이다.

여러 이슈가 맞물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조기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4월 8일 차기 원내대표가 선출된다.

4월 8일 이후 국민의힘 원내지도부가 꾸려져야 본격적인 추경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29일 오전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저희는 하루빨리 국민의 어려움을 덜어낼 수 있도록 50조원 (추경) 약속은 조속한 시일 내에 여야 간, 실무자간 실무 협의가 구체적으로 착수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김 대변인은 "이에 대한 공감대는 어제 확인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직인수위나 윤 당선인 입장대로 코로나 추경이 원활하게 진행될지 미지수다. 현재로선 단언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