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구태경 기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인수위)가 현 정부의 정부조직체계에 기반해 차기 정부 1기 내각을 꾸리겠다고 ‘선 조각, 후 개편’을 공식화한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안팎에선 ‘통상’이 산업부에 존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통상 교섭기능이 없는 외교부가 안보와 경제의 종합적이고 균형적인 접근이 불가능한 만큼, 외교부로 이전해 본래의 종합적인 외교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면서 갑론을박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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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통상자원부 정부세종청사./사진=미디어펜 |
8일 한 산업부 고위공무원은 “예전에는 안보가 국방과 외교의 분야였지만, 지금의 시대에서는 ‘경제 안보’라고 불리우는 만큼, 경제가 안보에 큰 영향을 끼친다”며 “이를 적절히 소화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처는 산업부가 가장 적합한 수행부처”라고 강조했다.
전날 인수위가 정부조직개편은 새 정부 출범 뒤에 의견 수렴을 거쳐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산업부는 통상기능 이전 등 정부조직 개편 논의가 후순위 과제로 미뤄져, 개편으로 인한 부서별 이동 및 업무 인수인계 등 큰 혼선 없이 현안에 집중할 수 있게 돼 이번 인수위의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특히 산업부의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및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봉쇄조치 등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원자재가격 상승 등 통상 현안이 쌓여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교부와 '밥그릇 싸움'을 벌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최근 최대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미국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 및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앞두고 있는 ‘통상’ 측면에서 중요한 기로에 서있다. 모두 공급망 및 다자주의 무역 등 경제·산업에 관련된 과제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 역시 IPEF 구축과 관련해 상무부, 무역대표부(USTR)이 나선다”며 “만약 미래에 식량위기가 도래하면 외교부에서 식량 문제를 관리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통상은 대외경제 기획과 이를 실행에 옮기는 교섭본부로 그 역할이 나눠져 있다”며 “각각 전문성이 있는 분야에서 통상정책을 수행해야 시너지를 낼 수 있지 않겠냐. 무엇보다 국익을 우선해야 한다”고 의견을 내놨다.
이에 대해 반박의 주장도 나온다. 산업부가 특정 산업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송유철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는 지난달 17일 한국행정학회·외교부 주최로 열린 포럼에서, “IPEF는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 하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산업부에서는 과연 이에 대한 전반적 이해가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며 “산업부에서는 자기 이익을 지키기 위해 전반적인 국익에 기초하지 못한 협상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단적으로 자동차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농산물을 내준다든지 하는 사례를 들 수 있다”며 “산업부 공무원은 퇴직 후 특정 업계의 재취업 기회가 있는 만큼, 팔이 안으로 굽는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송 교수는 “이에 반해 외교부는 업계 재취업 기회가 없는 만큼 이해관계자로부터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22일 개최된 한국국제통상학회 주최 심포지엄에서 “현재 전세계는 자국 기업을 국제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자원 배분을 서두르고 있다”며 “IPEF의 핵심 의제를 살펴봐도 공급망과 디지털 경제, 인프라 구축 등 모두 산업과 기업에 관련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외교 안보적 수단 측면만 강조하면 국부 창출의 기반이라는 통상정책의 또 다른 부분을 놓칠 수 있다”며 “국내 기업과 소통하고 글로벌시장에서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있는, 경험과 판단력이 있는 부서에서 통상정책을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산업부와 외교부의 ‘밥그릇 싸움’을 놓고 잦은 정부조직 개편이 통상 정책에 악영향을 준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성호 경기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산업통상형 조직을 채택하고 10년 정도 돼 조직 업무에 안정감을 갖고 결과를 내야 하는 이러한 시점에 또 변경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통상 서비스를 어디서 제공할 것인가에 대해 정책수요자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피해를 본 기업이 산업부를 찾아가다가, 갑자기 외교부 문을 찾아야 하게 될 것”이라며 “산업과 기업의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한국의 통상교섭 조직은 1994년 이전에는 외무부, 상공지원부, 기획원 등으로 기능이 분산됐다가, 1994년 통산산업부로 개편돼 통상업무를 관할했다. 이후 4년만에 외교통상부로 바뀌면서 외교부가 통상교섭을 맡았으며, 지난 2013년 외교통상부에서 통상교섭을 이관해 지금의 산업통상자원부가 됐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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