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문제의 정치이슈화로 법과 원칙 무너져…노사정위 유명무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수상의 서거 2주기를 기념하여 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은 4월 8일 오전 노동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1970년대 사회주의가 만연해 쇠락의 길을 걷던 당시 영국을 공공부문 개혁, 복지 개혁을 통해 구해낸 마거릿 대처의 개혁 정책을 되짚어봄으로써 한국의 노동 현안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다.

토론자로 나선 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는 "‘고임금 정규직’ 보호라는 노조의 ‘노조패권’으로 인해 젊은 청년과 여성들이 ‘비정규직 저임금’에 내몰리고 있고 ‘취업절벽’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과단성’과 ‘끈기’는 있으나 나머지 2가지 즉, “법과 원칙에 근거한 노동구조개혁 추진과 자유 시장경제에 대한 확신 천명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김인영 교수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저출산 현상의 심각성을 ‘인구절벽’이라고 표현한다면 한국사회 노동개혁의 어려움은 ‘노동절벽’이라는 표현이 적절하겠다. 한국의 노동유연성을 포함한 노동개혁 문제가 절벽에 선 절대 절명의 상황에 처해 있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한국사회 거의 모든 문제가 당사자 간의 자율적으로 해결을 넘어 정치 이슈화 되어 있지만, 특히 노조의 파업이나 노동유연성 확보 문제는 노사의 자율적 해결이 불가능해져 있다. 이렇게 노동개혁이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첫째로 ‘노조패권’ 때문에 노동시장 개혁이 되지 않고, 둘째, 노동시장 개혁안이 어렵게 만들어져도 정치가 개입하여 해괴하게 법안을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한국 노사관계의 가장 큰 문제는 ‘노조패권’과 ‘노사문제의 정치 이슈화’로 요약될 수 있다. 노사문제가 정치 이슈화 되면 법과 원칙은 없어지게 되고 ‘정치적 타협’이라는 논리 하에 노조에 유리한 법안으로 뒤틀어져 버린다. 이것이 한국사회가 ‘노동절벽’에 이르게 된 이유이다.

1960~70년대 정부의 ‘노동배제’ 정책에 따른 소외감은 노동자를 약자로 보게 만드는데 일조했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 노동은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님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전투적(militant)이고 강한 노조 활동과 정치권의 친노조적 성격 때문에 그리고 회사 내에서는 임단협약에 따라 노조는 성역이 된지 오래이다. 고용도 세습되는 현실이니 노사관계의 칼자루는 노동에 있음은 명확하다.

‘노조패권’은 정치권에서도 나타난다. 2008년 18대 국회에서 한국노총 출신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강성천(한국노총 부위원장 출신), 김성태, 이화수, 현기환 의원 등 총 4인이었다.

한국노총은 2009년 7월 4일 “노총출신 국회의원 협의회”를 개최했다. 여기서 “노동출신이니 노총 일에 앞장 서서 일할 것이다.” “노총과 국회 사이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다.” “나는 아직 노동자이고 한국노총에 대한 애정이 있으며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나는 한국노총 후부이며 한국노총 출신 국회의원이다. 노총을 위해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발언들이 나왔다. 새정치연합은 을지로위원회를 만들어 친노동 행보를 일상화하고 있다.

이렇게 한국사회에서 노조는 정치권의 후원과 정부의 (암묵적) 지지를 바탕으로 노사관계에서 우월한 지위에 있다. 사회적으로 ‘노조패권’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개혁의 핵심인 ‘정규직 과보호’와 ‘연공 임금체계’는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사용자 대표와 정부가 아무리 설득해도 노사정위원회에서 노조가 불리한 합의를 해줄 이유는 없다. 한국노총은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합의를 해줄 수 없는 이익집단으로서의 한계와 내부의 권력 구조적 한계를 가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에게 '바세나르(Wassenaar) 협약'을 이루어낸 네덜란드 노조처럼 자신들의 희생을 감수하고 미래 노동자인 청년들의 고용을 늘리는 선택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이다. 대한민국 노조는 노사정 합의를 해주지 않아도 살아남을 수 있을 만큼 ‘패권적’이라는 것이다.

   
▲ <사진1> "비정규직 좀 도와주세요” /사진=연합뉴스

노동계 내부에서도 노조는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해 우월한 패권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사진 1>은 2010년 11월 울산시 북구 오토밸리 복지관 대강당에서 열린 전국금속노조 정기 대의원 대회에 참석하는 대의원들에게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비정규직을 도와달라며 큰절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규직 노조는 비정규직의 희생 덕분에 생산성에 비해 높은 임금과 혜택을 받고 있는 모습이며, 현재 우리나라 노동계의 정규직-비정규직 권력구조를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

한국사회의 친노동, 친노조 성향

노동개혁이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가 한국사회에서 노동계가 가진 헤게모니적 패권 때문임은 앞에서 설명했다. 예를 들어 언론도 절대적으로 친노동으로 기울어 있다. 비정규직이나 정년연장 등 노사협의가 이루어지고 있다면 언론은 항상 노동계의 편을 들었다. 언론은 노동자는 돈 없고, 노동계는 힘없는 조직으로 이미지를 조작하고 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 정당도 기업의 입장을 이해하기 보다는 노동자에게 양보할 것을 강조한다. 노조에 선거에 필요한 ‘표’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법안 심의에 국민의 의사를 모으는 것에 주력하는 것이 아니라 노조의 허락을 우선으로 한다. 4·29 국회의원 보궐선거 등 총선이나 대선을 앞두고 국회와 정치권은 노동문제에 대하여는 ‘입’을 닫는 것이 일상화 되어 있다.

