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급·보직 눈 멀어 음해성 투서 난무…사기 저하·기강 문란 부추겨

군 고위 장성 정기 인사 시기만 되면 장군들을 둘러싼 각종 ‘설’과 투서들이 난무하고 있다.

군 관계자가 업자와 짜고 돈 '삥땅' 해먹은 방산비리, 그런 돈 받아먹는 비리보다 더 문제가 심각한 것이 군 인사와 관련된 군 내부의 암투다.

진급과 보직에 눈이 먼 장성들이 30여 년 동안 동고동락한 전우애를 망각한 채 경쟁자인 동기를 내치고자 혈투를 벌이는 것이다. 이것도 모자라 검증도 안 된 사실을 그럴듯하게 소설을 만들어 학연,지연을 동원해 언론에 제보하는 못된 작태도 연출한다.

2010년 10월 김관진 국방부 장관에게 장성 진급인사 결과를 음해하는 투서가 전달돼 군 당국이 수사에 나서는 소동이 벌어진 적이 있다. 경쟁자가 준장으로 진급한 육군 A대령의 과거 부대 운영비 사용내역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군은 물론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과 청와대 민정수석실까지 나서 합동 조사를 벌였지만, A대령을 진급에서 탈락시킬 만한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군은 김 장관의 긴급지시로 국방부 조사본부에 이례적으로 태스크포스를 꾸려 악의적인 투서를 뿌리 뽑겠다는 취지로 투서자에 대한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군 당국은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A대령과 경쟁관계에 있는 B대령의 부하나 그 주변 인물이 저지른 것으로 추정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2013년 8월에는 김관진 장관의 인사 관행을 비판한 장경욱 기무사령관이 퇴임식조차 하지 못한 채 경질됐다.

지난 2011년 5월 군검찰은 해병대 사령관을 음해한 혐의(특가법상 무고 등)로 보직 해임된 해병대 모 사단 P소장을 구속한 바 있다. P소장은 7월 전역을 앞둔 H소장과 함께 2010년 6월 취임한 해병대 사령관이 여권의 핵심 실세에게 수 억 원의 금품을 건네 이 핵심 실세의 입김으로 경쟁자를 제치고 진급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다.

언론들은 인사철마다 반복되는 이런 분위기는 군의 원칙 없는 인사도 한 몫을 했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원칙이란 것이 군 소장(少將)급 이상의 장성(將星)에게는 사실상 적용되지도 적용될 수 도 없다.

   
▲ 군 관계자가 업자와 짜고 돈 '삥땅' 해먹은 방산비리, 그런 돈 받아먹는 비리보다 더 문제가 심각한 것이 군 인사와 관련된 군 내부의 암투다. /사진=연합뉴스 TV화면 캡쳐

일단 소장까지 오를 정도의 장성들은 능력과 사생활,인성 등과 관련 수많은 검증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원칙이란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 무의미 하다.

군 최고위직에 오르는 것은 능력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지연 학연 기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인사권자의 ‘정무적 판단’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특정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정권에서 특정지역 인사를 우대하기도, 특정지역 편중을 위해 지역색채가 약한 인사도 발탁한다. 또한 지역편중 해소를 위해 특정지역 인사를 배제한다.이 모든 것이 정치적 환경에 따라 ‘정무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래서 관운(官運)이란 말이 나온다.

이런 현상은 정권교체 때마다 실력자와 인연에 따라 진급과 보직이 좌우되는 줄서기 풍토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생각하면 정권이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안정적 정권유지를 위해 발탁인사를 하고 있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이번 4월 상반기 군 장성 정기인사를 앞두고 각 군은 진급 및 보직 이동 대상자들의 지휘부 흔들기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공군이 군 지휘부를 흔들려는 일부 언론들의 음해성 제보 기사로 몸살을 앓고 했다.

공군 내부의 제보가 아니면 힘든 현직 고위 장성이 관련업체로부터 상품권을 받았다는 설이 기사화되기도 했다. 예비역 공군 대장의 말을 인용한 최윤희 합참의장 후임으로 최차규 공군참모총장이 내정됐다는 기사도 있다. 최근 국방부의 발표로 결국 허위임이 밝혀졌다.

“공군 작전의 사령탑인 작전사령관으로 최차규 총장이 '아끼는 장성'이 이동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는 제보가 아니면 게재하기 힘든 기사도 눈길을 끌었다. 이는 최차규 총장의 공군 지휘부를 흔들어 승진 내지는 보직 경쟁에서 경쟁자를 내치려는 치졸한 작태(作態)라 생각한다.

이 정도의 기사내용만 보면 공군 내부 사정에 밝은 군사전문가들은 누가 공군 지휘부를 흔들려고 하는 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대한민국 국군은 호국(護國)의 최선봉에서 상명하복(上命下服)을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여겨야 하는 중요한 집단이다.

국민이 믿고 의지하는 이런 집단에서 군 복무규율을 위반하며 ‘음해(陰害),암투(暗鬪)’를 벌이는 것은 뇌물 받는 방산비리보다 휠씬 더 국방전력에 악영향을 준다.

따라서 군 인사 시기 때마다 노출되고 있는 이런 행위에 대해 사정당국은 지위고하(地位高下)를 막론하고 군 기강확립과 국방전력 강화 차원에서 척결해야 한다. 기업의 인사질서(人事秩序)가 무너지면 기업이 망하는 것으로 끝나지만 국군의 인사질서가 무너지면 국가가 멸망(滅亡)한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고성혁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