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권 가진 경영관리위 8인 중 7인, 박근혜 정부가 임명한 전문가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대우조선해양의 신임 대표이사에 지난달 24일 조선소장을 맡던 박두선 부사장이 최종 선임된 가운데, 이번 인사에 문재인 정부와 채권단인 산업은행이 개입했다는 내용의 '알박기 인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대표이사직 인사가 이성근 전 대표의 임기 만료에 따라 적법하게 치러졌고, 대선 전에 이미 후보로 내정된 만큼 알박기와 무관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나아가 대우조선의 인사권을 관할하는 '경영정상화 관리위원회' 멤버가 박근혜 정부 인사들로 모두 채워져 있어, 신임 대표 내정을 현 정부의 기획 인사로 결부지을 수 없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대우조선해양 사옥./사진=미디어펜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원일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수석부대변인은 전날 대우조선의 인사를 두고 "임기 말 부실 공기업의 알박기 인사 강행에 대한 인수위의 입장"이라며 "대우조선해양은 문재인 대통령의 동생과 대학 동기로 알려진 박두선 신임 대표 선출이라는 무리수를 강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외형상 민간기업의 의사회 의결이라는 형식적 절차를 거쳤다고 하나, 사실상 임명권자가 따로 있는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자초하는 비상식적이고 몰염치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경영정상화 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4일 대우조선의 조선소장인 박두선 부사장을 새 대표로 내정하고, 이어 28일 주주총회에서 신임 대표이사로 최종 선임했다. 박 신임 대표 외 3인의 신임 사내이사와 4인의 신임 사외이사도 같은 날 각각 선임됐다. 

인수위가 문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거론하며 '알박기 인사' 의혹을 내놓자 청와대는 즉각 반박했다. 

신혜현 청와대 부대변인은 전날 서면 브리핑에서 "대우조선해양 사장 선임에 대해 인수위가 대통령 이름을 언급하며 비난했기에 말씀드린다"며 "인수위가 대우조선해양 대표 자리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직격했다. 

덧붙여 "조선 경기가 살아나는 상황에서, 회사를 빠르게 회생시킬 내부 출신 경영전문가가 필요할 뿐"이라며 "(대우조선해양 대표는) 현 정부든 다음 정부든 정부가 눈독을 들일 자리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박두선 대표이사 초고속 승진…'대통령 친분' 대 '선박 전문가'

박 신임 대표는 대통령 동생 문재익 씨와 대학교 동기·동창이다. 두 인물 모두 한국해양대 해사학부 78학번, 항해학과 34기다.

여기에 박 신임 대표가 계단식으로 빠르게 승진한 점은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공교롭게도 박 신임 대표는 지난 2015년 상무였지만, 현 정권이 출범한 후인 2018년 전무에 올랐고, 이듬해 4월 조선소장, 9월 부사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임기 말인 현재 사장 자리까지 꿰찼다. 특히 2018년 1월 당시 옥포조선소를 방문한 문 대통령의 의전을 전담하기도 했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4일 기자회견문에서 박 신임 대표가 이재명 전 대선 후보의 당선을 위해 경남 지역에서 선거지원 활동을 벌인 의혹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박 대표가 항해학과를 졸업한 뒤 1986년부터 대우조선에서 생산관리를 전담하며, 30여년간 선박 건조 경력을 쌓아온 전문가라는 점에서, 이런 의혹은 지나친 억측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산은이 낙하산 인사를 한 것도 아니고, 회사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킨 것 아니냐"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대우조선의 채권단인 산은은 최대 주주라는 점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원 부대변인은 "국민 세금 4조 1000억원이 투입된 대우조선해양은 KDB산업은행이 지분 절반을 넘게 보유한 사실상의 공기업"이라며 "회생 방안을 마련하고 독자 생존하려면 구조조정 등 고통스러운 정상화가 잇따라야 하고, 새로 출범하는 정부와 조율할 새 경영진이 필요한 게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산은은 대우조선 지분 55.7%를 갖고 있다. 또 산은 등 채권단이 대우조선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그동안 4조 2000억원을 투입했다.

이어 원 부대변인은 "정권 이양기에, 막대한 혈세가 들어간 부실 공기업에서 비상식적 인사가 강행된 것은 합법을 가장한 '사익 추구'란 의혹을 피하기 어렵다"며 "문 대통령은 5년 전 취임 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 정권 교체기 인사에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다는 식의 또 하나의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산은이 관리감독 기관인 금융위원회의 지침을 무시하는 등, 직권남용의 소지가 있음을 지적했다.  

인수위가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친문' 인사로 불리는 이동걸 산은 회장을 겨냥한 멘트다. 이 회장이 상급 기관인 금융위의 지침을 무시한 채, 관리 기업인 대우조선에 인사권을 남용했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행정관과 대통령자문위원회 정책기획위원회로 활약했고, 노무현 당선자 시절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위원회 위원을 맡았다. 이어 2003~2004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했다. 

민주당이 집권할 때마다 주요 공직 자리를 꿰찼다는 점에서, '친문' 인사로 분류된다. 

하지만 인수위의 추측이 지나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산은 소식에 정통한 한 인사는 "2월 당시 대선을 앞둔 만큼, 인사를 자제하자는 분위기는 있었다. 다만 대우조선을 콕집어 하지 말라는 얘기는 없었다"며 "(금융위 지침이) 산은으로선 캐피탈, 인프라, 인베스트먼트 등 금융자회사나, 산은 내부 사내 이사 인선 등을 생각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이어 "대우조선은 상장사이고 주주가 있는 회사인데, 산은이 마음대로 대표를 선임하면 노조부터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사장 인선한 위원회 멤버는 박 전 대통령 인사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집권 당시 꾸린 경영정상화 관리위원회의 멤버가 신임 대표이사를 인선한 점도 눈여겨 볼만한 요소다. 

대우조선이 지난 2016년 분식회계 문제로 큰 파장을 일으키자, 박 전 대통령은 이듬해 5월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독립된 기구 '경영정상화 관리위원회'를 수립했다. 대우조선 인사권 및 감시·모니터링 업무에 산은과 수출입은행 등 국가권력이 개입하지 않도록 권한을 이양한 것이다. 

이 위원회 멤버는 총 8명으로, 1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이 2017년부터 도맡고 있다. 

한 관계자는 "보수 정권에서 선임돼 현재까지 5년 넘게 일한 전문가들이다. 이 위원회가 대표를 물색하고, 면접도 보고, 검증도 하는 것"이라며 "(인수위 발언은) 민간 위원들을 모욕하는 행위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우조선 대표 임기가 3년인데, 2월 말 임기가 만료돼 새롭게 선임한 것일 뿐이다. 시기적으로 공석으로 둘 수도 없고, 원래 뽑았어야 했다"며 "대우조선은 상장사이고, 절차대로 대선을 치르기 전인 2월에 선임한 게 논란이 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논란에 대해 산은 측은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산은 노동조합에서는 본점 부산 이전 이슈로 갈등을 겪는 상황에서, 인수위가 사전에 군기를 잡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 산은 노조 관계자는 "인사는 위원회가 하는 것이고, 위원의 상당수가 박 전 대통령 때 선출됐는데, 그것을 탓하면 어떡하느냐"며 "인수위가 산은을 부산으로 이전하기 위해, 군기도 잡고 문재인 정부도 비난하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