이미 한국사회에서 노동계는 양대 노조가 휘어잡고 있고. 사측-노조의 힘의 관계는 노조로 기울어져 있으며, 정치권과 노조의 관계 역시 노조가 조직력과 ‘표’로 압도하고 있으며, 정부와 노조의 관계에서도 사회의 시끄러움을 피하는 정부는 노조에 아무 것도 요구하지 못하는 존재가 되었다.

이는 한국사회가 노조의 헤게모니에 포획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노동시장의 경직성, 노동개혁의 어려움, 비정규직의 탄생, 노사정 타협의 실패, 청년실업의 증가, 기업의 해외 탈출, 기업의 투자 감소로 인한 경제의 침체 등 이 모든 것의 원인은 한국사회 노조의 헤게모니 권력 때문이라는 것이다.

노사정위원회의 논의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헤매고 있는 청년들의 일자리 만들기 논의는 제쳐두고 현재 노동자인 비정규직 등 취약근로자 보호 방안에 집중되는 이유도 노조의 기득권 보호 때문이다.

때문에 노사정위원회의 논의가 “미래의 노동자인 청년들을 무시한 채 취업한 어른들의 기득권만 보호하는 것”이며 “20%의 (취업 노동자)보호를 위해 80%의 진정한 약자, 특히 청년들의 일할 권리를 빼앗는 것”이라는 김영배 경총 부회장의 지적은 정확하다.

그리고 “고임금 정규직을 정년까지 보호하는 바리케이드가 있어서는 안 된다. 청년, 여성 같은 취약계층도 노동시장에 손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장벽을 낮춰 보다 더 많은 사람이 일할 기회를 줘야한다”는 지적은 노동 현실의 핵심을 꿰뚫고 있다. 즉, ‘고임금 정규직’ 보호라는 노조의 ‘노조패권’으로 인해 젊은 청년과 여성들이 ‘비정규직 저임금’에 내몰리고 있으며 ‘취업절벽’이 만들어지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 한국 노사관계의 가장 큰 문제는 ‘노조패권’과 ‘노사문제의 정치 이슈화’로 요약될 수 있다. 노사문제가 정치 이슈화 되면 법과 원칙은 없어지게 되고 ‘정치적 타협’이라는 논리 하에 노조에 유리한 법안으로 뒤틀어져 버린다. /사진=연합뉴스TV 캡쳐

‘노조패권’이라면 노사정위원회의 ‘노동 개혁’ 논의는 무의미한 결론을 내릴 것이 뻔하다. 우선 노총이 개혁하겠다는 의지가 없는데 개혁안이 나올 리 없다. 한국노총은 쟁점인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임금피크제, 노동시장 이중구조, 저성과 근로자 일반해고 요건 등 5개 사항 전부 수용불가이며, 만일 노사정 합의안이 나오면 한국노총 내부에서 최종 결정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회적 합의 위에 ‘옥상옥’으로 노조 내부결정을 두겠다는 의미이다. 노조직률 5%도 안되는 한국노총이 판을 쥐고 흔들고 있다. 민주노총은 한국노총이 있는 곳에는 패권 다툼 때문에 참여 안하고 그냥 쭉 ‘총파업’ 주장이다. 양대 노총에게 국가경제는 안중에도 없다. 그래서 한국사회 노조패권이고 노조공화국이라 아니하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노사정위원회는 합의 시간 어기기가 다반사이다. 시한도 지키지 못 지키면서 합의사항은 어떻게 지킬지 의문이다. 기본이 돼있지 않는데 거기서 만들어진 합의가 ‘개혁’일리 만무하다.

따라서 노동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는 노조가 스스로 바뀌는 것이 우선이다. 노조의 스스로 개혁이 전제 되지 않는 상황에서 ‘노사정위원회’에 기대할 합의는 없을 것이다. 물론 정부의 의도가 사적 단체들에 강제된다는 의미에서 상당한 정도로 자유주의와 대의민주주의 원칙의 희생을 기반으로 하는 코포라티즘에 기반 한 노사정위원회의 운용 자체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는 별도로 한다.

노조패권 극복은 대처식 – 어떻게 가능한가?

그러면 어떻게 ‘노조패권’을 개혁할 수 있는가? 박동운 교수님께서 제시하신 ‘대처식 노동개혁’이라야 가능할 것이다. ‘노조천국’ 영국의 노동시장 개혁의 핵심을 ‘노조파워 무력화’로 지적한 박동운 교수님 설명은 적확하고 의미심장하다. ‘노조천국’ 영국과 ‘노조패권’의 대한민국은 다르지 않으며 그 결과는 영국이 ‘무기력한 경제’였다면 대한민국은 3%의 잠재성장률이고 그것도 2018년이면 2%로 추락한다.

