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버그 주한 미대사 지명자, 북한에 ‘불량정권’ 표현해 주목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측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북핵과 관련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표현을 다시 사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미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북한이 CVID에 대해 “항복문서에나 등장할 문구”라고 반발하면서 그동안 미국 정부는 이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CVID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라는 표현으로 대체됐고, 바이든 행정부는 FFVD 대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CD)를 주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방미 중인 박진 한미정책협의대표단 단장은 지난 4일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과 면담한 뒤 특파원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CVID를 통해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와 안전을 구현한다는 당선인의 대북정책 비전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는 기회를 가졌고, 미국 측도 이에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 지명자가 7일(현지시간)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CVID를 언급하며 “이는 어려운 목표이지만 우리 비확산 목표에 매우 잘 맞는다”고 말했다. 다만 골드버그 지명자는 CVID의 C를 ‘완전한’(Complete) 대신 ‘포괄적인’(Comprehensive)로 표현했으며, 다른 의도는 가진 것인지, 실수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젤리나 포터 국무부 부대변인은 8일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히면서 “우리는 북한이 추가적으로 정세를 불안정하게 하는 활동을 자제하고 진지하고 지속적인 대화를 선택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사실 미국은 지난 2005년 북핵 6자회담이 가동될 당시에도 CVID라는 용어에 북한이 반발하자 ‘포괄적 비핵화’(Comprehensive Denuclearization)라는 표현으로 대체한 적이 있다. 용어만 바뀌었지 실제 의미하는 바는 같았다.

특히 골드버그 미대사 지명자는 CVID를 언급할 때 북한 김정은 체제를 ‘불량정권’(Rogue Regime)으로 규정해 눈길을 끈다. 이 발언이 최근 조성되고 있는 미국의 대북 강경 모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 북한 노동신문은 25일 전날 발사한 미사일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포 17형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직접 발사 명령을 하달하고 현장에 참관해 발사 전 과정을 지도했다고도 전했다. 2022.3.25./사진=뉴스1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한미정책협의대표단을 만난 이틀 뒤인 6일 미 하원 청문회에 참석해  나가 한미정책협의대표단과의 대응 논의를 거론하며 “(이런 논의는) 북한이 대가없이 이 행위를 계속할 수 없음을 알도록 할 강력한 조처와 북한의 공격에 대응해 ‘신뢰할 만한 억지력을 갖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조처를 할 것’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셔먼 부장관이 ‘신뢰할 만한 억지력을 보여주는 조처’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레드라인을 넘은 북한이 4월 ‘김일성 생일’ 110주년 등을 계기로 7차 핵실험에 나설 경우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 전개 및 대규모 한미연합훈련 재개 등을 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당선인측과 바이든 정부측의 CVID 표현 언급과 관련해 통일부와 외교부가 다소 결이 다른 반응을 내놓은 것도 주목된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6일 “개념 논쟁으로 되돌아갈 필요가 없다”고 지적하면서 “완전한 비핵화와 CVID는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문제는 높아진 한반도 위기를 어떻게 가라앉히고 변화시킬 것인지의 측면에 주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런 반면 외교부는 8일 CVID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에 여러 차례 명시돼 있는 내용이라는 입장을 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안보리가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뒤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1718호에 CVID에 관한 사항이 포함돼 있다”면서 “이후 안보리가 2009년 채택한 대북정책 결의 1874호부터 2017년 채택한 2397호 등 9개 결의에도 동일한 내용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이 ‘태양절’이라고 부르는 4월 15일 ‘김일성 생일’이 가까워지면서 열병식 연습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열병식을 신무기 공개 등 군사력 과시의 장으로 활용해왔다. 미국의소리 방송은 8일 위성사진을 공개하고 “7일 평양 김일성광장 일대에 빨간색 수술과 꽃을 든 수만 명의 군중들이 운집해 붉은 물결을 이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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