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완성차 업체 중 전기차시대에 가장 이상적인 발전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수장 정의선 회장이 올해 들어 세 번째 미국출장길에 나섰다. 

자동차 최대격전지 미국의 뉴욕 오토쇼 참석과 함께 시장 점검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성장동력의 기반 다지기를 위한 행보다. 이와 함께 미국 현지 전기차 생산 관련 의사결정이 시급한 상황에서 투자 결정이 구체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독립 법인 '슈퍼널' 관련 투자계획도 관심 사안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지난 11일 그룹 임원들과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13일(현지 시간) 개막하는 '뉴욕 오토쇼 2022' 참관과 함께 현대차그룹의 미국 현지 사업 관련 사안도 챙길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 오토쇼에서는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처럼 정의선 회장이 직접 나서는 컨퍼런스는 예정돼 있지 않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뉴욕 오토쇼는 참관만 하면서 업계 트렌드를 살피는 일정"이라고 말했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2018년 9월 수석부회장에 올라 그룹 경영 전반을 총괄하기 시작하면서부터 CES를 미래사업 전략 발표의 무대로 삼아왔으며, 완성차 부문에 한정된 모터쇼는 참관 목적으로만 방문해 왔다.

이번 미국 방문에서도 뉴욕 오토쇼보다는 그룹 차원의 미국 사업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전기차의 미국 현지생산 관련 투자결정이 이뤄질지 관심이다. 미국은 조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바이 아메리칸' 정책의 일환으로 정부기관의 공용차량을 미국산 부품 50% 이상 현지생산 전기차로 교체하는 등 자국내 생산 제품에 대한 우대정책을 펴고 있다.

여기에 급변하는 전기차 시장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도 필요하다.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 시장에 내놓기까지 한 달 이상 걸리는 기존 수출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현지 생산체제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지생산이 아닌 수출제품은 생산에서 판매까지 시차와 재고관리 등의 문제로 수요 적기 대응이나 트림‧옵션 다양화가 힘들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 맹주 테슬라의 본고장인 미국시장에서 전면전이 불가피한 상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미국 현지생산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완성차 업계 최초로 전용 플랫폼을 선보이며 테슬라를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선진화된 모듈화 부품들과 함께 다양한 완성차를 개발하고 판매한 경험을 토대로 빠르게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들은 글로벌 유수의 언론과 자동차 협회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기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도, 글로벌 시장에 적극적인 대응을 하기 위해서도 현지생산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현대차는 그동안 전기차의 미국 현지생산을 검토해 왔으나 국내 노동조합과의 협의 문제로 의사 결정이 지체돼 왔다. 최근에는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을 올 연말부터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하는 방안이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말부터 새 제품을 생산하려면 현 시점부터 생산라인 개조 등을 위한 투자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 현지에서의 배터리 조달 계획도 마련될 필요가 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5월 미국에 전기차 현지 생산 및 기존 생산설비 확충을 위해 2025년까지 74억달러(약 9조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규모 투자는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라 정 회장의 이번 미국 방문을 통해 투자 내용이 구체화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UAM 사업 관련 투자 발표 가능성도 관심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0년 미국 내 UAM 사업 관련 독립 법인을 설립하고 전기 수직 이착륙장치(eVTOL)의 연구개발을 진행해왔으며, 지난해 11월에는 독립 법인의 이름을 '슈퍼널'로 확정했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올해 중으로 캘리포니아에 연구시설 개설 등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었다.

최근 슈퍼널이 eVTOL(전기식 수직 이착륙 항공기) 개발을 위해 캘리포니아주 얼바인에 연구시설을 임대하고 300여명 규모의 연구개발(R&D) 인력 채용에 나서며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UAM 사업도 본격화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슈퍼널을 통해 2028년 도심 운영에 최적화된 완전 전동화 UAM 모델 개발을 완료하고 2030년대에는 인접한 도시를 연결하는 지역 항공 모빌리티(RAM, Regional Air Mobility) 기체를 선보일 예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시대를 맞이한 경쟁자들부터 미래먹거리 확보를 위한 신사업까지 급변화되고 있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현장경영을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다"며 "빠른 변화 속 신속한 대응이 절실한 만큼 정의선 회장의 출장이 늘어나고 있는 양상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