그러면 한국사회 ‘노조패권’을 넘어 노동유연성을 확보하는 방안은 무엇인가? 우리에게 ‘대처식 리더십’은 어떻게 가능한가?

한 마디로 쉽지 않다. 대처 총리는 내각제에서 11년 반을 집권했다. 구조개혁의 성공은 초기 6개월에서 1년이 중요하지만 개혁이 자리 잡고 지속성을 가지고 추가적인 규제개혁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한국 대통령의 5년 임기로는 힘들다. 그리고 권력도 대처는 내각제 총리로서 의회(입법부)를 장악했고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끌어냈다.

물론 국민적 지지는 영국을 과거 대영제국처럼 영화로운 나라로 만들고, 영국에 사회주의라는 ‘영국병’을 몰아내겠다는 간단하고 명료한 비전을 제시하여 가능했다. 권력구조에서도 내각과 의회의 권력융합(fusion)으로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개혁을 추진할 수 있었다. 때문에 박동운 교수님이 설명하신 집권 11년 반 동안 5차례의 노동관계법 제정 또는 개정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러한 법 개정에 근거하여 ‘법과 원칙’에 기반 한 노사관계가 정착되었던 것이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제 권력구조에서 입법부에 의한 행정부 권력 견제로 입법을 통한 개혁의 추진은 정치 구조상으로 힘든 현실이다. 노동계와 야당 국회의원과의 연계로 노동 이슈와 관련된 모든 사안에 대하여 야당은 반대하며, 입법의 첫 번째 관문인 ‘환경노동위원회’ 심사 통과도 어려운 상황이다. 환경노동위원장은 전통적으로 야당이 맡아왔고, 위원회 구성 자체가 친노동적이라 노동개혁 법안의 통과는 쉽지 않다.

아울러 5년 임기의 한국 대통령은들 3년차만 되면 레임덕 위기에 처하게 되고 선거 때만 되면 정부의 정책은 흔들리고 여당은 개혁을 포기하는 정책으로 전환하게 된다. 이러한 정치 구조에서 노조는 개혁의 화살을 피해 길게 1~2년만 버티면 된다는 의식으로 개혁에 저항하게 되는 것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대통령제 권력구조는 어떠한 개혁도 추진하기 어려운 장애물이 되었다. 예를 들어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2년차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추진했던 규제개혁은 부진하고 경제개발 3개년 계획은 실종 된지 오래이다.

노동시장 개혁의 성공을 위해 지금이라도 박근혜대통령이 추진해야 할 사안은 대처 수상에게 배우기이다. 박동운교수님이 지적하신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성공을 위한 4가지 “과단성, 끈기, 원칙, 자유 시장경제” 가운데 박근혜대통령에게 ‘과단성’과 ‘끈기’는 있으니 나머지 2가지 즉, “법과 원칙에 근거한 노동구조개혁 추진과 자유 시장경제에 대한 확신 천명”이 필요하겠다. 구체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법과 원칙에 근거한 노동구조개혁과 시장경제에 대한 확신

첫째, 노사정위원회는 없애거나 비상설화 하고 노사정 대타협과 같은 것을 추진하지 않는 것이 좋다. 추진하더라도 원칙에 의하여 ‘정(政)’은 타협에 개입하기 보다는 ‘노사(勞使)’가 합의할 수 있는 멍석 깔아주기에 그쳐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노사관계가 노정관계로 이어지고 ‘사(使)’가 배제되는 현실에서는 꼭 필요한 조건이다.

둘째, 자유 시장경제에 대한 확신을 천명하고 많은 부분을 시장에 맡기며, 규제개혁 추진에 중점을 두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 노사관계를 시장에 맡기면 ‘노조패권’은 자연히 점차적으로 사라질 사안이다. 정치권, 국회, 대통령, 그리고 노동부 관료들이 만든 ‘노조패권’이니 스스로 결자해지하는 차원에서 손을 떼고 노사문제는 노사 당사자들과 시장에 맡길 일이다.

셋째, 자유시장 질서에 맡기는 것이 최선이지만 박근혜 정부가 기득권을 가진 ‘노조패권’을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빠른 시일 내에 개혁하려 한다면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개혁을 진두지휘해야 한다. 대통령은 노동시장 구조개혁 법률안을 가지고 직접 국민을 설득하고, 새누리당과 함께 야당을 진심으로 설득해야 한다.

언제라도 야당이 정권을 잡으면 그 때 “경제에 좋고, 야당에도 좋은” 법임을 강조하여 대통령이 선두에 서서 야당을 설득해야 한다. 대통령이 노동개혁을 강조하는 말만 하고, 아무런 행동이 없으면 어떠한 노동개혁도 가능하지 않다. 대통령이 나서지 않는다면 한국사회 ‘노조패권’은 넘어설 수 없다. ‘골든타임’은 대통령이 놓치고 있다. /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