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기자간담회서 금융경쟁력 저하 내걸어 산은 이전 반대 표명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산업은행 부산이전 강행 방침에 연일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좀 더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줄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 시장이 지난 12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산은 부산이전 반대의 뜻을 펼친 데 대해 "환영한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좀 더 적극적인 행동을 취해달라는 의견이다.

   
▲ 금융노조는 13일 서울시청 앞에서 '인수위의 산업은행 부산이전 추진에 대한 오세훈 서울시장 행동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사진=미디어펜 류준현 기자


13일 금융노조는 서울시청 앞에서 '인수위의 산업은행 부산이전 추진에 대한 오세훈 서울시장 행동 촉구' 기자회견에서 "산업은행의 부산이전은 업무 비효율성 증가, 조달금리 상승으로 인한 정책지원규모 축소, 핵심인력 유출, 금융중심지 정책 포기 등 수많은 문제점을 양산해 결국 금융경쟁력 저하와 국가적 이익을 훼손할 잘못된 정책"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금융노조는 "윤 당선인의 잘못된 정책을 막지 못하면 같은 당 소속으로, 대한민국 경제수도의 서울시를 이끌고 있는 오세훈 시장에게도 그 책임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핀테크 등이 대한민국 정책금융을 담당하고 있는 산은을 대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오세훈 서울시장은 잘 알고 있지만, 시퍼렇게 살아있는 당선인에 맞설 용기가 없어서 또는 그 싸움을 피하고 싶어서 억지로 말을 돌렸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바꾼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고 평가했다. 

오 시장은 지난 8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답하면서도, 산은 여의도 본점의 부산 이전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다만 "공약으로 피치 못하게 옮겨야 한다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도록 미래 금융시설과 기능을 여의도에 집중 배치해 여의도가 금융허브의 중심지가 될 수 있도록 부탁했고, 긍정적 입장을 받았다"고 전했다. 산은이 내려갈 경우 블록체인 기반 핀테크를 비롯한 미래금융시설이라도 대체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그러다 전날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지나치게 국토 균형발전이란 대의명분에 집착해 함께 손해 볼 수 있는 실험을 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몇몇 국책은행을 지방으로 내려보내는 것은 국가적인 견지에서 보면 자해적인 결과로 귀결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덧붙여 "전 세계 어디에 2개의 금융도시를 추구하는 나라가 있느냐"며 "1개 도시도 어려운 과제이고, 뉴욕·런던이 세계 금융 중심인데 그 나라에 또 하나를 만든다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울이 금융도시 라이벌인 싱가포르나 홍콩, 상하이, 도쿄를 제치고 아시아 금융 중심이 되는 게 국가 비전에 가장 긴요하다"며 "그런 의미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께 분명한 목소리로 전달했고, 특히나 금융 규제 등을 과감히 풀어주셔야 하는 것 아니냐고 전달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지난 서울시의회에서의 발언보다 한층 강경한 의견을 피력한 셈이다.

   
▲ 금융노조는 13일 서울시청 앞에서 '인수위의 산업은행 부산이전 추진에 대한 오세훈 서울시장 행동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금융노조가 서울시청 관계자에게 반대성명서를 전달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류준현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금융노조 관계자들은 오 시장의 입장 선회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환영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다만 발언과 함께 서울시장으로서 좀 더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박 위원장은 "즉시 인수위로 달려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한국은행 등 모든 국책은행을 지방으로 보내는 것은 대한민국 국익을 훼손하고 대한민국 금융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잘못된 정책이니,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이더라도 지금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조윤승 금융노조 산은지부 위원장은 "(일본) 도쿄는 인구가 3700만명에 달하고, 일본의 인천이라 할 수 있는 요코하마와 (도쿄를) 합친 인구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보다 더 많다"며 "수도권 인구가 너무 집중되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건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소리 아니겠는가"라고 주장했다. 

이어 산은과 수은이 국내 기업과 정부기관 중 가장 많은 해외채권을 발행하는 곳인 데다, 세계에서 가장 신용등급이 높은 은행(각 AA+)이라는 점을 들어 명분 없는 지방이전을 반대했다. 조 위원장은 "다른 국내도시들은 금융중심지로 성장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지금도 부족한데 핵심자산을 다 빼버리고 서울을 어떻게 세계적인 금융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최호걸 KEB하나은행 지부위원장은 "올해 3월 발표된 국제금융센터지수에서 서울은 세계 12위를 기록하였을 뿐 아니라, 기업 금융허브로 부상이 예상되는 도시에서도 2위를 기록했다"며 "오 시장은 대한민국 금융산업의 백년대계가 선거판 정치인들에게 정략적으로 이용당하지 않도록 서울의 금융허브 이행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형선 IBK기업은행 지부위원장은 "대한민국 정책의 근간이 되는 국책은행 이전 문제에 대해 단 한 번이라도 사회적 공론이 있었는가. 이것이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미칠 파장을 제대로 분석하고 토론한 적 있느냐"며 "지난 정권 5년간 본인들이 무능하고 아마추어라고 욕했던 부동산정책과 지금의 산업은행 이전하겠다는 정책의 차이가 무엇이냐"고 비판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홍콩의 변화와 대한민국 경제 성장으로 인해 서울의 세계 5위 금융중심지는 이제 그리 먼 꿈이 아니다"며 "대선 과정에서 후보의 선심성 공약 한 마디에 이 모든 꿈이 물거품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 시장은 서울시민에게 했던 '금융중심도시 서울' 약속을 지킬 용의가 있음을 말이 아닌 행동, 과정이 아닌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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