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사 "원재료 가격 상승분 판가 반영 불가피"
조선사 "지난해 후판가 인상에 적자…추가 인상 불가능"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철강업계와 조선업계의 후판가격 인상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원자재 가격의 인상분을 후판가격에 반영하겠다는 철강업계와 업황 회복이 늦어지고 있는 조선업계가 3분기 연속으로 가격이 인상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입장차이 때문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철강 업계와 조선 업계는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 넘게 조선용 후판 가격을 협상 중이다. 예년이면 3월 말 혹은 4월 초에 협상이 마무리된다. 하지만, 올해는 양측의 입장 차이로 인한 기싸움이 길어지고 있다.

   
▲ 포스코 후판. /사진=포스코 제공

철강업계는 고로 제강 원료인 철광석과 제철용 원료탄(석탄) 등의 가격 상승을 이유로 조선용 후판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12월말 t(톤)당 120.19달러 수준이었던 국제 철광석 가격은 지난 8일 159.25달러까지 치솟았다. 제철용 원료탄 가격도 같은 기간 톤당 355.89달러에서 410.5달러까지 올랐다.

철강사들은 원가 상승에 맞춰 제품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최근 열연강판과 냉연강판 가격을 톤당 10만원 인상했고 앞서 유통향 후판 가격도 포스코는 지난 2월 3만원, 3월 3만원 인상했으며 4월 주문 물량에 대해서도 10만원을 추가로 인상했다.

철강업계는 조선용 후판 가격에 대해서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동안은 조선업계의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가격 인상에 한계를 뒀지만, 철강업계 역시 원가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하면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철강사 관계자는 "그동안 철강업계는 조선사들의 어려움을 반영해 4년 넘게 손실을 감내하면서 후판을 공급해왔다"며 "이번 가격 인상은 조선사들의 수주 상황, 원재료 가격 상승 등을 반영한 것으로 사실상 가격 정상화 차원이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조선사들은 철강사들의 가격 인상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두번의 가격 인상으로 대규모 손실 충당금을 쌓은 상황에서 올해 역시 가격을 올리면 추가적인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후판 가격은 톤당 60만~70만원대에서 110만원까지 치솟았다. 이로 인해 조선업계는 연간 수주목표를 초과 달성했음에도 불구, 줄줄이 적자를 냈다. 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3사는 지난해 각각 1조3848억원, 1조7547억원, 1조31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들은 지난해 상반기 후판 가격 인상 분에 대해 수천억원 규모의 충당금을 쌓았다. 각사별 충당금 규모는 한국조선해양 8960억원, 대우조선해양 8000억원, 삼성중공업 3720억원 등이다.

조선사 관계자는 "계속적으로 수주가 이뤄지고 있지만, 원가 부담으로 조선사들 실적은 모두 마이너스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올해 가격이 추가로 오르게 되면 조선 업계의 실적 개선 시기는 더욱 늦춰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주 호황으로 이미 2~3년치 수주잔고를 채웠지만 실적에 반영되기까지는 약 2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미 지난해 가격을 올렸는데 올해 또 다시 가격이 인상된다면 조선사들은 막대한 비용 부담을 짊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선업계는 3분기 연속 가격 인상 조치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철강업계와의 협상에서 동결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철강업계는 계속해서 오르는 원자재 가격을 판가에 온전히 반영한 것은 아닌 만큼, 제시한 인상분은 어떻게든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이어서 양측의 의견조율은 쉽지 않아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는 지난해 이미 두 번에 걸쳐 가격 인상이 이뤄지면서 올해는 동결 혹은 인하를 예상했지만, 다시 가격 인상 움직임이 나타나자 반발이 커지고 있다"며 "철강 업계 역시 원가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할 경우 수익성이 나빠질 수밖에 없어 쉽게 양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