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단일화 상대에 사회단체보조금 우회지원

일전에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과 닮은 리더십을 보인다는 한 언론의 평가가 있었다. 수긍할 만한 평가다. 적어도 단일화 경쟁에서 자리를 내어준 예비후보를 챙겨주는 후한 인심만큼은 정말 닮은꼴이다.

경기도교육청이 1일 발표한 사회단체보조금 내역을 보면 유일하게 두 번 보조금을 받는 단체가 있다. 사단법인 행복한 미래교육포럼이다. 이 단체는 총 1837만 원을 지원받아 금액으로도 모든 다른 단체보다 월등히 많은 금액을 지원받게 된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도 이런 우연의 일치가 있을까? 이 단체 상임대표가 바로 이재정 교육감에게 단일후보를 내어준 최창의 전 예비후보다.

최 대표는 지난 교육감 선거 단일화 과정에서 이재정 교육감과 겨룰 수 있는 경쟁력을 가진 후보로 꼽혔다. 해직교사 출신으로 전교조 경기지부 정책실장을 거쳐 2002년부터 12년간 경기도 교육위원·의원을 지냈다. 경기도 교육계에 쌓은 이력과 네트워크로는 기득권을 선점하고 있었다.

그러나 보수 진영에서 조전혁 전 의원 등이 나서자 진보 진영에서는 소위 진보 교육의 아성인 경기도를 뺏길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해 ‘장관급’ 후보자 영입 주장이 대두됐다. 그렇게 장관 출신인 이 교육감이 투입됐다.

   
▲ 오른쪽부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이청연 인천시교육감. /사진=연합뉴스
결국 최 대표는 단일화 경선에서 2위를 하면서 이 교육감에 자리를 내줘야 했다. 그러나 진보 진영의 요구로 투입된 공식 구원투수인 이 교육감도 최 대표와 큰 격차를 벌리지 못했다. 그만큼 최 대표가 선점하고 있던 기득권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투표에서 장관 출신인 이 교육감이 6467표(36.3%)를 얻었고, 그에 이어 최 대표가 5482표(30.8%)를 득표했다.

시간을 거슬러 닮은 꼴 곽 전 교육감의 선거를 기억해보자. 2010년으로 교육감 선거에서 곽 전 교육감이 사후매수를 한 박명기 전 서울대 교수도 교육위원 출신으로 교육계에 오래 자리를 잡고 있었다. 반면 곽 전 교육감은 이 교육감과 마찬가지로 선거를 앞두고 긴급 투입된 후보였다. 이 교육감이나 곽 전 교육감 모두 초·중등 교육계에서만큼은 신인이었다.

박 전 교수는 자신의 기반을 믿고 곽 전 교육감을 추대하기 위한 단일화 경선 참여를 거부했다. 결국 그 영향력에 부담을 느낀 곽 전 교육감 측에서 단일화를 위해 협상을 했고, 사후매수를 통해 진정한 단일후보가 된 곽 전 교육감은 선거에서 가까스로 신승했다.
단일화 과정에서는 차이가 있었지만 교육계에 자리를 선점하고 있던 예비후보가 물러나고 선거를 앞두고 등장한 예비후보가 단일후보가 됐고, 당선 이후 교육감이 이인자였던 해당 예비후보를 금전적으로 지원했다는 사실은 동일하다.

그래도 ‘진보’ 교육감이기 때문일까? 이 교육감은 곽 전 교육감에 비해 진보했다. 사적으로 박 후보에게 거액을 줘 사후매수죄로 형을 받은 곽 전 교육감의 우를 범하지 않고 공식적인 보조금 지원 단체 선정 과정을 거쳤다.

진보적이고 평등하게도 최 대표 외에도 선거를 도와준 다른 인사와 단체에도 지원금을 나눠줬다. 사업당 상한인 1000만 원을 받은 안양군포의왕 비정규직센터는 이 교육감을 ‘이념이나 진영 논리에서 자유로운 가운데 경기교육을 바르게 이끌어갈 적임자’라며 지지 선언을 한 개신교 목회자 200인을 대표하는 김모 목사가 대표로 있는 단체다.

단일화를 집행한 ‘2014 행복한경기교육희망연대’의 주축인 YMCA와 경기교육희망네트워크도 직접 또는 산하단체를 통해 지원을 받았다. 전교조와 참교육학부모회 등이 참여하고 있는 경기교육희망네트워크는 400만 원을 지원받는다. YMCA는 산하단체인 파주YMCA 430만 원, 광명기독청년회 865만 원, 안산기독청년회 891만 원 등 총 2190만 원 정도를 지원받게 됐다.

개인의 자유에 따라 사사로이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에게 돈을 몰아주지 않고 공권력을 통하고 세금을 동원해 공평하게 도와준 사람들에게 분배했으니 이보다 더 진보적일 수가 있을까. 선거 보은이라는 부도덕한 행위조차도 진보적으로 하는 이 교육감은 진보의 표상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곽 전 교육감을 타산지석 삼아 법망을 피할 방법을 찾았으니 사후매수죄 적용을 기대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법망만 피하면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조롱하는 야합도 괜찮다는 모범을 보여주는 것이 이 교육감이 늘 강조하는 민주시민교육인지 묻고 싶다. /박남규 교육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