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없는 복지 허구 비난...찰떡공조 다짐은 어디로 갔나

"당과 청와대가 앞으로 찹쌀떡 같은 공조를 이루겠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지난 2월 취임하면서 강조한 말입니다.
유의원은 박근혜정부가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래서 당과 청와대, 정부가 긴밀하게 공조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김무성 대표도 맞장구를 쳤습니다. “박근혜대통령에게는 백만응원군인 당이 있다는 것을 한시도 잊지 말아달라.”

당과 청와대가 유승민 원내대표처럼 요즘 찹떡궁합같은 관계인지는 불투명합니다. 말다르고, 행동 따로라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유승민의원이 8일 국회 대표연설에서 놀라운 말을 했습니다. 보수의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고 했습니다. 언론에선 여당판 제3의 길이라고 호들갑을 떠들고 있습니다. 그동안 야멸차게 비난해온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유의원의 연설에 대해 놀라운 변화라며 박수를 쳤습니다. 진보당 심상정의원마저 보수가 꿈을 꾸기 시작했다고 추임새를 놓았습니다.

90년대말 영국 노동당수 토니 블레어는 좌파이론가 앤서니 기든스의 ‘제3의 길’을 받아들여 보수당을 물리치고 집권했습니다. 노동당은 당시 큰 정부, 작은 시장, 공기업 국유화, 노조편들기, 나토 탈퇴 등을 고수했습니다. 영국병을 상징하는 공약들을 내세우다가 민심을 얻지 못했습니다. 만년 야당에 머물렀습니다. 블레어는 집권을 위해 기든스의 제3의 길을 수용해 마침내 집권했습니다. 유승민도 보수이데올로기를 개혁하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8일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국회 대표연설에서 새누리당이 경제성장과 자유시장경제에 치우친 정당이라며 이념과 정체성, 이데올로기에 반하는 연설로 논란을 빚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의원의 연설에 야당은 모처럼 쌍수를 들고 박수를 쳤습니다. 무슨 연설이길래 너죽고 나살자식의 이전투구를 벌여온 야당이 유의원을 칭송했을까요? 궁금했습니다. 연설문을 읽어봤습니다.
서두는 공감이 갔습니다. “고통받는 국민의 편에 서서 용감한 개혁을 하고 싶다. 제가 꿈꾸는 보수는 정의롭고 공정하며 진실되며 책임지며 따뜻한 공동체의 건설을 위해 땀흘려 노력하는 보수다....” 그는 이어 “성장과 복지가 함께 가는 균형발전을 추구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문제는 그 뒤의 내용들이었습니다. 박근혜대통령의 공약가계부에 대해 반성한다고 했습니다.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했습니다. 박대통령의 지난 대선 공약 134조5000억원의 공약가계부는 더 이상 지킬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지난 3년간 예산 대비 세수 부족이 22조2000억원으로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임이 입증됐다는 말도 했습니다.

유의원의 연설은 새누리당의 이념과 정체성, 이데올로기에 대해 중대한 도전을 하는 것처럼 비칩니다. 새누리당이 경제성장과 자유시장경제에 치우친 정당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가진 자, 기득권 세력, 재벌 대기업의 편에 서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고통받는 자, 서민 중산층의 편에 서겠다고 했습니다. 그동안 좌파 진보성향의 새민련이 늘 주장해오던 것과 주파수를 맞추고 있습니다.
보수정당의 원내대표가 정체성을 버리고, 좌파정당과 색깔을 맞추겠다는 것은 아닌지 궁금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새민련 원내대표가 연설한 것같다고 했습니다.

집권당 원내대표는 유의원의 말대로 청와대, 정부와 찰떡공조를 해야 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그런데 국회 연설을 보면 찰떡공조는커녕, 청와대를 밟고 가겠다는 것으로 비칩니다.
원내대표가 국회 의정단상에서 말하는 것은 당의 의견과 이념에 맞아야 합니다. 개인적 견해와 소신을  말하는 곳이 아닙니다.

유의원이 국회 당대표 연설을 자신의 대권청사진을 선보이는 기회로 활용한다는 의구심을 갖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는 연설문을 직접 만들었다고 합니다. 당대표로서 연설한다면 당의 정책통들의 의견을 들어서 작성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요...

청와대는 지금 증세없는 복지를 실현하기위해 전력투구하고 있습니다. 대선공약을 최대한 지키고자 올인하고 있습니다. 노동 금융 공공 교육개혁, 공무원연금개혁등에 사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아직 3년이나 남은 박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는 것은 삼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유원내대표가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비난하는 것은 유감입니다. 청와대는 국민의 혈세를 최대한 아껴서 쓰려고 하고 있습니다. 집권당 원내대표가 이를 허구라며 비난하는 것은 당청관계를 분란시킬 소지가 큽니다. 콩가루 집안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는 증세를 하자고 거침없이 제안했습니다. 대기업과 가진 자들이 더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법인세도 성역이 없다고 했습니다. 경제학자출신의 유의원이 세금문제를 이렇게 섣불리 이야기하는 것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 자신도 증세로 정권을 유지하는 것은 힘들다고 했습니다.

대기업과 부자들은 더 내도 된다는 식입니다. 삼성전자 현대차, 이건희 삼성회장, 정몽구 현대차회장 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 현대차야 연간 수조원의 이익을 내는데, 법인세율 2~3% 포인트 올린다고 뭐가 문제냐 하는 것으로 비칩니다.

