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28일 만찬 회동은 대선 이후 19일만이라는 가장 늦은 만남에도 불구하고 2시간 36분이라는 가장 긴 대화를 나누는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관심을 끌었던 ‘독대’는 없었고, 첨예하게 부딪쳤던 대통령실 이전과 인사 문제에 대한 극적인 담판도 없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만찬 회동에 배석했던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28일 저녁 브리핑에서 “두 사람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했다. 과거 인연 등을 주제로 반주 한두잔을 곁들여 만찬했다”고 전했다.
또 윤 당선인은 “많이 도와달라”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저의 경험을 많이 활용해달라, 돕겠다”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이 “꼭 성공하시길 빈다”고 말하면서 선물한 넥타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게 선물한 것과 같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만찬 회동 내내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장제원 당선인비서실장이 함께했고, 윤 당선인측에서 가장 시급한 대통령실 이전 문제나 인사 문제는 실무 협의로 넘겨졌다. 다만 문 대통령은 대통령실 이전 문제에 대해 “차기 정부가 판단할 문제”라며 “지금 정부는 정확한 이전 계획에 따른 예산을 면밀히 살펴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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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만찬 회동을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향하며 대화하고 있다. 2022.3.28./사진=청와대 |
그동안 대통령실의 국방부 이전에 대해 안보공백을 우려했던 문 대통령이 그 판단에 대해 “차기정부의 몫”이라고 말했으니 진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예산을 면밀히 살펴서 협조하겠다”고 말해 행안부나 기재부 차원에서 실무 작업이 이뤄지겠지만 조기에 예비비 지출이 승인될지는 미지수이다.
이날 만찬 자리에서 집무실 얘기는 유영민 비서실장이 먼저 꺼낸 것으로 전해졌다. 유 비서실장이 먼저 언급하자 윤 당선인이 집무실을 옮기려는 취지를 설명했다고 한다. 윤 당선인은 역대 대선후보마다 ‘청와대 시대’ 마감을 주장했으나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이전하지 못했으나 이번만큼은 꼭 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선인 측에서는 “실무적으로 이전 시기나 내용에 대해 서로 공유해서 대통령께서 협조하겠다는 말씀으로 이해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지면 국방부와 합참 등 공무원들이 세밀한 계획을 세울 것이고, 그 다음 예산안이 나오는데 시간이 조금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윤 당선인이 못 박은 바 있는 취임식 이전 집무실 이전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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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만찬 회동을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향하며 대화하고 있다. 2022.3.28./사진=청와대 |
이 밖에 만찬 자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문제에 대해서는 일절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날에도 당선인측에서 사면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는 말로 더 이상 언급을 피했다. 심지어 “사면은 조율할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의 결단 사안”이라는 말도 나왔다.
다만 감사위원 등 인사 문제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이나 윤 당선인 모두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비서실장에게 실무협의를 잘 진행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향후 양측의 협의 과정에 따라 여전히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감사위원 인사와 관련해 감사원이 ‘신구 권력의 협의 없이는 감사위원을 제청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낸 바 있으나 언제든 갈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이 공약했던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50조원 추경과 관련해서도 실무협의로 넘겨졌다. 당선인측은 “구체적인 언급은 안됐고, 실무적으로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김은혜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은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특히 코로나 사태를 관리하는 것,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피해 지원을 위한 추경 부분에서 협력해야한다는데 두 분이 공감대를 이루신 것이라고 자평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만찬 회동과 관련해서 청와대는 일절 브리핑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청와대가 당선인측을 배려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당선인측 브리핑의 기조는 현직 대통령의 고유권한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되 대치되는 현안은 실무협의로 넘겼다는 것이다. 즉석 합의없이 상대편 영역에 대한 ‘선 지키기’로 갈등을 봉합한 형국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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