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B대출 담보 53%, 보증 19%, 신용 28%

[미디어펜=김재현기자] 기술력은 있지만 담보나 보증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동시에 은행권의 여신관행을 개선키 위해 마련된 기술금융이 허울뿐인 것으로 드러났다.

7일 국회 정무위원회 김기준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국내은행의 기술신용대출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급증한 기술신용대출의 72%가 보증과 담보대출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실시된 기술신용대출(TCB대출)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지난 2월 기준 TCB대출 총액은 13조5033억원이다. 2월에만 전월대비 26% 증가한 2조7583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월 '기술금융 활성화를 위한 기술평가시스템 구축방안'을 수립했다. 은행권이 담보, 보증 중심의 영업관행에서 벗어나 기술신용평가를 통한 신용대출을 대폭 유도하는 '기술신용대출 활성화' 사업을 중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실시된 8조9247억원의 TCB대출 유형을 보니 담보·보증 형태의 기술신용대출이 72%를 차지했다. 담보대출과 보증대출은 각각 53%, 19%를 차지했으며 신용대출은 불과 28%에 그쳤다.

특히 지난 해 말 기준 전체 기업대출에서 신용비중이 46%였음을 고려한다면 TCB대출의 신용비중은 기존 대출보다 더 떨어진 셈이다. 중기대출만 보면 신용비중은 35%, 개인사업자를 제외한 중기대출에서 신용비중이 44%였다. 기존 중기대출보다 신용비중이 더 하락한 것이다.

TCB대출 활성화를 통해 중기대출에서 담보·보증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정부의 취지가 무색할 정도다. 실제 중기대출에서 신용비중은 TCB대출이 시행되기 전 36%(개인사업자 대출 제외)에서 지난 해 34.9%(42.9%)로 오히려 떨어졌다. 은행 중에서 TCB대출 실적이 가장 좋은 기업은행의 신용대출 비중은 17%에 불과했고, 담보대출 비중은 59%로 가장 높았다.  

TCB대출은 3년 미만 창업기업에 매우 인색했다. 1년 미만 창업기업은 4.7%(금액 기준), 3년 미만으로 확대해도 13.6%에 불과했다. 반면 10년 이상 기업이 58.6%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은행자율 대출의 경우 1년 미만은 3.7%에 불과했고 10년 이상이 60.1%를 차지했다. 시중은행 중에 실적이 가장 좋아 은행혁신성 평가 1위를 받은 신한은행의 경우 3년 미만 창업기업 비중은 12.1%, 10년 이상 기업은 62.6%로 평균보다 높았다. 

또한 TCB대출은 매출액이 낮은 소기업에도 매우 인색했다. 매출액 1억 미만의 소기업은 8%에 불과했다. 50억 미만 까지 확대해도 33.2%에 지나지 않았다. 100억~500억 미만 기업이 33.8%로 가장 많았고 1000억 이상 대기업도 8.3%에 달했다.

김 의원은 "말만 기술신용대출이지 보증, 담보 대출 비중이 70%가 넘는다"면서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사실상 기존에 거래하던 우량기업의 담보대출을 기술신용대출로 바꾼 것에 불과한 무늬만 기술금융"이라며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