안타깝습니다. 세금은 낮은 세율 넓은 세원이 고금의 진리입니다. 세금은 가랑비 옷젖듯이 걷어야 합니다. 세금은 민란의 주된 요인입니다. 삼성전자 현대차는 문제없다고 쳐도, 다른 기업들은 어떻게 합니까? 한국에 들어온 GM 등 수많은 외국기업들은 어떻게 합니까? 세율을 갑가지 올리는데, 한국에 머물려 할까요? 글로벌 기업들도 부담인데, 일반 기업들은 세금부담이 늘어나면 한국에서 사업하고 싶을까요? 투자가 일어날까요? 청년들 일자리를 늘릴까요?

   
▲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8일 국회 대표연설에서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집권당이 청와대를 비난하는 모습을 보여 당청관계에 분란의 우려를 낳고 있다. /사진=jtbc 캡처

한국처럼 법인세를 차등을 둬서 걷는 나라는 3~4개국가에 불과합니다. 미국 오바마정부, 일본 아베총리, 프랑스 올랑드 사회당정부,  독일 메르켈정부 등 세계가 법인세를 내려서 국내외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고 있습니다. 에스토니아 같은 북유럽국가는 아예 법인세를 없앴습니다.

얼마전 타계한 싱가포르 국부 리콴유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법인세율과 규제혁파로 선진부국을 이뤘습니다. 국민소득 7만달러의 풍요로운 국가를 물려주고 행복하게 영면했습니다. 싱가포르 법인세율은 10%대입니다. 한국의 법인세율 22%대도 낮은 수준이 아닙니다. 법인세수도 전체의 15%로 일본 등 선진국보다 많습니다. 법인세를 올리자는 것은 우리 밥그릇을 차버리자는 것으로 들립니다.

기업들은 생존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전자 자동차 철강 화학 정유 건설 등 주력제조업들도 살아남기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수출, 내수기업 할 것 없이 매출부진과 영업이익 악화로 고전하고 있습니다. 내수기업들은 폭탄세일등을 벌이며 매출감소를 만회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법인세 인상, 부자들 세금인상은 최악의 카드입니다. 정권을 내줄 뿐 아니라, 국가경제를 엉망으로 만들 것입니다. 민심을 흉흉하게 만드는 초대형 악재입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최고의 경제학자가 글로벌경제동향을 가장 잘 아실텐데...

새누리당의 정체성을 바꾸겠다는 것도 지지층을 동요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유의원의 성장과 복지균형발전론, 시장경제 개혁, 제3의 보수론은 새민련의 정강과 비슷합니다. 자칫 보수정당이 좌파정당과의 차별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려는 것입니다. 야당의 경제민주화, 반시장적인 큰 정부론과 유사합니다.

새누리당 지지층들은 유의원의 이번 국회 연설에 상당히 당황하고 있습니다. 집토끼들은 황당하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새민련 원내대표가 연설한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하고 있습니다. 유의원 개인의견이 마치 새누리당의 새로운 정강정책, 비전인 것처럼 비칠 수도 있습니다.

대기업관도 상당히 우려됩니다. 새누리당이 지금까지 대기업을 편들어왔다면서 서민 중산층편에 서겠다고 했습니다. 기업들은 지금 극심한 규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경제민주화 포퓰리즘으로 금산분리 규제, 일감몰아주기 규제, 프랜차이즈 출점 규제, 순환출자 금지, 중소기업적합업종제, 소모성자재사업 제한 등 온갖 규제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박근혜정부 초기 새누리당과 새민련은 경제민주화를 몰아부쳤습니다.

일부 대기업들의 문제를 갖고 전체를 재단하는 것은 온당치 못합니다. 재벌기업 중 일부가 3~4세들에게 빵집 커피점을 내준 것에 대해 질타하고 있습니다. 논란이 된 대부분 재벌들은 이들 사업에서 철수했습니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주력 대기업들은 글로벌기업들입니다. 매출의 70%이상이 해외에서 올립니다. 삼성전자는 해외비중이 전체매출의 90%가 넘습니다.
 

해외 나가서 글로벌 골리앗들과 적벽대전을 벌이면서 달러를 벌어오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좁은 내수시장을 놓고 쩨쩨하게 싸우지 않습니다. 일부 대기업 자녀들의 문제를 침소봉대할 필요가 없습니다.

유승민의원은 국회연설에 대해 많은 여권 지지층이 걱정하고 우려한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집권당 원내대표가 국회대표 연설에서 사견을 밝히는 것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청와대를 밟고 넘어가려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습니다. 당청간 찰떡공조를 몇 달만에 팽개치려는 모습에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유의원은 2017년 차기대권의 유력한 후보군에 있습니다. 보수진영의 소중한 인물입니다. 그럴수록 지지층의 폭넓은 지지를 받아야 합니다. 안정감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청와대에 하극상을 보일 수 있는 것도 부담스럽습니다.

국민들은 새누리당에게 정명(正名)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좌클릭해서 야당과 차별성을 없애려는지 묻고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은 지켜져야 합니다.
독불장군은 미래가 없다고 했습니다. 새누리당은 청와대와 공동운명체입니다. 좀 더 진중한 모습으로 당정청의 공조가 필요합니다.

지지층을 ‘배신’하는 것으로 비치는 것은 대권주자로서의 큰 흠결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사견과 집권당 원내대표의 견해를 혼동하는 것은 온당치 못합니다. 사익을 위해 조직에 위해를 가하는 것은 신중해야 합니다. 당정청을 봉숭아학당으로, 청와대의 레임덕을 부채질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어려울 때는 힘을 모아야 합니다. [미디어펜=이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